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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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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몇 가지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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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종용록에 나오는 황벽의 공안을 보았는데 친숙한 고사가 셋 등장하였다. 공안 자체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없는 것이라 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선사가 없다는 말로 결론지어지는데 이후의 해설편을 보면 설명하는 과정에 낱말의 전거를 소개하느라 고사들이 해설된다. 묵비사염은 천자문에 나오는 말로 유명하다.. 묵,은 묵자를 말하고 사,는 실을 말한다. 그리고 염,은 물들인다는 뜻이다. 묵자가 실에다가 물을 들이는 것을 보고 애닯아 했다는 것인데 사람의 마음도 원래 이렇게 무새무취하고 평화로운 것이며 한량없는 것인데 상대적이고 인위적인 삼천대천세계의 유희에 속아서 본래의 모습을 잃었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묵자는 원래 세간에 널리 알려진 사연이 맹자를 보면 양주와 묵적이라고 해서 두 극단적 사례로 들고 있다. 묵적은 너무 치우친 보편적 사랑주의라고 비판하고 양주는 머리털 하나를 뽑아서 세상을 구제하더라도 하지 않는다는 말로 알려져 극단적 이기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하면 맹자는 중도설을 취하여 인을 말하면서도 묵자처럼 단번에 일체중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근취저신 원취저물하여 가까운 곳에서부터 사랑하라고 말하는 것으로 기억된다.. 대학시절에 처음 저 맥락을 보았을 때엔 양주나 묵적은 잘 모르고 맹자는 유명하니까 맹자가 당연히 옳은 줄로 알았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연을 두루 알고보니 묵자나 양자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는 판단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묵자가 다소 비현실적 사랑론을 말한다고 하지만 실에 물들이는 것을 보고 슬퍼하는 것을 보면 기본취지는 매우 선명하다. 사람의 성품은 원래 악도 선도 아니나, 저처럼 물이 들어서 온갖가지 사연의 의미와 의무와 권리를 주창하는 세간의 습속을 따라서 제품화된 인생을 대개 살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묵자의 입장을 관심갖게 되고 앙주의 발언은 떼어놓은 저 구절만 보면 저게 말인가? 싶을 정도이지만 저 말을 어떤 맥락에서 하는지 알지 못하고 판단하기는 힘들 듯도 해지는 것이었다. 노자도 성인은 만물을 풀강아지처럼 본다는 구절을 남기고 있고 대승불교의 명작으로 알려진 유마경에서도 보살은 중생을 파초의 속처럼 본다고 말하고 있다. 각설하고 묵비사염이라는 말은 천자문에선 단 넉자에 불과하지만, 담은 뜻은 매우 고준하지 않은가 싶다. 다음 다기망양이라는 말도 저 공안에 인용되는데 잃어버린 양을 찾아나서지만 실패하고 돌아오자 이유를 묻는데 잃어버린 양을 찾아가다 보니 길이 갈라져서 그 중 하나의 단서를 따라서 한 분깃을 따라가보았지만, 그러나 그 속에 다시 분깃이 갈려져서 도저히 감당이 불감당이었다는 것이었다. 갈랫길이 복잡할 때엔 하나하나 풀면 매우 힘들어진다. 어디까지 어떻게 처리해보아야 할 지 방략이 난감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엔 땅에서 위로 솟아올라서 공중에서 보아야 좋은데 옛날에는 헬리콥터가 없으니, 수직적 시선을 확보하려면 일단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 도움이 되었을 지도 모르지만 아래 쪽의 길들이 수풀로 덮인 경우가 많으니 그것도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 결국 공중에 올라서도 안되면, 그리고 그 잃어버린 양을 찾는 것이 꼭이 필요하면 관련된 수풀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말이 될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그냥 야생에서 살라고 방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양이 사람과 살아보아야 결국 종말은 대개 뻔하니, 그럴 바에야 산 속에서 잘 살라고 안녕해주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제환공과 관련된 고사인데, 아마도 장자에 나온 듯하다. 목수가 지나가다가 제환공이 책을 보는 것을 보고는 말하길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에 요긴한 비결은 책을 통해서는 전수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자신은 19년 째 목수일을 전수받아서 하고 있는데 그 미묘함은 언설로 전달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그 자체의 타당성은 있을 지 모르나 역시 치우친 면이 있지 않은가 싶다. 목수일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은 미묘한 어떤 측면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목수가 집을 짓는다고 할 때에 그 어떤 구조적 틀은 책을 통한 설명과 실전을 결합하는 것이 낫다. 대개 좋은 책들은, 어떤 부분에서, 이 부분은 말을 통한 설명보다 미묘한 구석이 있으니, 실전에서 터득해야 할 어떤 지점이 있다고 알려주기도 한다. 세월을 통해서 터득할 일이 있고, 정보로서 취득해서 시뮬레이션을 해야하는 측면이 각각 있는 것이다. 세간의 상식에도 위험한 곳이 상당히 많다. 이전에 어떤 분이 주변에서 누군가가 질문을 자꾸 해대자 슬슬 외면하다가, 입장이 난감하자, 나를 향해서 고개를 돌리며 하는 말씀이 학문에 왕도가 있느냐고 쓰리쿠션을 날린 일이 있었는데, 내가 답하길, 학문에야 말로 왕도가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그제사, 한 마디 질문자에게 답을 제시했는데, 내가 곁에서 들으니 과연 왕도였다. 도대체 학문이라는 것은 배우고 묻고 하는 과정에 체득해나가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 드러나는 그 길이 왕도가 아니면 무엇이 왕도이겠는가? 그렇게 보면 학문에 왕도가 없다는 말도 절반의 진실, 혹은 절반의 거짓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대개 속담이나 격언이라는 것이 상식의 세계에선 어떤 수준의 일반성을 갖지만, 그러나 아마도 속담이나 격언은 결국 알파고 등장 이전에 바둑인들의 편견의 측면들일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것도 수준이 다양해서 프로수준의 편견도 있을 것이고, 아마도 대개는 동네기원 수준의 경험적 지혜 혹은 편견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식의 모든 편견을 넘어선 어떤 지점을 가리키는 데에라면 저 목수의 발언도 일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글쎄 그거야 실제상황에서의 문제이지 저렇게 도매금으로 글이란 모두 죽은 사람들의 술지게미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대개 103퍼센트의 어리석음일 가능성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말과 글이 모두 술지게미라면, 목수 자신의 말은 말이 아니고 글이 아닌가? 도를 말로 할 수 없다고 주창한 도덕경도 그 이후에 five thousands에 달하는 글자를 늘어놓고 있고, 언어도단을 주창하는 선종의 어록이 팔만대장경의 절반 쯤 된다. 말과 글과 책이 모두 술지께미라고 주장하는 그 마음이야말로 말에 묶인 어리석음의 증거일 수 있을 것이다. 술지께미도 배고픈자에겐 왕후장상의 잔칫상이니 죽지 않은 자에게 미래도 있을 수 있고 실이 물드는 것을 보고도 대비의 눈물을 흘린다. 다기 망양을 염려하지만 양을 한 마리 잃어서 수많은 소통의 길을 알 수 있다면 양 한 마리의 가치가 매우 크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BS2JIPOIh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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