마침내 운명의 날이 돌아왔다.

혜성 kor1500이 지구 근접점을 통과 하는 날이다.

그동안의 우여곡절은 겪은 탓에 인류는 혜성 kor1500에 대한 관심이 엄청났다.

세계의 언론은 혜성 kor1500의 변경된 궤도와 발견자 설민과, 인공위성이 혜성 kor1500의 궤도를 바꾼 일을 자신들의 무용담처럼 말하고는 했다.

7,500만년 만에 다시 지구에 닥쳤을 생명 대 멸종의 위기를 인류의 과학과 협력으로 슬기롭게 극복해 낸 일은 인류사에 큰 의미를 지니는 사건이었고, 후대에도 당대에 전 인류가 보여준 하나된 힘은 좋은 본보기로 남을 일이었다.

무사히 위기를 벗어난 지구인들은 축제의 밤을 만끽하였다.

그들에게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

지구에는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온 행복감과, 미래에 대한 기대로 평화의 기운이 찾아들었다.

일부 언론은 하루 뒤 달에 혜성의 꼬리 부분이 스칠거라는 기사도 내보냈다.

하지만 달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달에 있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그 운석충돌 자국들이 달에는 엄청난 충격을 주었을테지만, 그동안 지구에는 별 영향이 없었으니,,,,

설민이 유엔의 데이비드서 사무총장에게 혜성 kor1500의 구성 성분인 석영과 금에 대해 통보를 했고, 이미 많은 천문학자들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였다.

어느정도의 양일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대중들이 달에 가서 금괴를 가지고 오겠다는 농담을 주고 받을 만큼 일상화된 주제였다.

실제로 인도처럼 재정이 풍요롭지 않은 나라에서는 달에 우주선이 다녀오면서 금을 회수해 올 수 있어서, 우주선을 발사할 기회가 많아졌음을 시인 하기도 했다.

또한 민간 달여행 프로젝트도 가속도가 생길 전망이 나오기도 하였다.

오늘밤은 그믐달이 뜬다.

달은 원래의 둥근 모습 그대로 있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태양과 지구의 각도에 의해 달에서 반사되는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지역을 보게 되므로, 각도의 변화에 따라 달은 보름달도 되고, 상현달도 되고 하현달도 되고 오늘처럼 그믐달도 된다.

설민도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그믐달을 바라보고 있다.

자연스레 혜성 kor1500의 꼬리 부분이 달에 스치고, 그에 따라 석영과 금조각들이 달에 떨어지는 것을 상상하게 됐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지역인 달의 뒷면에 떨어지게 된다면, 인류는 아무리 우주선을 보낸다 한들 앞으로 수십년, 혹은 백년 넘는 세월이 지난 후에도 금조각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인류가 발을 디뎠던 고요의 바다 근처에 떨어진다면, 어쩌면 인류는 혜성 kor1500의 일부인 금을 손에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득 설민은 궁금증이 일었다.

절친인 현웅에게 전화를 했다.

“웅아,,,,잘 지냈지?”

“그래,,,,민아! 너 많이 유명해졌더라~~ 하하하”

“짜식,,,객적은 소리 하기는. 잘 지내지?”

“응! 지구가 오염되는 속도가 빨라서 문제지만, 난 잘 지내고 있다”

현웅은 국내 제일의 환경전문가였다.

갖가지 환경적인 재앙으로 기후 변화가 심해지고 있어, 늘 불만과 불안이 가득한 친구지만, 본래의 털털한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만나면 늘 막걸리만 찾고, 가끔은 흰 고무신을 신고 나타나기도 하는 자칭 자유인이다.

대학 강의가 없는 날에는 자신의 낡은 차를 타고 산과 들을 헤메고 다니며 살고 있다.

설민이 우주를 들여다 보며 살고 있는 반면에, 현웅은 지구의 속살을 들여다 보며 살고 있는 탓에 서로 절묘하게 대화가 통하게 되었다.

설민은 궁금증을 못참고 질문을 했다.

“웅아, 너도 혜성 kor1500에 대해 알고 있지?”

“응,,,,알고 있지. 근접점을 통과 했다며”

“그랬지. 그런데 꼬리 부분이 달에 부딪치는 궤적인데, 내일 오전엔 결과가 나타날거야”

“네가 궁금한게 뭔데”

“그냥 궁금증인데, 혜성 kor1500의 구성 성분이 석영과 금이잖아”

“응,,,,매스컴에 그렇게 나오더라”

“그래. 달에 그것들이 운석처럼 떨어질텐데 문제가 없을까”

“무슨 문제가 있을라고,,,, 달의 뒷면에 떨어질 수 도 있고, 양이 적을 수도 있지.....”

말을 하던 현웅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왜그래?”

“민아! 너 달에 떨어지게 된다는게 석영과 금조각들이라고 했지. 매스컴에서도 그렇게 보도 됐었고”

“그래 임마!”

“그게 떨어지게 될 지역이나 수량을 계산해 낼 수 있냐?”

“아니~ 그것까지는,,,,당장은 알아내기 힘들어! 계산이 복잡한거 잘 알잖아!”

“그럼 내일이 지나봐야 알겠구나!”

“뭘?”

“만약에라도 달의 우리가 볼 수 있는 지역에 떨어지고, 떨어지는 양이 많다면 지구의 기후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수도 있어서”

“그게 어느정도의 양을 말하는거야”

“나도 계산을 해봐야지~~”

“뭐 그렇게 문제까지 될 확률은 많지 않겠지”

“그렇겠지”

‘이미 혜성 kor1500은 깊은 우주를 향해 떠나갔고, 달에 미치게 될 영향도 미미할 테니까!’

대수롭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통화를 마친 설민은 잠자리에 들었다.

창밖에 그믐달이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