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서 사무총장은 하루의 일과를 각국에서 달의금 회수 작전에 어느정도 진척이 있는지를 점검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2~3일 전부터 이상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의 나라들과 동남아의 몇 개국이 소극적으로 변한 것이 느껴졌다.

달에서 금이 급격하게 유입되는 경우의 혼란을 세계 여러 나라가 걱정하는 것으로 생각됐다.

데이비드서 총장도 사실 달에서 회수될 금이 걱정이었다.

지구에서 만들어 낼 수 없는 금속이 금이었다.

그래서 금은 화폐처럼 통용되어 왔다.

그 금이 갑자기 많아지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고, 금값이 폭락할 것이다.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으로 그 뒤를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러시아가 잇고 있는데, 상위 5개국이 세계금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다.

그만큼 화폐로서 기능을 가진 금의 갑작스런 증가는 상위 보유 5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경제적 타격은 엄청날 것이다.

유럽의 나라들과 러시아 등이 작전을 주저하고 있는 이유로 데이비드서가 추정한 이유다.

그러나 이는 소탐대실의 표본이 될 것임을 중국, 러시아, 유럽 각국이 모를 리 없다.

단 며칠의 주저도 지구는 회복이 불가능할 지경이 될 것임을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와 중국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요인들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던 데이비드서의 머릿속에 불현 듯 대한민국의 학자 현웅이 만들어 보낸 보고서가 생각났다.

요즈음 겨를이 없어서 챙겨두지 못했었다.

보고서는 서랍속에 놓여 있었다.

‘내가 바빠서 서류를 엉망으로 두었었군!’

서류가 파일철에 흐트러져 있었다.

평소 데이비드서는 서랍의 문서 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타입이었다.

러시아와 중국이 소극적으로 바뀐 이유는 러시아 볼프 대통령과 중국 처만치 총서기의 말 그대로 자국 내의 사정 때문일 것이다.

작전 개시일이 임박해오자, 미국과 일본이 자국에서 담당할 물자와 인력을 언제 유엔으로 보내야 하는지 물어오기 시작했다.

데이비드서는 답변이 궁색해졌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 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과 일본에 러시아와 중국, 유럽의 몇개국이 소극적으로 행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정상은 몹시 당황했다.

그들이 생각해봐도 한국의 학자가 만들어서 유엔에 보낸 보고서를 자신들만 입수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억측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한국 학자의 보고서를 가지고 있음을 실토했다.

데이비드서는 기겁을 했다.

서랍속의 서류가 흐트러져 있었음이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보고서를 입수 했다면, 러시아와 중국, 유럽의 각국도 이미 입수했을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러시아와 중국이 작전 시작에 소극적이었던 이유가 이것이었음을 데이비드서는 알게 되었다.

그들은 시간을 끌고 있었던 것이다.

강력한 잠재적인 적국이 위기에 처해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잠재적인 적국은 쇠약해진다.

거기에 자신들은 상대적으로 자연재해의 위험이 적다면, 당연히 지연작전을 떠올릴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에게 이처럼 좋은 기회는 없다.

자신들이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될 절호의 기회가 와준 것이다.

데이비드서 사무총장이 한국의 현웅 학자 보고서를 받고 염려해서 서류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현실화 되어 버린 것이다.

달의금 회수 작전은 조기에 성사될 수 없는 작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구의 생명체들에게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매일 매일 누적되고 있는 월사량은 임계치를 향해가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현 상황을 반전시킬 묘안은 나타나지 않았다.

데이비드서 사무총장은 퇴근할 수가 없었다.

현웅의 보고서가 커다란 자연 재해를 예상하고, 주요 몇 개국의 현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해낸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사태까지 몰고 오게 될 줄은 자신도 몰랐다.

보고서의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관리에 소홀했던 자신을 책망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