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음날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났다.

유럽의 10여개국과 아시아의 필리핀 등 2차세계대전중 일본의 침략을 받은 나라들이 반발을 하고 나섰다.

전 세계는 이미 ‘현웅 보고서‘를 통해 가장 위급한 나라가 일본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일본을 도울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일본은 자신들이 전쟁 중에 자행한 범죄를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경제력을 앞세워 국제사회에서 무뢰하게 행동한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일본에게서는 어떤 형태의 잘못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잘 아는 전쟁 피해 국가들과, 독일의 사례를 잘 보아온 유럽의 국가들은 그동안 속으로만 용납하지 않았던 일본의 행태를 이번 기회에 응징하려는 것이었다.

워낙 달의금 회수 작전이 대규모의 작전이라서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공조를 하지 않는다면,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까닭에 유엔은 당황하였다.

일본 내의 여론도 들끓었다.

다케지마 수상이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여, 일본 스스로의 약점만 노출했다는 것이다.

온갖 자연 재해를 당해 사나워진 여론은, 일본이 출연한 국제 기금액수에도 분노를 하였다.

가뜩이나 국가 부채가 높은 일본이었다.

국가부채가 GDP의 230%대에 달하는 일본은, 1년 예산중 25% 이상을 이자를 갚는데 사용하고 있었다.

일본은 사회보장비용 급증과 세입에 비해 세출이 많은 불균형의 심화로 초래되고 있는데, 이를 만회하고자 일본 정부는 연평균 31조엔의 공채를 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국가채무 규모는 1,300조엔을 넘었다.

이런 일본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국채의 대부분인 90% 이상을 국내자본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금리가 마이너스 금리 수준이기 때문에, 일본인들로서는 별다른 재테크 수단이 없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섬나라인 일본인 특유의 성향도 국가의 채권을 떠안고 있는 이유였다.

일본인들은 일본 정부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의식을 소유하였다.

일본인들의 의식 깊숙이에는 항상 사무라이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주체가 일본이든, 왕실이 백제의 후손이든, 다른 세력이었어도 그들은 그리 할 것이었다.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자가 강자였다.

강자에게는 무릎을 꿇는 것이다.

무릎을 꿇지 않으려면, 남은 방법은 할복 즉 죽어야 한다.

죽는 것보다는 무릎을 꿇는 것이 낫다.

상대방이 강하면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복종하면 된다.

일본이 중국등 다른 나라에는 사과를 하지만, 한국에는 사과하지 않는 이유다.

한국은 일본에게 졌었다.

패해서 점령을 당한 기간 동안에 있었던 일을 잘못했다고 비난하면 안된다는 것이 일본인들의 뇌리에 박혀있다.

사무라이 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7월에 들어서자 일본은 무법천지가 되었다.

정부는 더 이상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

자연 재해는 이미 오래전에 일본 사회를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을 투입할 수도 없고, 자연 재해를 막아 낼 능력도 없었다.

일본 정부의 통제력 붕괴는 일본 열도의 각 섬들이 자치지역을 선포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섬지역인 혼슈우, 규슈, 시코쿠, 홋가이도는 물론이고 본주도 토오호쿠, 간토오, 츄우부우, 킹키, 츄우코우등 과거 역사적으로 구획되어졌던 지역들이 자치권을 되살린 것이다.

거기에 오키나와까지 자치지역을 선포 하였다.

각 자치지역에 속한 일본인들은 빠른 속도로 자치권 행사 세력에 흡수되었다

그래야만 살아날 수 있다는 집단지향적인 일본인들의 성향이 되살아났다.

달의금 회수작전 지연으로 애를 먹고 있는 유엔이, 국제사회에 일본을 참상을 전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업자득이라는 반응이었다.

일부 인권단체들이 지원을 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미국에 머물던 민설홍은 일본의 참상을 접하고, 인권단체인 그린피스와 함께 일본의 오키나와에 머물고 있었다.

민설홍은 마치 지옥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인권단체 소속인 자신들마저 식사를 할 수 없는 일이 허다하였고, 잠자리와 식수를 얻는 일조차 버거웠다.

한국인인 민설홍이 일본을 돕는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그들이 인류의 한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선하다.

그들이 국가나 권력자들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속에 있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 섬이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에게 낙인이 찍히면 달리 도망칠 곳이 없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니, 권력자들을 이겨낼 수 없으면, 그들에게 머리를 숙여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은 일본인들을 속마음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성향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는 일본 특유의 ‘집단지향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

피할 곳이 없어서 집단을 지향한다.

그나마 대다수가 가는 방향에 동참하면 살아날 수가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국채를 90%이상 소유하고 있는 이유도 같은 것이다.

정부를 믿을 수 밖에 없다는 심리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해버렸다.

정부가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기능이 정지되어 버린 것이다.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연재해 복구 자금 마련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자는 없었다.

이 이자율 0%의 지방채를 각각의 지차체가 발행하고 있었지만, 정부의 국채에 비해 신뢰도는 한없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였지만, 일본인들은 다투어 지방채를 매입하였다.

대다수가 가는 길에 동참한 것이다.

그들은 지방채를 매입하기 위해 국채를 투매하였다.

더 이상 일본의 국채를 사는 세력이 없었다.

일본 정부는 해외에 있는 자산들을 헐값에 팔아치우며 버텨나갔다.

수십년 동안 해외에 투자한 자산들이 비록 헐값에 매각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사실 과거의 일본은 그리 부유한 나라가 아니었다.

일본은 한국을 이용하여 국부를 쌓아나갔었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임진년 왜란과 정유년 재란을 통해 조선을 침탈하여 조선의 부를 착취하였고, 빼앗아간 도자기공을 이용하여 메이지유신을 성공시켰었다.

근대사에는 36년간 한국을 강제 점령하는 동안 수탈을 통해 축적한 부를 2차 세계대전 패망으로 국가의 부를 거덜 냈지만, 그들에게는 한국에서 일어난 6.25 전쟁이라는 하늘이 준 기회가 다시 한번 나타났다.

그들은 그렇게 한국을 이용하여 부유한 국가 행세를 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더 이상 외부에서 국가의 부를 조달할 길이 없었다.

그동안 국민들이 떠받쳐주었던 국채가 자국민들이 버리기 시작하니 휴지조각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부채가 일본의 경제적 멸망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점점 일본의 한계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10일 뒤, 일본은 채무불이행 즉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