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부터 TV에서 방영하는 영화 [하르툼 공방전]을 보고 있었다.
문제는 저녁때 발생했다.
2부가 끝나고 3부를 기다리는 중에 마누라가 리모컨을 낚아채간 것이었다.
곧 시작될 일일연속극 [돌아온 * 단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오후 내내 보아온 영화의 결과가 궁금해서 죽을 지경인데 채널을 돌리다니...
나는 화가 났지만 꾹 참고 채널을 다시 돌려달라고 사정사정했다.
그러나 마누라는 막무가내였다.
돌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일을 어쩐다, 돌아버리겠네.”
나는 리모컨을 빼앗으려고 시도를 했다.
그러나 나보다 체중이 10kg이나 더 나가는 (나는 49kg, 마누라는 60kg) (이 부분은 대외비이므로 본인만 보시고 타인에게 발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누라를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할 수 없이 고등학교 때 배운 유도기술인 [곁누르기]를 구사했다.
기술을 구사하며 이제는 꼼짝 못하겠지 하고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을 때 마누라의 겨드랑이 간질이기 신공이 들어왔다.
 “에구구, 아이구, 우헤헤헤.”
할 수없이 항복하고 말았다.
다행히 딸애가 중재를 해주어 스마트폰으로 마누라에게 연속극을 보여주어서 영화를 다 볼 수 있었다.
딸애가 조롱을 해댔다.
“아빠는 바깥에서는 아내를 위하는 척 간도 빼 줄 것 같이 하면서 겨우 영화 한 편 가지고 엄마와 육탄전을 벌여? 아빠는 위선자야.”
위선자란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었다.
나는 이미 찰톤헤스톤이 분한 고든장군의 장엄한 최후를 감명 깊게 보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