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마지막 아름다움에 젖어들 때 짐작뿐인 슬픔이 뒤를 따르고

인생도 계절도 가을이라 뜻 모를 외로움은 사춘기 소녀 같고

먼 산 바라보니 외면했던 미운털과 허물마저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이런저런 인연들을 떠올려보다 가장 먼저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으니

내가 오로맥아더라 칭하는 그대그시절.

그님을 뵈러 초가을 길 접어 접어 내장산으로 떠나려 한다.

이미 고인이 된 만석님과 함께 인연의 시작인 고성 바닷가에서 처음 뵈었고

공주로. 서울로. 인천으로. 팔공산으로...

연로하신 노병을 참 많이도 불러 죄스러움이 끝이 없다

그래서 올해는 꼭 직접 찾아뵙겠노라 다짐했고 언약도 했었다

찬바람이 불면.

주변엔 스타들이 많다

칼질하고 하얀 분바르고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죽을 고생하면서

얼짱 몸짱으로 한류면 뭐하나 예쁘고 멋진 피가죽 지키며 살려니

보여주기 위한 삶이 인생이 되어 버린 걸.

그렇게 자기를 보고 좋아해 달라고 별의별짓 하면서 인기를 모으다

정작 집 앞만 나서도 그들이 성가셔 사람을 들여 그들을 막으면서.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 정겨운 마음들과 모여앉아 낮술에 붉어 진 얼굴을

단풍 탓이라 우기며 젓가락도 마다하며 엄지 검지로 안주를 한 움큼 넣고는

입가의 뿌연 막걸리 자국 훔쳐내며 잔을 들어 다시 권주가를 부를 것이다

무엇이 허물이 되고 애써 내숭이 필요하겠는가.

서로가 서로에게 스타인데.

이미 서로를 익혀 알고 늘 처음처럼 설레는 맘들과 처음이 지기 같은 맘들이

19로에 흑탄백탄 번갈아 놓아보는 수담은 술잔에 비친 초가을 정취와 함께

훗날 나에겐 작은 전설이 될 것이다.

이때쯤이면 나도 뭔가 정리가 되리라 생각했고 좀 가벼운 마음으로 가려했는데

뭔가 끝내기에서 좀체 마무리가 안 된다.

추석 전에는 모든 것을 종결하고 차도 바꿔서 새로운 마음으로 나서려 했는데

또 미루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다가 보따리를 사기로 했다

노병은 이미 오래 전 글쓰기를 중단했고 이제는 읽기마저 불편하시다 한다.

그리고 요즘은 배팅으로 전업해서 올인 하고 계신다.

용맹한 맹호가 되어 돌아오셔서.

노병이 외로울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돌아보니 나도 노병이 되어 있다.(__)

세월은 그렇게 느낄 때쯤에 이미 목적지가 보인다.

처음 광장에서 김삿갓으로 마음 따뜻하고 유쾌한 글로 만났을 때만 해도 느낌이

우리 또래라 생각했는데.

어쨌든 이제 우리는 나이와 호칭을 떠나 모두 친구가 되었다.

글과 바둑으로.

동안 모임마다 참석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신세에 보답코자 찾아뵙는 길에

당근돼지님과 황소님이 합류하기로 했고 혹 인근에서 시간과 인연이 닿거나

노병과의 시간에 동행하고 싶은 분은 메모를 남겨 주시라.

1차. 전주. 10월6일 7시.(1박) ==> 2차. 내장산 10월7일 12시.(1박2일)

(wby303@naver.com)

그리고 인근에 계신 나무나루님이 연락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