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택시는 어디서 기다리고 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IMF를 겪으며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택시업계에도 직격탄을 맞았다

합승하던 시절이었는데 빈차로 다니는 시간이 늘고 연료비도 계속 올랐다

그 시절 웃지 못 할 그러나 웃지 않고는 못 배길 이야기 하나 소개한다.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빈 택시들이 줄을 이어 늘어서 있었고

이유 불문 차례대로 손님을 모시고 있었다.

늦게 온 사람들은 아예 장기판이나 바둑판을 꺼내 놓고 장기전에 돌입하고

선두 몇몇만 찌가 올라오기를 눈이 빠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 두 사람이 가벼운 언쟁을 하고 있었는데 대충 들어보니 돈 문제였다.

장사가 안 되도 기분은 있고 어저께 모임에서 끝까지 달린 종마들이었다.

후기를 들어보니.

1~2차를 거쳐 두 사람 포함 몇몇이서 마지막에 가요주점엘 들렀나본데

그때만 해도 가끔들 하곤 했던 일이다

물론 택시 벌이론 부담되는 일이지만 당시 벌이로 일주일 정도 잠수타면

분담금 복구가 가능했다

지금은 그대로 빚이 되지만.

상에 따라 당시 50만원에서 100만까지 기분에 따라 다양한데

이들은 누가 오버 했느냐가 아니라 두 사람 중 한사람이 중간에 도망을 간 모양이고

총액대비 분담금을 주장하는 이는 한배를 탔다는 논리고

분위기보니 감당키 어려워 빠진 이는 기본금만 분담하겠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었다.

나는 한사람이 쫀쫀하게도 보이고 또 한사람이 억지 같아 보였지만

나 같으면 같은 배를 탄 논리에 손을 들어주고 싶어 입이 간질거렸는데 참았다

우리네 삶엔 진실과 정의는 그때그때 다르고 꼭 밝힐 이유도 사실 없다

시험을 치러 만났든 흘러 흘러 만났던 같은 환경에서 생활한다고 같은 레벨이라 볼 수 없고

가치관의 차이는 엄청날 수도 있다.

뭔가 소통이 잘 안 되는 듯 목소리와 안색들이 굳어져 갈 때

손님이 나왔다

불편한 언쟁이 싫었던 듯 한사람이 반색을 하며 달려갔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친구야 나중에 이야기하자”

하며 손을 흔들었고 다른 이는 마지못해 화답했다

“그래 조심해”

그리고 나하고 다시 얘기하면서 못내 분한 마음을 토로하기에 위로해주고 있는 사이

다시 손님이 나와서 그 사람 차례라고 다음에 보자고 인사하고 갔다

그런데.

바로 차에서 내리더니 괴성을 질러 댄다.

얼떨떨하며 뒤따라 차에서 내리는 손님과 우리는 모두 그에게 시선이 쏠렸다

“이 xx 새끼 머 이런 새끼가 다 있어.”

돌연한 사태에 주변은 고요했고 너무나 격한 행동에 잠시 적막이 흘렀다

“아니 왜요.? ”

처음엔 동료들이 생각한 것은 손님과의 시비가 생긴 걸로 알았지만 승객은 여자분 이고

재차 물어 보았다가 우리는 파안대소를 하였고 몇몇은 대굴대굴 구르기도 했다

여자 승객마저 배를 움켜쥐고 주저앉아 버렸다.

이유는.

두 사람의 차종과 색깔이 같았던 게 원인이었고 순서가 1~2번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언쟁 중에 서로의 순번을 순간적으로 착각했고

먼저 간 동료는 미묘한 자리를 빠져 나가기 좋은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또 튄 것인데.

남의 차를 몰고 간 것이다

“이 x새끼 내차 몰고 가면 나는 어쩌란 말이고.”

우리는 눈물을 흘려가면서 웃어야 했고 그 눈물 머금은 얼굴로 위로해야 했다

“친구끼린데 차도 바꿔가면서 일하면 되지요. 얼른 손님 모시고 가야 우리도 돈 벌죠.”

그 사람의 그때 얼굴을 떠올리면 지금도 한참 웃는다.

차마 차체 손상 날까 타이어를 몇 번 걷어차다 결국 발가락을 움켜지고 주저앉을 땐

우리는 거의 몰살지경에 이르렀다.

사람 사는 요지경속에도 웃음은 있고

나의 굴욕이 가끔 다른 이에게 거름도 되고 바람도 되어 힘을 덜어 줄 수도 있다.

먼저 간 친구는 곧 차가 바뀐 것을 알았지만 열차 시간에 쫓기는 손님 때문에

결국 역까지 가야했고 훗날 두 사람의 이야기는 험악했다는 정도만 밝히고

그 후 두 사람은 그 단골 코너에서 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