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를 논할 나이가 되니 후회와 변명만 남고

여태 삶의 에피소드를 건져서 좌판에 올리고 진솔하게 소통하면서

위로하고 위로받았다.

나름의 애환이 있겠지만 비교 대상도 가치관의 차이도 아니라 생각한다.

당사자가 힘들면 그것이 지옥이고 상대가 보면 가식이나 피해의식 정도다.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니깐.

나는 가끔 가정사를 올리고 호불호의 댓글을 받으면서 느끼는 것이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도덕경에서 후회했다.

동정을 바란 것도 나의 변명에 동조해주기를 바란 것도 아니면서

내 마음을 옮기며 다짐도 하고 불특정 다수의 생각을 들으며

나의 결정에 오류를 찾곤 했다.

엄니가 보상 없는 큰 사고를 당해 집을 넘겼다.

올해 89세.

흔히 말하는 가성비 없는 삶에 좀 더 살 것 같은 나로선 힘든 결정이었다.

그래도 하루를 살다 가셔도 섭섭하지 않아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갑자기 닥친 우환에 사실 나는 멘붕에 빠졌다.

남동생 여동생 하나씩 있는데 조금씩 보태면 않되겠냐는 말에

경상도 말로 택도 없었다.

집을 내놓자니 당장 어디로 가야 할까. 차를 팔자니 다음이 없다.

병원비를 대고 엄니 살아계실 동안 지내고 결정하는 게 현실적이다라는 말.

사실 죽이고 싶었지만 그게 어디 맘대로 될까.

셋이서 의논하는 게 아니고 동생들이 의논하고 나는 통보만 받고 동생들에게

치욕스럽게 집을 넘겼다..

다행히 엄니는 수술이 잘되고 요양 중이다.

그 과정에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집만 잃은 것이 아니고 그 단순한 상실감보다 형제애 무능감.....

내가 힘들어한다고 위문온 사람이 툴툴 털고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가시적인 처세에 대창에서 치명적인 모욕을 했다.

인간적으로 나에게 실망했겠지만 20여 년의 오로 생활이 있는데 대창에서.

내탓이지만 그 정도 호의로 그럴 자격이 있을까.?

게시판은 서로의 가치관으로 싸움을 할 수 있지만 그건 녹화고

대창은 생방송이다.

나의 어려움을 이해해 술 한잔하며 이야기 들어 준 것이

경제적 도움을 준 것이 아닌데 그렇게 배신감을 느껴 막말을 했을까.

마음이 안 잡히고 몸이 안 좋아 추스르는 과정이었는데.

화병.

요즘 말로 스트레스로 혈압이 180 넘어 측정 불가로 오르니 입원하랬다.

그럴 사정이 아니라니 그럼 일을 하지 말고 당분간 요양하라는데

이것도 저것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갑자기 사람이 싫어지고 의욕도 상실해 동호회를 탈퇴하고 모든 인연에

멀어지려니 친구가 몇 년 만에 전화가 왔다.

안 받으려다 받았다.

아니 수신 거부해 놓았기에 자국만 남아 있어 갈등하다 전화했다.

이런저런 건성 적인 안부 묻다 충격받았다.

“칭구야 내 암 말기다. 그동안 미안했지만 얼굴 함 보고 가고 싶다.”

15키로나 빠진 친구와 만나서 내 입장을 얘기할 수 없었는데

엄니 안부 묻는 바람에 결국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격분한 친구가 내 먹던 술을 병으로 벌컥거리더니 얼마간 이야기하다 쓰러졌다

119 불러 응급실 가고 가족들에게 난감한 경우를 치렀다.

3개월이라지만 오늘일지 내일일지.

나는 엄니와 친구와 헤어질 준비를 해야 하고 어쩌면 내가 먼저 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 내가 놓지 않는 건 정신 있을 때 지기 싫은 맞수들과 바둑 두는 것이고

그동안 놓았던 자판을 당겨 사는 이야기 올리는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세상 사람들에겐 잊혀진다 해도 오로 기우님들과의 인연엔 애증이 많다.

나를 오해하거나 직시하거나 나는 섭섭하고 용서할 위인이 못 된다.

그 이유는.

내가 잘못 하지 않은 일에 잘못이라 했기 때문이고 잘못 했더라도

양해 못 하면서 위로하는 척 했기 때문이다.

위로는 대가 없는 보시고 책임과 의무를 묻지 않는 진심이자 인내라 본다.

나에게 또 내일이 온다면 인정받지 못해도 그렇게 살다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