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군 서진산 중턱에 위치한 선석사는 성주군에서는 가장 큰 사찰이다. 경북 지역의 다른 사찰들과 마찬가지로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 버려 창건 연대, 창건 인물 등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성주지에 의하면 신라 말 의상대사가 화엄 10찰 중 하나로 창건했다 한다. 처음엔 신광사라 했으며 서진산 서쪽에 있었으나 고려 말 현 위치로 옮기며 선석사라 개명했다. 그 후 중창을 거듭하다 현재 가람은 1804년(순조 4) 완성되었다.

세 전각 모두 맞배지붕으로 휜 나무를 자연스럽게 대들보 삼아 단아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앞산에 있는 세종대왕 태실을 바라보며, 아랫마을의 살림살이를 궁금해 하며 내려다보고 있고, 소나무, 느티나무, 대나무가 절집보다 오래된 듯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건물들과도 어울려 절집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문헌참조)

산사를 찾아 나서는 것이 인연에 의한 업이라 생각하고부터

사소한 것에서 예사롭지 않음을 자주 느낀다

선석사는 지난 주 인가. 계획을 잡았다가 우천에 왠지 발길이 나서지지 않았는데

오로 대화창에서 배달님이 우연히 권해 왔고 출근 준비하던 우렁각시 입에서.

“이번 주 가까운 곳으로 산사계획 잡아보죠.” 하는 것이다

“그래 안 그래도 방금 한 기우님이 선석사를 권해 왔는데 저번에 미루었으니 함 가보자”

“아무래도 인연인가 벼.”

예전에 남해 보리암을 계획하였을 때 세 번 만에 가게 되었었는데

한번은 차가 고장이 났고 그 다음엔 전날 내린 진눈깨비로 38중 충돌이 일어났었는데

고속도로에서 정체중 가다서다 하는 와중에 뒤에서 느닷없이 달려 온 차량에 추돌 당하였다

그런데 이 여자 운전자가 지레 퍼붓고는 싸가지 없는 짓을 해대는 바람에 신고하고

운행은 가능했지만 그 기분으로 산사 길을 나서지 못해 돌아 왔었다

지금껏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때로는 분위기 때문에 흘려 넘어간 적도 많았다
선석사는 산만한 기억으로 오래 남을 듯하여 잠시 남겨본다

주말이라 다니러 온 딸내미 꼬여 데려가려고 했더니 요 지지배가 꾀를 부려 포기하고

터미널까지 배웅해주고 바로 나섰다

네비를 믿고 가야하는데 원래 산사 검색을 하면 메인 위치가 맨 앞에 뜨는 게 일반이다

그렇게 출발했는데 요 지지배는 엉뚱하게도 면소재지 중간 공터에 몰고 가 다 왔덴다.

어이가 없어 (이년이 또 병이 도졌구먼) 하고 다시 검색을 하니 주자창이 다음으로 떴다

사실 네비도 맹신 할 것이 못된다고 어지간하면 아는데 까진 이정표로 간다

그런데 외길 밖에 없는 참외하우스 길을 오른쪽으로 가라고 연신 수정안을 제시하고

인적 없는 길을 한참을 가다 운 좋게 버스 정류소에 두 여인을 만났다

“말 좀 묻겠습니다. 선석사를 갈려는데.”

“아 예. 근데 우리도 객지사람이거든요.”

“..........................”

할 수없이 좁은 도로에서 어렵사리 차를 돌려 못 미더운 도우미 지지배에게 의지했다

그렇게 한 참을 가다보니 선석사 이정표가 보이고 이번엔 좌측으로 가라고 했는데

비닐하우스 사이로 작은 농로 길이 나타나는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 길은 반대편에서 오면 도저히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온통 비닐하우스인데다 그 코너에 유독 불거지게 하우스가 튀어나와 있었으니

이정표도 없는 곳에서 그냥 지나치는 게 당연한 상황이었다.

“지지배가 지딴에 잘한다고 했구만. 미안타”

내 잘못을 인정하고 좁은 길을 굽이굽이 들어가다 보니 멀리 선석사가 보였다

이번엔 좌측일 것 같은데 또 우측으로 가라고 하니 미심쩍어도 전례도 있고 해서 따랐는데

이런 된장 할.

홍수로 사태가 일어나 길이 사라 진 막다른 곳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 지지배 참 가지가지 하네.”

다시 차를 어렵사리 후진해서 선석사에 다다르니 법당 곳곳과 뒷산 산사태로

중기와 트럭 인부들로 분산하였다

에혀.

산만한 심사에 산사마저 어수선한 가운데 법당에 엎드렸다가 마주한 세종대왕태실에 올라

솔숲의 푸르름과 맑은 바람소리에 위로 받고 하산하였다.

휘어진 채 선석사 일주문이 되어버린 소나무^^

수령 200년이 넘는 느티나무

 (종무소 담벼락의 벌떼들 생명 우선인지 참배객의 안전도모 우선인지.)

 

삶이 이 빠진 동그라미의 짝 찾기 여행이라면 나는 애써 떠날 이유가 없겠다

가까이서 느끼지 못할 때 먼 곳을 동경하고 많은 상상 속에 계획도 세우지만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삶이라면 아무리 나아가 이루어도 갈증을 느낄 것이고

아쉬움을 그렇게 메워가려하지만 실상 모자랄 것도 채울 것도 없을지 모르니

허전한 공간이 소통을 위한 여백이라면 차라리 채워짐을 두려워하자

 

장인은 많은 것에 능하지 않음이니 나와의 교감이 자연스러움을 찾아 소통을 하고

각자의 삶이 달라도 그 본질은 하나라 거슬러 반전을 꾀하느니 순응함이 순리리라

그것이 나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라면 삶 또한 비교하며 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만의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나를 바로 말하고 남을 대신할 수도 있으니

세상의 신세를 갚는 길은 나의 자리를 찾아 지키는 것일지 모른다.

 

환경의 허물을 나를 돌아보고 추스르는 거울이라 생각하고 바람구멍 하나쯤 열어놓자

작은 물구멍 하나가 둑을 무너뜨리지만 바람구멍 두어 개는 집안 공기를 순환시키고

태풍에는 초가삼간을 지켜주는 큰일을 할 수도 있다.

때로는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어도 문을 걸어 잠깐의 안주에 나를 가두지 말아야겠다.

나만의 생각으로 떡수를 주물러도 나의 뚝배기는 만들어 질 것이니까.

 

사군자가 선비라면 소나무는 기상이나 정조로 보아왔건만

여기 선석사의 자유로이 굽어 자란 소나무 군락에서 청아한 바람소리를 들으니

올 곧아 선명함에 비록 굴욕의 오해를 비켜간 듯해도 그들은 푸르른 소나무였고

어차피 보지 못하는 나에게 애써 그들의 자유로운 유영을 가르쳐 무엇 하겠냐고

바람을 숨기고 솔 바다 자맥질 끝에 내뱉는 맑은 휘 바람 소리만 들려주었다.

 

2013.4.29 선석사에서 法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