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서 유엔사무총장은 홀로 집무실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의 앞에는 한편의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달의금 수거작전이 시급해 첩보를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조사를 미뤄두었던, 일부 국가의 인력에 불순한 목적을 가진 무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첩보에 대한 보고서였다.

모든 국가에 이번 작전은 기회였을 것이다.

각국이 이를 모를 수 없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치밀하고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임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세상에는 국가의 세력과 맞먹는 지하조직이 많이 있다.

마피아와 야쿠자, 삼합회는 물론 크고 작은 지하 조직들이 눈독을 들였을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이들과 야합하지 않았겠지만, 국가의 의도와 달리 이들 조직은 은밀히 침투되어 있을 것으로 데이비드서는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보고서는 각 나라에서 달에 보내는 인력에 대한 검증이 철저했다고 인정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각국은 유엔에서 배분해주는 금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비자금을 마련하려면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의 손에도 약간의 떡고물이 묻는 법이다.’

데이비드서는 이 진리를 부정하지 않는다.

각국은 더 많은 양을 확보하고자 은밀히 행동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 불순 세력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데이비드서는 보고서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한 내에 작전을 완수하는 것이다.

금의 향방보다 지구의 존망이 더 중요했다.

데이비드서는 보고서를 믿기로 했다.

장혁은 혼자 이 사건을 조사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부하인 곽영을 불렀다.

보관장소에 있던 금덩이중 일부가 도난당했다는 장혁의 말을 들은 곽영은 깜짝 놀라며 자신이 관리를 소홀하게 한 탓이라고 자책 했다.

장혁은 곽영을 다독이며, 경계를 더욱 강화할 것과 은밀하게 조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장혁의 집무실에서 나온 곽영은 마음이 급해졌다.

자신의 범죄가 장혁에게 들통이 났으니 시급하게 꾸앙과 모리를 만나야 했다.

장혁은 아직 자신을 믿고 있지만 자신이 빼돌린 사실을 알아채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곽영에게 사실을 전해들은 꾸앙과 모리는 곽영이 빼돌린 금을 포기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포기할 수 없다면 계획된 수량을 모두 확보해야 했다.

사토에게 보내기로 약속한 수량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곽영을 돌려보낸 꾸앙과 모리는 장혁에게 발각된 김에 장혁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달에서 제거를 한다면 완전 범죄가 가능했다.

곽영의 협조만 있다면 어렵지 않았다.

장혁을 제거한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의 작전을 수행하느라 별도로 보관된 금덩이도 확보 가능하다는 계산도 있었다.

그럴수만 있다면 꾸앙과 모리는 뜻밖의 횡재를 얻는 것이다.

꾸앙과 모리의 계획을 들은 곽영은 결연히 반대했다.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장혁 대장에게 해를 입히는 일은 안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죽는다”

모리가 말했다.

사실이었다.

꾸앙은 곽영을 회유했다.

“네 말대로 장혁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명령을 수행하고 있다면, 그는 별도로 엄청난 양의 금덩이를 보관하고 있다. 우리는 그 금덩이도 가질 수 있다. 어짜피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다. 여기까지 와서 우리는 이미 되돌릴 수 없다”

곽영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렇지만 장혁 대장은 자신에게 너무도 큰 존재였다.

‘그런 분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서 목숨까지 거둬야 하는 것인가!’

자신에 대한 분노가 치민 곽영은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그런 곽영을 한동안 바라보던 꾸앙과 모리는 자신들의 기지로 말없이 돌아갔다.

장혁은 자신이 곽영을 신뢰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모두에게 이번 기회는 천재일우다.

그렇기에 누구라도 유혹에 빠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대한민국 달의금 작전 구성원 중에서 금에 손을 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서 4~5명에 불과하다.

곽영도 그중에 하나다.

오히려 가장 유력하다.

장혁은 몇일간 곽영을 관찰하였다.

하지만 장혁으로부터 금이 도난당했다고 말을 듣고도 곽영의 행동은 특이점을 보이지 않았다.

금 보관장소를 열심히 조사하고, 다시 정리 및 배치를 하는등 열심이었다.

장혁은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역시 자신이 곽영을 믿은 것은 잘한 일이었다.

그럼 범인은 누구란 말인가!

장혁은 다시금 남은 2~3명을 관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