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부르는 사랑이 지나가면,을 들어보았다. 좋았다.

그가 이번에 내었다고 하는 다른 곡도 들어본 것이 있는데 쿵따리샤바라가 독특했다.

그 성급한 노래를 하와이안 스타일로 편곡을 하다니 누구의 주제인지 모르지만

창조성이 있어보였다..

사랑이 지나가면은 이문세의 노래일텐데, 그는 목이 문제가 있다고 하고, 아직 목이 싱싱한 아이유가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사랑의 지나감을 잘 노래하는 모습이 묘하게 섞여보였다...

이문세의 노래를 지은 작곡가는 아마도 지난 사랑을 노래했겠지만

지금 부르는 아이유는 아마도 자신에게 나중에 지나가기 위해서 찾아올 그 사랑을 기다리는 노래처럼도 들렸다. 원래 그런 것 아닌가? 지나간 사랑은 사람을 그립게 하고

또한 아직 오지 않은 사랑은 궁금해서 그립다.. 그렇게 우리는 그리워하면서 인생을 산다..

어쩌면 그러한 그리움의 뭉치를 일러서 우리들 자신이라고 부르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모든 그리움이 결국 나에게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날 때에

비로소 우리는 모두가 알고보면 한 인간임을 느끼게 된다.. 오직 한 인간이 다양한 모습을 살고 있는 것을 느끼면, 그 다양함 속에서 아무런 일도 없다는 말도 들리기 시작한다..

더욱 아무런 일이 없으려면 결국 바둑판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 대지도 허공도 찢어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능엄경에서 부루나가 물은 질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욕심을 버린다든가 삼독심을 운운하는 것은 흔히 생각하는 식의 도덕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를 알아야 바둑판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계가를 잘 하고 포석을 잘하고, 전투력이 뛰어나고 그런 것은 모두가 판 안의 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백봉은 50대가 된 후에 그런 발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이제 50대의 절반해탈심을 가지고 전력으로 사투했다고 한다.. 한일합방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 80년대 중반에 떠났으니, 활동기간은 대략 20년, 그러나 인연있는 사람에겐 뜨거웠던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조주스님은 사정이 정반대다.. 조주는 열 네살 무렵에 남전을 찾아갔는데

어디서 왔는가? 라고 물으니 상서로운 코끼리의 동산에서 왔다고 해서 누워있던 남전을 일으켰다고 한다.. 소속을 물으니 환절기에 감기조심하시라고 해서 남전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18세에 도를 물었고, 57세에 스승이 떠나자 삼년상을 다 치르고나서 천하를 순행하면서 더욱 단련했다고 한다.. 임제록을 보면 임제를 찾아온 조주가 조사서래의를 물었더니 발씻는 중이오,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의 무수한 대통령병 환자들과는 달리

18세에 지견이 열린 천재가 60세까지 장양을 하고, 다시 20년을 유력하고 있으니

이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제발 그만 정착하시라고 해서 마지못해서 조주에 정착을 했다는데

묘하게도 그러고나서도 40년을 더 살았다고 하니 정말 믿을 수가 없다.. 요즘도 120세면 세계최고수준인데, 예수기원 10세기도 안된 시절에 120세의 노인이 차나한잔 하라고 덕담을 하고 있으니...

아이유의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마쉬멜로우라는 노래였는데, 그 이후에 이따금 보면, 총명한 기운이 있어서 가수를 하기엔 조금 성향이 다르지 않은가 하는 느낌을 주곤 한다..

혹시 내가 조주스님처럼 오래오래 살면서 도가 익으면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나오는 열차여행길에서, 나이먹은 아이유를 만나서 달마가 서쪽에서 오신 까닭을 전해줄 수 있을지 이따금 망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