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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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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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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둑대회의 결승전 장면이 조금 인상깊었다. 이슬아는 근자에 들어서 프로기사스러운 면모를 조금씩 강화시키고 있으나 하지만 타이밍이 조금 늦은 느낌이 있어서 아쉽기도 하다. 이번에도 결승의 모습을 보니 고심하는 모습이 프로스러운 면모가 있어서 좋아보이지만 그런 모습이 조금 빨랐어야 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아래에 나온 시상식 모습을 보고는 좀 반가웠다. 활짝 웃고 있는 것이다. 이젠 고심할 수도 있고 끝나고나서 환히 웃을 수도 있는 전문가적인 느낌을 준다. 말하자면 또 하나의 프로가 탄생했구나 라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무색무취하여 좌조하는 면모가 고색창연하긴 하지만 대개의 경우 나름의 개성이 갖추어지고나서라야 그런 좌조의 면모가 내실을 가지게 되는데 이제 이슬아의 모습을 보면 항상 결승인 것도 아니고, 항상 우승인 것도 아니나 대국 중의 모습을 보면 고심하는 그 모습에서 몰입의 능력을 가진 전문인의 모습이 있고 끝나고 나서 환히 웃을 수 있는 순수한 모습도 보이니 나름 잘 갖추어진 것 같아서 보기에 좋았다. 어떤 새로운 면모를 보여서 찬탄을 일으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언가 아름다움이 있다. 요 며칠 읽은 글 중에서 김 기덕의 영화를 고찰한 글이 하나 있었는데 그 시각이 독특하여 상당히 인상깊었다. 나쁜 남자라는 영화는 테레비에서 대략 다 본 것 같은데 대학생 선화가 불량배 한기에게 모멸감을 주자 한기가 선화를 유인하여 창녀로 만드는 데에서 사태가 시작된다. 중간에 한번 탈출을 시도했고 다시 더 나아가서 한기가 선화를 놓아보내지만 마지막 장면은 둘이서 트럭을 타고서 그 생활을 지속하는 스토리이다. 중간에 끊어진 것도 있고내서 난 대체로 스톡홀름 신드롬을 주제로 한 영화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영화평을 보니 다른 해석을 한다. 마지막에 선화가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우리들의 집단의식에의 복속으로 결국 귀결될 뿐인데 김기덕의 입장에선 오히려 그러한 기성의 선악관념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인데 영화잡지에서의 인터뷰에서도 그런 점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창녀이든 대학생이든 모두 존중받아야 할 생명체라는 입장에선 다르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김기덕이 말하는 내용이 인용되어 있었다. 들뢰즈 전공자라는 글쓴이의 소개에 의하면 그리스 작가 중에서 소포클레스가 그런 모습을 잘 보인다고 한다. 말하자면 대학생, 창녀, 대학생이라는 식의 패턴에선 아무런 문제의식을 던지지 못하는데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도 일반적 집단의식이 붕괴된 사태를 치유하지 않은 채로 스토리가 진행되고 끝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평균으로의 회귀를 통해서 치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난의 현장 그 자체가 우리들의 집단관념으로 인한 것이라고나 할까? 화이트헤드의 대화록을 보면 스무 살 먹은 대학생이 소프클레스를 다루어서 일종의 자격을 획득한 경우를 놓고 저자와 화이트헤드 부부 사이에 대화를 나누는데 부인이 그 청년의 나이를 물어보더니 스무 살 즈음이라고 하자 스무 살에 소프클레스를 감당하기엔 힘들지 않냐는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밖에도 이 대화록에 소포클레스가 몇 차례 등장했었는데 나는 그리스 희곡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으므로 그냥 지나쳤었는데 이번에 김기덕론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소포클레스론을 보고 있자니 그래서 소포클레스를 논했던 것이구나 하고 뒤늦게 알게 되었다. 존재의 일의성이나, 있는 그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방식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서 나서 죽을 때까지 오직 입신양명의 잣대로 전국토의 모든 영역을 재단하는 습성들이 얼마나 개탄스러울지.. 하긴 보기에 따라선 입신양명도 또한 그냥 그대로 한 모습일 지도 모르는 것일까? 김기덕론을 접하고나니 영화포스터가 인상깊었던 사마리아도 한번 보고싶고 나쁜 남자의 여주인공은 요즘 뭐하나 싶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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