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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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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위말힐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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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전날 쯤에 책방이 새로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는 가보았는데 유마경이 하나 있었다. 요즘 책방은 문화공간으로 변화를 도모한다더니 서점 안에서 책을 볼 공간을 설치해두고 있었다. 그것도 미어터지는 식이 아니고 상당히 여유가 있게 해놓았다.. 유마경에 대해서는 이제 이곳저곳 인연이 축적되었으므로 머지 않은 장래에 졸업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든다. 저명한 고전들 중에는 졸업이 임박한 느낌을 주었던 경우가 많지만 대개가 아직도 미흡하다. 유마경을 졸업한다면 불이법문에도 정통하고 그리고 위말라힐티가 왔다는 그의 고향인 아촉세계인지 향적불의 세계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없어지게 될 것이니 벽암록에 나오는 유마일묵의 공안 쯤이야 이미 팔만 사천년 전 쯤에 투특하고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유마경에서 가장 오랜 추억이라면 아마도 관중생품과의 만남일 것이다.. 어느 날 관중생품을 보게 되었는데 누군가가 묻기를 보살은 중생을 어떻게 봅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 비말라킬티는 답하길, 이렇게 봅니다. 저렇게 봅니다. 하고 답을 하고 있었다. 그 말 자체는 어느 정도 친근한 상태였는데 그날은 읽다가 보니까 내용의 흐름이 좀 이상해뵈었다. 좀 이상하군, 이러면서 다시 앞으로 가서 읽어보았더니 그제사 말뜻이 조금 전해져 왔다. 유마힐은 중생이 없는 것을 보살들이 본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노자가 말씀하길, 성인이 만물을 풀강아지처럼 본다고 하던 말이나 같은 뜻이었다.. 다만 오온이 공이라고 원리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을 뿐이었다. 아마도 유마경과의 첫 추억이라고 할 것이다.. 그 뒤에 유마힐의 출신지에 관한 내용이 친근해지면서는 불세계마다 의사소통의 방식이 다르다는 내용도 친근해졌다. 우리는 소리와 의미와 에너지로 조합된 communication을 사용하지만 향적불의 세계에선 향기가 곧 말이고 설법이고 의사소통이라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런 내용이 좀 공상과학영화같은 느낌이었지만 시간이 오래 흐르자 오히려 우리 지구도 그런 에스에프 속의 한 별과 같은 객관성이 조금 느껴지게 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중간에 있는 입불이법문품을 친근하게 되니 유아일묵은 자연히 더욱 친해지게 되었는데, 어느 날 보니 유마가 침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이 바로 유마힐이라는 관점으로 바뀌기도 했었다. 관자재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반야바라밀다가 바로 관자재보살이라고도 느껴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막스 피카르트라는 서양학자의 책제목도 아주 멋져보이게도 되었었다.. 막스 피카르트의 작품을 지금은 그 손녀가 보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양에서도 날마다 유마힐의 침묵이 함성을 외치고 있는 셈이다.. 침묵은 적정이기도 하고, 적정은 곧 적멸이기도 하니까, 결국 유마힐은 적멸이고, 적멸이 유마힐이라는 모양새를 하고서 병환을 참칭하여 유마경이 꾸며진 셈이다.. 그 앞쪽은 매우 유명하다.. 유마힐이 몸이 편찮다는 소문이 들리자, 세존은 주변의 동지들에게 문안을 가볼 것을 권했다.. 아마도 당사자 두 사람은 그 어떤 일에도 일이 없음을 잘 알기에 거래가 어색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자 유마경의 편집자는 성문승들과 보살들을 총동원해서 대승적인 관점과 아닌 관점을 사람을 통해서 매우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성문승 열 사람, 보살들 몇 사람들이 등장해서 변견을 제시하고, 그랬다가 위말힐티에게 쿠사리 묵었던 추억을 거론하니 무엇이 정법이고, 무엇이 대승법이 되지 못하는 지가 사례연구를 통해서 드러나는 것이다. 그게 아마도 3장과 4장일 것이다.. 그러니까 3장과 4장에서 문병을 못갑니다. 하고 내력을 거론하다가 나중에는 모두 예선과 본선에서 떨어지자, 결국 몬쥬스리 보살이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관중생품이 나오고 불이법문품이 나오고 향적불품 등이 나오면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인데, 원래 스토리는 에고의 작란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런 증상심학의 스토리는 말하자면 환멸문에 해당하는 길일 것이다.. 이렇게 해서 본론과 결론까지가 대략 설비되었으므로 이제 서론을 꾸며야 하는데 서론에선 보적장자의 아들이 등장해서 찬송가를 부른다. 이런저런 부처님, 최고로소이다. 나도 당신을 따라서 잘 실천하여 해탈을 얻겠지요.. 운운하면서 노래를 하는 것이다.. 아마도 교회당에서 예배보기 전에 찬송을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도 같다.. 그러니까 보적장자의 아들의 게송으로 시작해서 유마힐 병이 들었고 성문승도 문병못하고 보살도 문명못하고 결국 문수가 나서서, 대화가 시작되는데 중생을 보는 관점이 다르니, 다른 관점과 안목이 바로 불이법문, 즉 중도가 된다. 그러자 인간계에서 발생하는 수준높은 토크가 법계에 널리 알려져서 양자역학적 속도로 다른 은하계의 보살들이 와서 모임의 품격을 지켜주게 되었고 그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이제 한판의 지평선축제가 끝나고 의례히 경문의 끝에서 그리하듯이 그대들은 이 수준높은 고전을 잘 보존하게 길이 간직하도록 하라... 이러면서 끝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주인공인 유마힐을 부러워해서 당나라의 왕유가 자기 별명을 왕마힐이라고 하기도 했었다는데 왕유의 300수에 달하는 작품집도 수년 전에 완역소개되기도 했었다. 유마힐은 위말라힐티라는 천축국의 발음을 한자로 소리번역한 것인데 현장법사가 의미번역을 할 때엔 무구칭이라고 고쳤다. 무구는 위말라에 해당하고, 힐티가 칭 즉 name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유마힐은 무구칭이 되고, 무구칭을 다른 말로는 정명, 즉 청정한 이름이라고 하기도 한다.. 옛날에 삼중당 문고 안에 든 책으로 잠못이루는 밤을 위하여,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 저자가 카알 힐티였다. 아마 독일 사람일 것인데 이따금 생각해보면 그의 힐티와 위말힐티가 무슨 연관이 있지 않나 생각되기도 한다. 사람이 잠못이루는 밤을 지새는 이유가 무슨 까닭이겠는가? 이순신장군이 깊은 시름을 한 배경에도 따지고 보면 그 어딘가 쯤에는 위말힐티나 칼힐티와 같은 실존적 번뇌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카알힐티가 잠못이루었던 밤에 대한 답을 위말힐티가 해주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생이 잠못이루면 보살도 잠못이룬다는 것이 유마힐경의 주제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서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던 차에 어디선가 일성의 호가가 남의 애를 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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