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가 정을 붙이는 건 20여 년 만에 2번째다.

동물농장을 보면서 가끔 눈물을 흘리며 저렇게 인연이 되고

교감을 가지는구나 싶어 나도 저런 경우가 되면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하곤 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엄니와 먼저 친하고 엄니 대신 내가 몇 번 먹이를 주다 보니

이제는 내 차 소리 문 닫는 소리에도 어디선가 달려온다.

기실 나는 고양이가 귀엽기는 하지만 살갑지는 않다

뭔가 영악한 눈초리에 공포영화 단골 분위기맨이고 옛사람들에 의해

질긴 복수(?)의 화신 같은 이미지 때문이다.

문제는 그놈만 들락거리면 괜찮은데 이년이 새끼 4마리를 데리고

아예 우리 집 앞에 진을 친 것이다.

그놈들이 우리 집 앞 두어평 남짓한 공터에 채소를 심어 소일거리 하는

이웃의 텃밭을 아작 낸 것이다.

거기다 똥 싸고 오줌싸고 난리도 아니니 우리보고 먹이를 주지 말란다.

내 밭이 아니라 그런지 노는 모습들이 앙증맞고 여간 귀여운 게 아닌데.

쥐약이라도 놔야겠다는 말에 “그건 아니죠. 잡혀갑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달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먹이를 줄 때는

따로 불러 구석진 곳으로 데려가 주는데.

한편으로 대견하고 한편으론 천덕꾸러기 같고.

근데 친해지니 이 또한 가관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냄새만 맡고 힐끗 쳐다보고는 가버린다.

머 이런 상전이 있나.

그리고 다시 우리 집으로 가서 대문을 긁고 야옹거린다.

내가 마음에 안 드니 엄니 나오라는 것이다.

엄니와 내가 동네 청소를 번갈아 가며 하고 가끔 집에서

작은 일이지만 국수라도 모여서 먹고 하니 좋게 말하지만

아마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여간 성가시고 역겹지 않을 것이다.

나도 살갑게 부비대니 이러지 고양이는 별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애처롭기는 하고 그래도 선택받은 기분이 예사롭지 않아

최소한만 한다는 게 이웃에 눈치도 보이고 기실 가끔 성가시기도 하고.

이제는 먹이를 챙기는 동안 집안으로 들어와 방방이 들러보는 게

아예 점호를 받는 기분이다.

살다 살다 이런 길냥이를 동물농장에서도 못 봤다.

새벽에 나가도 저녁 늦게 들어와도 어디서 나타나 야옹거린다.

수고하라고 수고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잘해줘야겠는데 여러 가지로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을 주지 않고 싶지만 이미 때는 늦은 듯하고

이웃에 민폐 되지 않으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우선은 새끼들이 처연했으면 좋겠는데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티비에 나오는 것처럼 입양도 불가능하고 거기까지는 준비도 안 됐고

햐햐 이것참 난감하다.

이년은 집안까지 들락거리니 가능할지도 모르는데

새끼들은 나만 보면 기겁하고 달아난다.

인연이라기엔 흔치 않고 보듬기엔 제약이 많고.

여기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