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한다.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익숙해진 우리 사회가 한 순간에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로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하게 될 정도다. 

시장 경제체제하에서 상품이나 용역의 거래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한 거래, 즉 불합리한 독점, 매점매석과 같은 비도덕적 방법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왜곡하여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위원장이 바뀐 후 자주 언론에 회자되고 있다.

시민단체 출신 김상조 신임 위원장의 임명에서부터 말이 많더니 취임 일성으로, 공정위가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마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요술 방망이 같은 비장의 무기라도 소장하고 있는 것처럼 일갈을 하더니 대한민국 시장 질서를 한 순간에 바꿔놓으려는 것인지 다양한 분야의 업무에 의욕적으로 개입하여 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의욕이 지나쳐서 그런지 공정위가 나설 필요가 없는 곳까지 나서서 시장 질서에 반하는 무리수를 두는 것 같은 우려스러운 행동을 여러 언론에서 기사나 사설로 지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 위원장 취임 이틀 만에 공정위가 치킨 값을 올린 프랜차이즈 업체를 현장 조사한 데 대한 것이다. 놀란 업체들은 올렸던 치킨 값을 도로 환원했다. 통닭을 즐겨먹던 국민들로부터 환영하는 반응이 전국 각지에서 SNS 나 인터넷을 통하여 터져 나왔다. 경제 원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공정위가 윗 대가리 (비속어를 사용하여 죄송합니다.) 한 사람 바뀌었을 뿐인데 이제야  제대로 일을 하고 해당 공무원들이 월급 값을 한다고 칭찬 일색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공정위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공정위가 월권을 한 것이고 불필요한 일에 끼어들어서 시장 경제를 왜곡한 것이다.

시장 경제하에서 물가가 오르내리는 것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제의 기본 원리임을 대학에서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중고등학교만 나와도 상업시간에 배워서 다 안다.

통닭 값이 오른 것은,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 조류 독감(AI)이 재발하여 병에 걸린 닭들을 대량으로 살 처분하고 양계업자들도 조류 독감이 창궐하기 쉬운 하절기에 병아리 부화량을 줄였기 때문에 시장에 출하되는 통닭 공급량 자체가 준 것이 원인이었다. 더욱이 금번 AI 가 재발하기 얼마 전에도 이미 한차례 AI 가 번져서  전국적으로 엄청난 닭들이 폐사하여 공급량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번에 재발하여 그 타격이 더 컸던 것이다.

통닭을 먹는 국민의 숫자는 변동이 없는데 공급되는 물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이것은 공정위 같은 기관의 행정명령이나 강압에 의한 가격 통제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교촌 치킨 등은 가격을 도로 내렸는데 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가격을 올린 교촌 치킨이라는 악덕 업자에게 공정위가 정의의 칼을 휘둘러서 이 사회의 썩은 부분을 도려냈다고 어리석은 국민들은 쾌재를 부를지 모르지만, 그렇게 국가 경제나 시장 경제가 일개 부처의 명령으로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면 모든 나라가 공정위 같은 기관을 동원하여 가격을 눌러버리면 물가가 영원히 오르지 않는 지상낙원이 될 것이 아닌가 !

국정가격이라고 해서 시장 경제원리를 무시하여 시장 가격보다 엄청나게 낮은 가격을 책정하여 왜곡시킨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한 원인을 직시한다면 금번 통닭 가격 환원을 잘한 일이라고 박수만 칠 수는 없을 것이다.  서슬 퍼런 공정위의 협박에 일단 바짝 엎드리고 가격은 일시적으로 환원됐지만 왜곡된 경제행위에 의한 부작용과 후유증은 금방 나타나고 결국 그 피해는 쾌재를 불렀던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공급되는 닭이 가령 80만 마리이고 통닭 소비자가 소비하는 통닭은 150만 마리라면 사먹고 싶어도 통닭을 못 사먹게 되는 부족한 숫자는 70만 마리가 된다. 가격이 오르지 않았지만 닭이 부족하여 못 사먹게 되는 사람에게는 내린 가격이 의미가 없게 된다.

또한 공급되는 통닭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국민들은 품절되기 전에 내가 먼저 확보해야 되겠다고 경쟁적으로 통닭을 사려는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에 심리적 요인으로 가수요(假需要)까지 발생하게 되며 이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1일 통닭 소요량이 150만 마리에다가 50만 마리의 가수요가 붙어서 200만 마리까지 늘어나게 되는 것이 경제의 원리이자 속성이다. 탐욕스러운 인간의 속성은 매점매석이라는 민낯까지도 드러내기 때문이다.

수요가 넘쳐나니 양계업자들이나 통닭집이 보유한 치킨들은 금방 재고가 바닥이 나게 되지만 팔고 싶어도 팔 통닭이 없게 되는 것이다. 통닭을 못 사게 된 소비자는, 사회주의 국가 국민들이 그랬듯이 통닭 냄새도 못 맡게 되는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은 가격표에나 덩그러니 붙어있는 허울 좋은 가상의 숫자일 뿐, 그 가격으로 통닭을 못 사니 불만이 팽배하게 된다. 이런 통제 가격 체계 구조하에서는 “ 가격이 비싸도 좋으니 통닭을 먹을 수 있게 해달라 ! “ 말이 금방 나오게 된다.

양계업자 입장에서는 AI 를 피하여 건강하게 겨우 목숨을 부지한 우리 닭들이 이런 때 가격을 올려서 한 몫을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가격을 못 올리게 하니 AI 가 발생하기 전에 닭 한마리당 1,500 원씩의 이문을 남겨서 하루에 200 마리씩 출하하여 한달 소득이 최소한 750 만원을 올렸는데 이제는 고작 하루 80 마리를 출하하니 월 수입이 겨우 300 만원이니 닭을 키운 수입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간 닭을 키우느라고 일에 치여서 못 갔던 바캉스나 다녀오고 나서 전업을 고려해봐야겠다고 여행을 나가버리면 전국적으로 1일 닭 출하량 80만 마리가 60만 마리로 줄어들게 되고 국민들은 더욱 닭을 사먹기가 어렵게 된다. 그 때 가서야 외국에서 수입하느니 뭐니 야단법석을 떨지만 수입 닭의 가격이 국내 가격과 큰 차이가 없거나, 아니면 가격은 싼 데 오염된 토양에서 중금속이 함유된 사료도 가리지 않고 먹여서 키운 이웃나라에서 수입된 닭임이 밝혀져서 외국산 닭들은 소비자가 외면하니 2만원하던 국산 통닭 값이 5만원으로 치솟게 될지도 모른다. 이 때쯤이면 국민들은 닭을 ‘ 삼계탕 ‘ 이 아니라 ‘ 금계탕 ‘ 이라고 부르며 위원장을 칭찬하던 국민들이, 경제도 모르는 놈이 대가리에 앉아가지고 엉뚱한 짓 했다고 욕 바가지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냥 시장의 가격 변동 원리에 맡겨 뒀다면 오른 가격이 부담이 되는 소비자는 삼겹살이나 오리, 아니면 소고기나 생선으로 단백질을 대체하고 꼭 먹고 싶은 사람은 25,000 ~ 30,000 원 하는 닭값이 비싸서 가계 지출이 늘게 되자 5일에 한번 먹던 통닭 소비를 열흘에 한번으로 줄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닭 소비 수요가 점차 줄어들게 되고, 공급자 측에서도 이익이 많이 남으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하여 양계장을 확장하기도 하고 신규로 양계 사업을 착수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되며 생닭에 대한 수입도 늘어나고, 또한 그러다 보면 여름이 가고 날씨가 선선해지면 AI 가 사라져서 폐사하는 닭의 숫자가 줄어들어서 저절로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 통닭집이 잘 된다는 소문이 나면 신규 창업자들도 늘어나고 결국 공급이 수요보다 많게 되면 이제는 반대로 가격 인하 경쟁이 생겨나며, 자기 집 닭이 더 싸다는 가격표를 붙인 찌라시가 거리/집집마다 돌기 시작하면 턱 없이 올랐던 닭값이 원래 가격으로 점차 환원되게 마련이며 이것이 진정한 시장 경제 원리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곳에 공정위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 경제를 왜곡하고 국민 고통과 피해만을 가져온다.

공정위는 수요와 공급이 일정한데도 이유 없이 가격이 오르거나 폭리를 취하는 것을 조사하고 이를 방지하며 위반자를 찾아내어 상응하는 처벌을 내려서 부당 이득을 환원하도록 하는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며 바람직하고 제 몫을 하는 것이다.

가령, 담배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나서 오르기 전까지 기간 동안 담배 소매상들이 사재기를 해뒀다가 오른 후에 오르기 전에 구입한 담배를 오른 가격으로 팔아서 폭리를 취하는 것과 같은 행위에는 개입하여 바로 잡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시기의 매점매석에 단속하기에 앞서, 담배인삼공사는 담배 곽에 소비자가 담배 생산일자(가령 2017년 08월)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지금 기재하는 글씨체보다 더 크게 16호 크기 정도의  큰 글씨로 명기하여 담배 값이 오른 후에도 인상 개시일 이전에 출하된 담배는 인상전의 가격으로 팔지 않을 수 없도록 하여 흡연자들이 가격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고 소매상들이 가수요를 야기하지 않도록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공정위는 물가 조절 기관이 아니다. 정상적인 상거래에 개입해서는 아니 된다.  혹시 공정위에서 닭공장을 직영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공정위 사무실 곳곳에 양계장 시설을 하여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나눠주기라도 할 심사인가?

물가는 그렇게 잡히는 것이 아니다. 구관이 명관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든간에 경제 분야에 왕 초보이거나 포퓔리슴에 영합하는 사람에게 위원장 감투를 준 문재인 대통령을 칭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 국민들도 교촌 치킨 사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경제원리에 충실한 사업가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기업가를 억덕 기업인으로 매도하거나 적대시하여 사업 의욕을 꺾으면 기업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결국 맛있는 교촌 통닭 같은 것도 못 먹게 되는 불편을 겪게 되거나 정말로 더 비위생적이거나 악덕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여 우리를 후회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급격한 정부의 사회 변혁은 사회혼란을 자초할 수 있고 나라를 서서히 망하는 길로 이끌 수 있음을 문재인 정부가 경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