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해지는 봄날에 먼 아지랑이 바라보다 세상에 무능함을 자책하며

가족들에게 내 삶을 당겨서라도 좀 더 많은 것을 안겨주고 싶다는

조급증에 빠져드는 자신을 돌아보며 오늘보다 늙었을 내일에 한숨짓는다.

조금 더 성실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매번 한도초과 붉은 빛에서 멈추고

노을 빛 짊어지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늘 지쳐있다

그래도 내가 있어 지금이 가능하다고 위로하자니 애틋한 식구들의 얼굴이

선술집에서 흘러오는 삶은 고기냄새에 흐릿해지고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은지 오래라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운명처럼 이끈다.

왁작 지껄한 소음 속에 모두가 오늘이 불만스럽고 내일을 불신한다.

스스로를 변명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서로에게 위로 받으려 악을 쓰다 보면

술잔은 끝없이 오르내리고 운명을 다한 술병들이 탁자를 메워 가니

미안한 마음은 어머님 딸내미 집사람의 얼굴이 되어 망부석처럼 바라본다.

멈칫 고개 들어 시계를 바라보니 애초엔 늦었고 술시로는 아직 이른데

잠깐의 갈등은 재촉하는 동료들의 건배 속으로 묻혀 버리고 잔을 높이 든다.

다시 오늘을 술 한 잔에 따라 마시고 내일부터를 집어넣고 씹고 또 씹는다.

그리고 무심히 피워 문 담배 내뿜는 긴 한숨은 천정 백열등을 휘감고 돈다.

서로가 가 보지 않은 길을 잘도 인도한다.

스스로 한도초과에 부닥쳐 내일을 불신하면서도 남의 일은 일사천리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 누구도 나의 일을 대신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들은 막대기 하나로 쓰러질지언정 서로가 기대어 사람이 된다.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받으며 마음은 넓어지고 얼굴은 홍조를 띄운다.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겁나는 것 없는데 다리는 풀려있다

그리고 바둑이가 제일 반겨주는 일주문을 넘어 안타까움과 섭섭함으로 바라보는

사천왕문에서 잠시 머리 조아리고 지친 몸뚱이는 맥없이 쓰러진다.

잠결에 비 오는 소리가 들린다.

푸석한 일상이 촉촉해지면서

슬픔과 기쁨 추억 속으로 달려간다.

행여 나는 보지 못하더라도
평생이 이 하루를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지금 나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