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의 축구해설동영상을 조금 보았는데, 명인이 탄생한 것 같다..

길이가 길어서 다 보지를 않았는데 조금 보아도 특성이 명백하다..

판세나 흐름을 명백하게 보고 있다.. 그간에 보았던 축구해설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대표팀 데뷔가 20년 전이라는데, 아마도 현직에서 물러난 지도 얼마 안되고해서인지

경험과 현장감이 모두 생생하다. 이번 월드컵에선 아마도 안정환해설을 찾아서 듣지 않을까 싶다..

바둑해설에선 이민진이 가장 인상깊었다.

이전에 바둑테레비가 나오던 시절에 두어번 보았는데, 정말 명쾌했다..

해설을 보는 입장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수시로 해주는 계가였는데

틈만 나면 계가를 해주면서 그러므로 여차저차를 논하니 상황이 항상 명백해졌다..

바둑이 끝나가는데도 승패를 밝혀주지 않거나 못하는 이따금의 해설자들에 비하면

정말 명쾌한 그 쇳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바둑해설에 관해서 두어번 정도 더 기억나는 경우가 있는데

한번은 이세돌 9단, 다른 한번은 조훈현 9단이었다..

조 9단의 해설도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세계대회인가 해설을 보는데

마치 전체해설을 정석변화해설하듯이 단숨에 조리넘치게 해설하는 바람에

함께 진행하던 진행자가 감탄해마지 않던 기억이 난다.. 아마 세상에서 겪는 기적의 한순간과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이세돌 9단의 해설도 그런 적이 있었다.. 이번 바둑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9단의 바둑은 변화가 장기인 것 같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데, 때론 과도한 변화때문에 위험을 자초하곤 하였었다. 하지만 당시의 해설은 다른 해설들과는 확연하게 달라서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이란 수많은 가능성들 중에서 구현된 한가지 현실일 뿐이라는

무상의 섭리를 보여주기에 좋았던 것 같다..

해설력이란 결국 이해력이다.. 바둑을 잘 이해하려면 판의 구조를 알고, 변화에 친숙해야 하고, 경험이 풍부하고 소재가 넘쳐야 하고, 듣는 사람과의 관계라는 점에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을 잘 이해하려면 인생판, 즉 시간과 공간의 구조를 알고, 자연현상과 인간현상의 변화에 친숙해야 하고, 그러한 통합적 변화를 다룬 경험이 풍부해야 하고, 역사와 자연 등을 통합하는 소재가 넘쳐나야 하고, 들을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라는 점에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고보면 이세돌 해설이나 바둑이 갖는 특성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바둑은 형태가 아니라 변화가 그 저변에 풍부하게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달까..

아뢰야식 수준의 변화에 친숙한 바둑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형태의 이면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형태를 낳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아무런 변화없음, 바둑없음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