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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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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기보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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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작성을 왜 안해보는가 라는 글을 보고나서 느낌이 좀 안맞아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우선 경험을 위해서 프로가 기보작성을 자원해보는 것은 좋으리라고 본다. 그러면 김 성룡 9단이 말한 바와 같은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과거보다 그 가치가 좀 떨어졌다는 느낌도 들었다. 요즘은 기보가 날마다도 많이 쏟아져나온다. 사이버오로에 소개되는 것 말고도 중국 것과 일본의 기보를 합하면 이미 공개된 기보의 숫자가 아마도 평생 소화하기도 힘들 지 모른다. 이건 무슨 말인가 하면 이제 프로기사의 실력을 갖추고나면 스스로 실력을 증강시킬 흐름을 개발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보면 다른 활동을 굳이 할 필요도 시간도 없을 지 모른다. 가령 세계대회의 기록원으로 프로가 하루를 참여한다고 치면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다. 제한시간 두세시간의 바둑을 기록하고나면 사실 상 하루가 다 지난다. 바둑은 정신의 문제이므로 하루의 인상이 그날에 그치지 않는다. 이게 좋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생활의 흐름을 많이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 스스로 능력향상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 이런 딴일이 개입되고나면 자신에게 맞는 흐름이 늦추어지거나 왜곡될 염려도 있는 것이다. 물론 앞서 적은대로 경험 상 해보는 것은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상이 되기는 곤란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하루의 시간이라면 프로들의 경우 그날 나온 기보나 어제 나온 기보 중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스스로 연구하기에도 여념이 없을 수 있거나, 혹은 박정환처럼 고수가되고나서도 사활에 맛들여서 세월가는 줄 모른다고 할 때에 굳이 다른 일을 개입시켜서 인생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서, 일단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기보를 구하기도 쉬워졌고, 그리고 바둑의 속도도 달라졌다. 그 결과 소화할 과제도 늘어났을 수도 있다. 그러니 좋은 측면이 있다고 해서 좋기만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기보작성을 해본 적이 있다. 아마도 관철동 기원에서 기보책을 샀을텐데, 기보암기를 권하는 학습법도 있고해서 기억된 기보를 적어가면서 음미하는 작업을 좀 했던 것 같지만, 당시 나에겐 대세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재미를 보지는 못하였다. 관철동 기원이 나왔으니 말인데 흥미로운 추억이 있다. 대학시절에 관철동 기원에 가보았는데 꼭대기층에 가보았더니 승단대회를 하고 있는데, 조 훈현 9단과 윤기현 9단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조 국수가 당시 9단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승단대회였으니 아마도 그가 9단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 문이 활짝 열려 있어서 들어갔는데 승단대회여서인지 두 분은 자기바둑을 둘 뿐이고 아무런 말도 없어서 좀 이상하지만 옆자리에 앉아서 구경을 하였다. 속으로는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나가주시요,라고 말하지 않기에 그냥 앉아서 구경했더니 두 사범이 이따금 혼잣소리를 해가면서 긴장감이 별로 없이 바둑을 지속하여서 나도 모른 체 하고 그냥 구경했다. 혹시 기원직원이라도 와서 당신은 누구시길래, 여기에 이렇게 배짱좋게도 앉아 있나요? 라고 물을까 싶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고, 두 바둑신선은 자기들 바둑을 마냥 둘 뿐이고 오히려 시간이 흐르자 내가 화장실에 다녀올 판이었는데 다녀와서 다시 그자리에 앉아서 구경을 해도 아무런 잔소리가 없었다. 당시 관철동에는 그 인근에 교자만두집에 있어서 바둑 구경을 다 하고나서 만두 한 그릇을 먹고, 인근에 있던 삼일빌딩을 쳐다보면서 돌아왔던 것 같다. 나중에 조치훈 9단이 명인이 되고나서 대국이 있었고, 그 결과가 쓰라렸던 조훈현은 못마시는 술에 대취하여 그 관철동, 삼일빌딩 낙지골목을 한스럽게 걸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낯선 이의 방문에도 냉대하지 않고 옆자리를 허용해주었던 그 마음이 기억나서 나도 마음이 착잡했었다. 대개의 인생에는 천신과 만고가 함께 하게 마련이다. 따지고보면 조 9단도 이미 환갑노인이 된 셈이고 일본과 군복무, 바둑황제, 이창호 등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도 인간이고 한국인이고 등등 다양한 사연이 더 있을 것이다. 참여의 여부를 두고는 왈가도 가능하고 왈부도 있을 수 있으나 일단 참여를 하고나면 그에 어울리는 활동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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