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소나무고 무심한 세월은 바람처럼 스쳐간다

나이테는 나 모르게 쌓여가고 푸석해지는 뼈마디엔 옹이가 덕지덕지 불어나도

매일 거울 앞에서 들여다보는 우리는 흰머리 조금 눈가에 선명해진 주름과

몇 개 빠진 이빨과 흔들리는 몇 개는 감추어져 있어 그만그만하다

그럼 우리는 어디서 무엇으로 늙었을까.

그것은 어저께 같은 날들이 몇 년이 지났고 오랜만이지하면 어느 듯 10년이다

내가 형님 하던 분들은 먼 길을 떠나신 분도 있고 누가 봐도 할아버지 같은 분이 앞에 있다

그리고 나보고 중년의 희끗한 사람이 형님하면서 머리를 조아린다.

그렇게 40대에 들어 온 오로에서 산천은 의구한데 바람소리에 몇 번 소스라쳤나 했더니

나도 잎만 푸른 소나무가 되어 있다.

사이버에서 만나서 오프로 이어지기가 여간 아니지만 희비도 엇갈린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와 전혀 의외의 느낌도 있고 짐작한대로의 안도도 있다

사이버에서 만나 오프로 이어지는 데는 여러 유형의 인연이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대창에서 만나 서로 좋은 이미지를 받거나 특별히 거래가(신세 등등) 있거나

그 외 취향이나 바둑대국 연고나 게시판 글에서의 호감도 등이 되겠다.

오로에서 만난 인연은 타 사이버보다 핵 약분력을 지닌 공통분모 바둑이 아닐까.

어지간한 허물은 문제가 되지 않고 또 사회적 구속력보다 더 큰 권위를 주기도 한다.

얼쑤님과의 인연은 그냥 대창에서 반기는 기우에서 어느 날 특별해지는 계기가 있었다.

오랜 숙적이 내기바둑을 신청하는데 자본이 딸려 꼬리를 내리는데 기꺼이 스폰을 한 것이다

나는 부담 없이 두게 되었고 결과는 2연승.

무려 10억 포인을 따게 되었고 나는 모두 얼쑤님에게 드리라 했다

(사실 증여 받을 포인도 없는 알이었으니까) ^^

그리고 라이벌 전마다 스폰을 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조금 더 각별해졌는데

마침 대구에 처제와 포항에도 친척이 있어 한번 만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여기에 대구에 계시는 새빛왕자님과 오방색님 다슬기님 산추님이 권이님이 서로 면이 있어

합석하기로 했고 이왕에 약속을 했으니 대창에서 친숙한 분들과 간만에 벙개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벙개라 선약들이 있었고

천화사붐과 산추님 둘리님 투스타님 천하아제님이 불참 하셨고 안타까운 일도 겪었다

배달의민족님이 모친상을 당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열흘이 지나 어찌해야 할지 몰랐고

괜 시리 벙개로 조금 늦게 연락한 내가 죄스러웠다

지금은 부디 영면하시길 비는 맘뿐이다.(__)

터미널로 마중을 가서 얼쑤님을 만나 왕자님에게 가서 두 사람을 모시고 나니 5시쯤.

허기가 몰려와 의사를 물으니 좋다고 했다

약속 시간도 좀 남아 간단하게 냉면으로 하자 의견 합의가 되었지만

토요일이라 교통체증이 심했고 맛집에 가자니 약속 장소와 반대 방향이라 고민하다가

근처의 기사식당으로 가게 되었다

한식뷔페라 가볍게 식성대로 먹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조금 허술하다는 마음은 있었다.

약속 장소에서 6명이 만났다. (다슬기님 오방색님 새빛왕자님 권이님 그리고 얼쑤님)

근데 한명이 생각이 안나 한참 헤매고 돼지새끼가 된 나를 찾았다.

군대 야그나 마찬가질 것 같은 바둑 베팅 게시판 이야기에 추억의 레전드들 이야기

그리고 각자의 직업과 삶의 애환들을 나누다 보니 6시에 시작한 좌석이 10시가 되었고

오방색님과 새빛왕자님은 건강과 개인일로 먼저 헤어졌다

그리고 우리도 헤어졌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다슬기님이 처음부터 제안한 페이로 모은 돈으로 1차 계산하고 남은 돈으로 2차로 향했다

음치라서 노래방은 싫다는 얼쑤님은 가자마자 노래제목을 말하는 게 아니라

아예 번호를 외우고 계셨다. ㅋㅋ

1시간 만에 다슬기님이 아웃 되어 부인에게 후송되어 갔고 남은 사람은 권이님과 얼쑤님과

그리고 책임감 때문에 술을 꼭꼭 씹어 먹던 선달이만 남게 되었고

여기까지 무난히 왔다는 안도감에 결국 선달이도 긴장이 풀려 뒤 늦게 시동이 걸렸는데

한 시간 정도 더 노는 과정에서 소주 안주가 션찮은 탓인지 배탈이 났다

객지에 혼자 주무시게 안한다고 마지막까지 버티고 버텼는데 계속 꾸루룩거림에 타올.

할 수 없이 속 풀이로 국밥 집에서 헤어진 시간이 새벽 3시. (장장 9시간)

권이님에게 숙소를 정해 드리라 부탁하고 먼저 집으로 왔는데 밤새 들락거렸다

다음 날도 속이 가라앉지 않아 숙소로 찾아가지를 못하다가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

10시쯤 전화를 하니 방금 택시를 탔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번엔 타이밍을 잘 잡았다 싶어 집 근처를 불러 황태집에서 마주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죄송하다는 변명과 어저께 모임에서의 부족한 점 양해를 구하고

이게 첨이자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서로에게 추억 하나씩 만들었다고 서로 웃었다

그래도 그나마 해장국이라도 마주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 했고

서로의 신비를 깬 아쉬움과 준비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닌 참모습으로 따뜻함도 나눴다

그리고 다시 대창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모두 감사했고 부디 편안 하시고 건강하셔서 다시 어리석은 향연을 즐길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