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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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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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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9단의 책은 좋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생각이 답을 부른다는 보편원리를 제시한 것은 역대의 유명한 저자들의 의견과 공통된 것인데, 생의 긴 경험을 통해서 이를 터득했다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그러나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질문은 답을 부르기 때문에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한 면이 있다. 가치로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답이 오는데 답이 오는 원리는 동일하다.. 저 정석에서 꼬부림을 먼저하면 어떻게 되나? 라는 질문을 던져도 답이 오고 어느 고전의 한 구절에서 끊어읽기를 다르게 하면 어떻게 되나? 라고 해도 답이 온다. 한 사람은 바둑인으로서의 성적이 좋아졌을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능엄경의 구절을 깨우쳐서 해탈을 얻었다고 하는데 답이 오는 원리는 동일하다.. 삼성회장단에게 강의를 했다는 기사를 하나 보았더니 기자가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세고에 선생이 한국에 10년 만에 얼굴보러 왔었다고 써놓았는데 그 스승은 세고에가 아니라 후지사와라는 것을 누구나가 안다. 책에도 나와 있는데 기자는 아마도 바둑인이 아닌 모양이고, 책도 안본 모양이다.. 생각법은 좀 읽을 만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그에 대한 이러저러한 논란이 덜 들리는 편이다. 조국수가 노년의 초입에 편해보이니 상대적으로 이창호가 아쉬운 마음이 함께 생겨난다. 어린 이창호에게 경악했던 그 시절을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과연 이창호에게 다시는 빛나는 시절은 오지 않을 것인가 생각해보면 여전히 아쉬운 느낌이 있다. 물리학과를 나온 후배가 있는데, 지금은 다른 분야에서 일한다. 이야길 들어보니 그 자신도 언젠가부터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물리학과를 나와서 영어까지 잘하니 세상에 모를 것이 없을 것 같은데 40대 이후에는, 청년들과 비교해보면, 다 아는데, 처리속도는 따라갈 수가 없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단순히 연령에 관한 문제인지는 좀 의심의 여지가 있다. 그의 외모를 보니 이전에 비해서 살이 빠져서 표가 난다.. 체중을 물어보니 표준체중보다 적게 나가고 있어서 홍삼정 한박스를 들려주면서 이론을 따질 때가 아닌 것 같으니 일단 살을 좀 찌우라고 권했는데 이창호의 모습을 볼 때에도 항상 그 생각이 난다. 체중에 여분이 없으면 회전이 잘 안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장기휴식이 필요하다. 조 9단이 어느 정도 회춘하는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겹쳤을 것이다. 하나는 강제휴식, 그리고 이후에 금연을 통해서 체중을 불린 것 등이다. 등산과 체중, 강제휴식이 결합되었으니 제 2의 인생을 어느 정도는 구가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이 9단도 일단 체중을 늘려보길 권하고 싶다. 어려서의 우량아로 돌아간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말이 많았는데도, 한번도 장기휴식이 없었던 것을 알고 있는데 아쉬운 일이다. 이세돌의 경우도 어떤 사건으로 말미암아 반년 이상의 휴식이 주어졌다. 어쩌면 하늘이 주신 기회이다. 게다가 그 반년도 원래는 예정보다 줄인 것이다. 일이 이루어지는 데엔 의식적 작업만으로 안되는 것을 누구나 안다. 잘 안될 때엔 아무 대책없이 쉬거나 포기하는 것이 약으로 듣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세돌은 은퇴조차 생각을 해보았다고 책에 썼던 것 같은데 그렇게 포기심리로 살다가, 사정이 바뀌어 돌아왔으니 이건 반년의 의미가 아니라 환생한 것과 비슷하다. 이세돌과 조훈현의 경우가 비슷한 것이다. 이에 비해서 이창호는 한번도 그런 기회가 없었다. 그런 권유가 많이 있었을텐데 건강이 나빠질 무렵에 강권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지금의 조국수라면 조언을 해줄 경험이 있었겠지만 당시의 조9단은 자신의 미래를 염려할 상황이었으니, 마땅히 그런 역할을 해줄 사람이 없었나보다. 게다가 타고나길 바둑신선으로 타고났으니 그의 운명에 누가 간여하려 했겠는가? 어찌보면 공평한 것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의 마른 모습을 보면 아쉬운 느낌을 갖게 된다.. 내가 당장에 지금부터 두 그릇 먹자고 했더니 우리 후배는 하는 말이 소화력이 어쩌고 하는 답을 했는데, 그건 이론이 개입할 만한 영역에서의 문제이고 눈에 띄게 한 측면에 문제가 있을 때엔 이론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마구 먹어서 조금 무언가가 돌아가는 느낌을 주도록 한 후에야 이론이 개입되어도 좋을 것이다.. 두번째 인생이 잘 찾아온 조 9단을 보면서 한편 다행스런 느낌과 현대바둑의 3대영웅 중에서 유독, 이창호만 활력이 적어보이는 느낌에 아쉬운 느낌을 다시 한자 적었다.. 요즘 이세돌을 보라, 확실히 그도 두번째의 생을 맞은 느낌이 아닌가? 이 세돌 9단의 경우 또 하나 이채로운 것은 머리길이 상태를 통해서 변화가 전해지곤 한다는 점인데 이건 좀 묘한 일이다. 원래 머리길이로 변화를 알리는 방식은 여성들의 것인데, 남성에게서 이런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은 섬에서 자란 그의 천품이 아직 보존된다는 징표처럼도 보인다. 그가 아마 상대적으로 고립된 섬에서 적은 인구와 어울려 보존되지 않았다면 그의 독특함을 보존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도시생활에서 어느 정도 논란이 있었던 과거도 있었지만, 그도 이제 세상을 어느 정도 겪었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 야생성이 보존되고 있음이 전해진다는 점에서, 어쩌면 뒤에 태어난 것이 덕이라고, 조이사제의 시행착오를 상대적으로 빨리 겪은 듯한 이세돌의 행로 상의 행복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을의 전설에 주인공처럼 길게 길렀다가, 또 지금처럼 변화를 주기도 하는 면모를 잘 간직하기 바라는데, 호흡만 맞출 줄 알면 수영을 한 주에 한번 정도 하면 컨디션 조절에 좋을텐데, 어쨌든 잘 되기 바라는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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