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면 제일 먼저 크리스마스와 송년회가 떠오르고 무감각한 세월이 새삼스러워진다

스케이트와 눈썰매에 눈사람 호호빵 따끈한 국물과 함께 어묵.

요즘은 문자로 때리지만 연하장과 카드 캐럴 송 구세군도 빠지지 않겠다.

김태곤의 송학사가 새롭고 김정호의 이름 모를 소녀도 계절에 맞지 않게 처연하게 맴도는데

서유석의 그림자도 한몫 끼어든다.

이창호는 어떻게 연말을 맞을까.

얼마나 살았는지는 개념 없고 어떻게 살 것인가가 하수선한데

처음부터 끝내기 신공으로 살았다면 지금도 초심일까 아니면 애초에 하심일까.

이번에는 안 되겠다는 소리만 들어오면서 무감각했었는데 오늘은 장례식장을 둘러보았다

천륜에 매달려 온 지난 30여년과 어머니까지 나는 과연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오늘 마시는 소주 한 잔이 마지막일 것인가.

우리는 태어나면서 죽어가는 것일까 살아가다 어쩔 수 없이 죽는 것일까.

독안의 소금쟁이나 두부 속을 파고드는 미꾸라지 같은 삶을 사는 건 아닐까

흔들릴 때 마다 한잔한다 했나

간혹 고꾸라질 때도 있지만 새벽이면 도리를 위해 나서고 저녁이면 다시 쓰러진다.

올 12월은 유달리 처연하다

명절마다 쓰러져 병원에서 보내게 하시더니 이 엄동설한 마음 다지는 달을 택하시나.

참 모진 천륜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3살 때까지의 사랑밖에 없는 웬수.

열 번도 넘는 사망선고를 30여년을 버틴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하긴 누군 내가 단명할 운인데 사람도리 하는 것을 보고 연장 시켰다나 뭐나.

빌어먹을 사형수가 무기수 되어 기뻐해야하나.

12월이 되니 갑자기 붐빈다.

이제는 캐럴 송도 안 들리고 숙연한 예배당 종소리도 안 들린다.

할 일없이 배회하던 시내 결국은 학사주점에서 세상을 개탄하면 술에 절었던 시절

연탄불에 노릇해진 닭 불고기에 잔술 개피 담배. 음악다방에서 죽자고 들었던 찻잔하며

소주잔에 맴도는 추억이 없지는 않은데

삶의 형세를 둘러보니 그 모든 게 잔 전투에 불과하고 간병 전우 어머니와 벌린 사투뿐

그러나 던질 수 없는 판을 이제 마무리를 하려 한다

죽어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천륜의 마지막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렇게 애처롭던 할머니를 섣달그믐에 보냈는데

평생을 살얼음판에서 살았는데 나는 마무리도 그 위에서 해야하는가보다

가정을 버린 사람이 집에서 죽고 싶다한다.

이제는 인생은 미완성이 끝나고 천연바위가 흐른다.

상념도 깊어진다.

잠시 창가의 달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내일을 기다려가 흘러나온다.

내일.

그래.

일 년 중에 가장 내일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 12월인지도 모르겠다.

당신 같이 살지 않기를 가르치면서 평범한 가정을 지키지도 못하게 했었다

내려놓는 것과 버리는 것의 정의는 무엇인가

내 삶으로 보아 내려놓는 것은 비우는 것보다 포기였고 버리는 것은 선택이었다.

약한 것에 우선하려했지만 조금 덜 약한 것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

나는 12월

결국 기다리는 건 나였고 나를 기다려주진 않지만 나는 늘 그들의 벤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