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일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집많으면 이긴다는 기본명제를 토대로

착수교대가 기본이고, 흑이 먼저 둔다는 것을 상쇄하느라고 일곱 집 정도의 덤을 제공하여 균형감을 제공하고 있다. 취향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틀이 공정하다는 말이다.

바둑이 갖는 이런 기본구조에서 다양한 원리들이 파생된다.

가령 포석에선 큰 자리를 선점하라는 발상이 나오고

조금 더 나아가면 큰 자리보다 급한 자리라는 말도 있다.

미래지향성과 운영능력을 고려하여 포석한다는 발상이 제공되고

실력차가 있으면 접바둑으로 즐길수 있다는 원리도 앞선 기본틀에서 나온다..

포석에선 귀와 변의 특성이 강조되는데, 이런 점에서 정형적인 틀이 생산되는 것을 보면

절반 쯤 닫히고 열린 곳에서 정형적 틀, 정석이 형성되기 쉽다는 원리도 나올 수 있다.

전체의 과정에 비추어보면 정석의 과도한 상세함은 접근성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정석의 내부과정은 고급한 과정과 원리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중반전에 접어들 무렵에는 이미 집이라는 것을 산술할 만한 상황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점은 어느 정도 일반론으로 도입할 만하다.

어떤 일이든지 구체성을 가질 무렵이 되면 중반전 쯤이 되어간다는 뜻이 된다는 말이다..

기업으로 치면 회계라든가 장부정리나 계가가 필요한 시기가 되어간다는 뜻이 된다. 가게가 아니라 기업이 되어간다는 뜻이다. 가계부가 아니라 부기가 필요한 시절이 오고

복식부기가 필요한 시절이 되면 기업이 되어간다는 뜻이 된다..

중반전은 그래서 기세의 충돌과 계가의 필요가 공존하는 시기가 되는데, 중반전은 대부분의 인생에 있어서 성장이 어느 정도 되어서 활동을 주로할 수 있는 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될 만한 시기를 상징할 수 있다..

이창호적인 특성을 살리면 계가에 진작에 익숙해지면 전체적 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잣대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세돌적인 기질이 강하면 기세를 중심으로 판을 짜나갈 수 있다. 개인의 특성에 따라서 기본방식이나 전략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 모든 것이 기본틀에서 나온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할 일은

우리가 특성을 말할 때엔 그 수준이 전제된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세돌이 기질적인 특징이 강하여 우세한 바둑에서도 더 도발을 한다고 해도 그가 마무리할 정도의 판단력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영역의 경우에 비추어보면, 특성을 말할 때에 그 전제가 되는 기본적 틀을 간과한 상태에서 개별적 특성을 먼저 도입하는 경우 뿌리없는 경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투를 선호하든 계가를 선호하든, 그 게임의 특성을 간과한 상태로 앞서나가선 안된다... 이것은 기본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종반에 역전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제한시간의 개념을 진작에 염두에 둘 필요가 있고, 중국식을 염두에 두면, 혹은 제한시간에 두지 못할 경우 감점을 하는 바둑이 있음을 생각하면, 종반에는 그런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원리적으로 설명하면

바둑을 일반화하여 활용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기간이 주어진 일의 경우 이를 염두에 두지 않는 운영이나 경영은 반드시 일을 나중에 망치게 되지만, 분위기에 치우쳐서 이를 간과하도록 부추기면 종내에는 실패로 귀결될 것을 요행에 맡기는 일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한시간 개념의 유용성이다..

가령 등산을 할 때엔 반드시 하산시간이라는 제한시간이 있다. 게다가 산 속의 기온이 평지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등산의 경우 제한시간을 염두하지 않은 운행은 곧 위험을 의미하게 된다.

바둑은 집이 많은 쪽이 이기며, 착수교대를 기본원리로 하는 대신에 덤을 주며

제한시간이 있다는 몇 가지 기본공준에서 매우 다양한 원리가 생겨나는데

이런 원리를 바둑 바깥의 언어로 표현하여 번역하면 매우 다양한 사태들과 연관지어서 스토리를 형성할 수 있다.

미생이야기에선 실제적인 바둑이야긴 그다지 등장하지 않았지만

기본구조로 생각해보면, 매우 다양한 연관을 바둑 바깥의 사태와 연관지어서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

언젠가는 바둑의 안과 밖을 모두 잘 아는 사람이 이들을 연관지어서 흥미롭고 풍부한 스토리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모두가 바둑이 갖는 기본적 틀에서 나오는데

이는 마치 스피노자가 몇 가지 기본공준에서 만상과 삼라를 포섭하려고 했던 것과 비슷한 발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