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2시.

매일 3시 전후로 일어나 일을 나가지만 늘 이불속에서 빠져나오기가 고통이고

환경난제와 더불어 잠깨기 위해 피우는 담배는 금연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거의 매일 우렁각시랑 저녁에 한잔씩 하기에 요즘 패턴으론 좀 이른 시간인데

비몽사몽 일어 난 것은 오늘 낼 세금 문제로 조금 서두른 것이다

술도 일주일에 두어 번 하던 것을 요즘은 반대로 두어 번 빼고 줄 창 퍼 댄다.

숙면을 취한다는 것이 가장 큰 명분이고 그리고 대화인데

워낙 팍팍하게 돌아가는 살림이라 수시로 의논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술을 거의 못하든 집사람과 집에서는 술을 배운지 40년이 넘도록 평일에는 물론

명절에도 음복조차 안하던 내가 어찌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사유인즉.

산사 길을 계획하고 속세에서 출가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모임에서 탈퇴하고

두문불출하고 오직 집안일에만 매달린 지도 어언 6년쯤 됐나.

할머님의 극락왕생을 빌며 3년여에 걸쳐 108사찰 108배 순례를 무사히 마쳤지만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마치고나니 도리어 업이 되었고

다시 시작한지 35회에 올해로 할머님이 100수 천수하고 가신지 벌써 3년이니

아마도 그리 된 듯하다.

그때부터 집에서 거의 나가지 않았는데 비 오는 날이면 오히려 이내 목은 메말라

따뜻하고 촉촉한 정서를 가진 사나이가 방콕해서는 안된다고 아내를 꼬였다.

처음 몇 번은 동촌 유원지 포장마차를 찾았지만 번거로움에 경비도 만만찮았는데.

“나는 자기가 만든 것보다 훨 못한데 자기는 괜찮아.”

“응……. 나보다야 못하지만 그런대로……. 그래서 나보고 만들어 달라고.”

“그래. 경비도 1/5 정도면 될 것 같고 자기도 쉬기 편하고…….응응”

번거로움 해소와 경비절감 차원에서 그렇게 시작 됐는데

집사람은 나를 위로 한다고 곁에서 못 먹는 술을 홀짝거렸고 잔심부름도 척척.^^

그런데 첨엔 도대체 술 맛이 쓰고 취하지도 않더니 갈수록 적응이 되더라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경비가 엄청 절감되고 밖에서 한번 먹을 거면 한 달은 포식한다는 것인데

오가는 차비만으로 편하게 해결하다보니 아예 술판 계산이 안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은 술에 관한한 검소함을 넘어 아예 왕 짠돌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다 요즘은 우렁각시에게서 한잔하자는. 아예 한잔해야겠다는 소리를 종종 들으니

이 또한 격세지감이라.

그래도 만원의 행복 그 원조는 우리가 아닌가 한다.

자가 발전하는 김치찌개. 두부찌개. 오뎅탕. 골뱅이 통조림 사다가 무침 회에

온갖 찌꺼기 넣고 끓이는 정체불명의 잡탕에다 계절 특미까지 이 다양한 메뉴가

소주(1~2)와 캔 맥주1개를 곁들여 단 돈 일 만원 내외다.

여기에 우렁각시 월급 날 나오는 특식으로 팔보채나 양장피 탕수육도 있지만

내가 음식 만들기 귀찮을 때 대체로 시켜 먹는 것은 삐약이.

그런데 지금 기억해내지 못하는 다양한 안주 감들도 많은데 요즘은 문제에 봉착했다

자주 먹다보니(오늘 안주는 뭐하지.) 하는 것이다. ㅠㅠ

돈은 아무리 벌어도 수시로 가출하고 아무리 문을 걸어 잠가도 쓸 일은 비집고 들어온다.

우렁각시에게 늘 이른다.

“그러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머리 먼저 내미는 놈부터 치는 거야.”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날 못보고 갈지도 모르지만 살아온 만큼은 멋진 날이 되는 거야.”

“네네.”

평소엔 죽이 척척 맞지만 애들 문제로 부딪치면 한 번씩 홍역을 앓는다.

다들 그리 산다지만.

그런데 오늘 저녁 안주는 뭘로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