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황당한 일을 당하면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시련이랄까 업이랄까

그동안 참 많은 일들 속에서 꾸역꾸역 버텨온 것 같은데 이젠 무감각하다

만성이 되어서 그런가.

나의 하루를 일반인이 산다면 샐러리맨이 공사판 일을 하는 것과 같겠지만

나는 일상처럼 살아간다.

막상 공사판에서 이골이 났더라도 샐러리맨 생활 또한 쉽지 않지만

환경이란 건 육체적 그것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
간병 30여 년은 고사하고 지난해를 돌아봐도 참 파란만장하다.

정초에 부친병환이 악화되어 병원에서 시작했던 것은 공교로울 뿐 30년의 일상이지만
2개월 넘게 입원하는 바람에 산 조상 모시느라 차례도 소홀했었다

그 외 일어 난 일들은 그동안 간간히 있었던 일이 쓰나미처럼 밀려 왔었다

상습범에 20여년 무사고가 깨어지고도 과로와 일상의 스트레스로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내가 스스로 애마를 추돌한 일까지 크고 작게 10여건.

모두 경제적 압박에 생활리듬을 깨고 멀리는 삶의 중압감으로 의욕상실에 빠지게 한다.

어떻게 이렇게 몰려서 왔는지.

수습할 시간을 주지 않았기에 그 여진이 해를 넘겨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내가 아니면 식구들이 더 열악한 환경으로 내 몰리는 걸 생각하며 채근하는 것이다

윙윙.......우우웅.

뭔가 이상한 소리를 내던 컴퓨터가 다시는 오픈이 되지 않고 먹통이다

정초에 뭔가 다짐하는 글 나부랭이를 올려 볼까 싶어 컴터에 앉았다가 낭패다

그동안 주머닛돈 쌈지 돈 다 털어 넣었는데 너마저 그럼 어떡해.

별의 별 수단을 강구 해봐도 컴맹이 뭘 할 줄 안다고 전원과 코드 뺏다 꽂았다가 전부지.

결국 병원으로 데려가니 노환으로 모니터는 가셨고

컴터도 고생시키려면 당분간은 말미를 얻을 수 있다기에 링거 꽂아 퇴원시켰다

10만원.

정초부터 예산에 없던 거금이 지출 되어도 소주 한잔으로 웃고 말았다

쉬는 날 바둑 없는 세상은 독방신세니.

우당탕 쾅.

다음날 잠시 티비를 보는데 날벼락 치는 소리에 잠시 혼미했다

누가 급발진이라도 했나.

베란다로 황급히 뛰어 나가봤지만 조용하다

높은 선반도 없고 소리로는 둔탁한 게 주방기구 떨어지는 소리도 아니다

그런데 잠깐 졸았던 나는 소리의 현장을 찾지 못했다

분명히 집안에서 그것도 바로 곁에서 일어났는데 이럴 수가 없다. 꿈 꿨다고.

아니다 분명 실제 상황이었다.

집안을 다 둘러보아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여보세요.

응. 알았어.

퇴근시간이 당겨졌다는 우렁각시 연락을 받고 시계를 보니 벽이 휑하다

무심히 그렇구나하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라 거실 벽을 다시 올려다봤다.

거실 시계가 달렸을 자리가 휑한 것이다

아이고.

곡소리를 내며 달려갔지만 시계보다는 티비를 먼저 살폈다

우리 집 전자품목 중 젤 인텔리 스마트 티비를 그것도 렌탈로 들인지 한 달도 안됐다

시계는 15년 쯤 그 자리를 지켰고.

뒤 늦게 티비 뒤쪽에 떨어 진 시계 사체를 수습하며 중얼거렸다

(이놈아 그래도 그렇지 좀 돌아 떨어지든지. 거기가 어디라고.....)

그런데 어이 없는 상황에 키득키득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급기야 작은방 시계마저 동반 입적하는 바람에 현재 우리 집은 시간을 잃어버린 집이고

올해는 부친이 한 시름 덜어주니 이번엔 엉뚱한 곳에서 나를 흔들며 새해를 연다.

미루어 오다 오늘은 비번이라 기필코 시계를 장만하려고 나섰는데 대형마트는 다 휴무란다.

우하하하하. 그 참.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경제 문화 정신적 욕구를 채우는 사람 얼마나 될까

망각이 사람을 미치지 않게 한다면 적응은 사회를 유지시키는 필요조건일 것이다

어쩌면 적응이 적성을 만들어 간다고도 볼 수 있고.

사회적으로 여러 직업과 차등적 지위 속에서 갈등도 많지만 서로 신세가 있고

그렇게 한자리씩 맡아 적응들 해가기에 내가 못하는 일들이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건강한 인간관계가 유지되려면 팔방미인이 되는 게 아니라 신세를 아는 것인데

모두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모르거나 능력 밖의 일로 못하는 것과 하기 싫은 것 기회를 잡지 못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시 시작한다.

올해도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다.

내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도 누가 하지 않으면 내가 할 것이다

조금 산만하게 시작하지만 뭐 하루 이틀 있는 일도 아니고

벌이가 나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조금씩 신세를 갚아가면서 계가로 갈 것이다.

내가 알던 모르던 주변 인연들의 건투도 함께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