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스쳐간다.

과연 그럴까.

속으로 실소를 하게 만드는 말이 바리게이트를 치고 나보고 지나가 보란다.

(요즘 부부싸움은 칼로 자해하기다)

나는 그 앞을 지나 갈 자신이 없어 되돌아섰다

세상이 여성 상위시대가 되었다지만 여럿 이유를 감안해 평등화라 치부하고도

그러면 상생의 이유가 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자의 불리한 사회적 규범과 생물학적 핸디캡이 해소되어 입지가 나아졌다고

물리적으로 남자의 상실감으로 이어 진 것도 사실은 아니라 본다.

문제는 그 변화가 사소한 충돌에서도 심각한 사태로 확전되는 이유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환경이 그렇게 몰고 가는 것이다.

그간의 피해의식에 대한 보상심리와 또 다른 피해의식으로 수성하려는 심리의 대립은

이미 약분하기 힘든 결과를 향해 치닫고 있다

섬세하면서 부드럽고 따뜻함과 거칠지만 도전적이면서 포용력과 희생정신이 합해지면

더 이상 완전한 인격이 있겠는가.

하지만 작금의 우리의 정서는 결합을 거부하고 배타적 논쟁에 혈안(?)이 되었다

상대의 장점을 인정하면 나의 단점이 부각되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의 단점을 무마하는 수단으로 상대의 단점을 논리나 억지로라도 부각시켜야 할까.

부부는 서로 다른 인격체와 생물학적 필요불가분의 운명적 결합이라 본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이유가 거기에 있고 순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물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제 부부싸움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도 자해하게 만든다.

법적인 이별도 많지만 울타리 안에서의 이별까지 따지면 그 수는 어마어마(?) 할 것이다

가치관의 싸움의 심각성이다.

이세돌의 바둑을 그의 돌발적이며 앞서가는 진취성에 다소 이기적이라는 선입견에

한 때는 부정적 선입견을 가졌었다

아마추어가 어떻게 프로의 바둑을 평하겠나마는 그의 바둑은 치열할 뿐 치우치지 않았다

상식을 깨는 게 아니라 구태의연함에 도전한 것이며

최고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길을 찾으려는 탐구심이 진 모습이라 생각하게 됐다

그의 바둑은 치열하면서도 늘 새롭고 창의적인 반면에 항상 타협의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자신이든 상대든 선택할 수 있게.

내용으로는 극과 극의 결과가 나올 것 같지만 계가 바둑이고 치열함에 비해 사실 실리 형이다.

그래서 나는 이세돌을 진보 형 보수주의라 생각하게 되었다.

만약 이세돌이 부부싸움을 한다면 늘 이길 것이되 덤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까 짐작하게 된다.

여기서 극 대칭에 가까운 스타일인 이창호를 짐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세돌에 비해 이창호는 거의 일방적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극 실리주의에 컴퓨터 계산력을 가진 이창호가 무조건적 승리를 예상한다면 나와 다르다

나는 이창호의 완패를 장담한다.

이유는.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의 실리주의와 완벽한 계산력과 캐릭터로 볼 때 이기고 짐에 대한 계산까지 나올 것이고

부부싸움에서는 아마도 상대에게 암시만 주고 물러설 것이라 생각한다.

결과에 대해 짐작컨대 이세돌은 다소의 감정 변화가 있을 것 같고 이창호는 덤덤할 것 같다.

이상하게 이창호보다 이세돌이 거칠게 보이면서도 가정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왜드는지.

둘 다 딸 바보로 알려졌는데.

아마도 선입견에서 오는 차일 것 같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기사들을 사견으로 비교해 본 것이지만 한편으론 부럽다

모두가 운명적으로 만나 갈 수밖에 없는 길을 가고 있는데

그 운명과 동화되거나 좋아하면서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자신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과 배려 받고 살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가.

일상의 충족조건을 넘어 감성적 조건으로도 서로를 만족 시킬 수 있는 만남은 얼마나 될까.

요즘 부부는 서로의 필요성을 알게 된 연리지나무가 아니라 조건충족의 화합물이 된 것 같다

경제력과 부모형제와의 연관성 그리고 변하는 환경의 선동.

보수의 구태의연함과 기득권 고수 진보의 인간성상실과 좌파에의 변질은 먹물들에게 맡기더라도

이기고 지는 것의 공통분모가 무엇인가와 타협점을 남겨두는 것이 아쉽다.

40여 년간 하루에 5판 내외의 바둑을 두었고 비번일 땐 웬 종일 두었다 (20판정도)

나에게 유일한 위로가 된 바둑을 멀리 한지 3일 째

위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승패에 감정기복이 심하고 나의 실수가 많고 용서가 안 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한 달을 잡았다

부부싸움도 그 만큼 했다

그런데 그 어느 정점에서 나는 양보를 거부하게 되었다.

내가 살아서 할 일에 대해 무엇이 오랜가를 생각했는데 오래할 사람이 요석이 아니라

나를 요석으로 생각해 준 사람이 요석이라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환경에 사석이 되었다

하지만 사석이 되어 준 나를 고맙게 생각하는 사석(?)의 격려를 받고 술잔을 당긴다.

섭섭함과 고마움.

이세돌처럼 치열함속의 실리도 아니고 이창호의 균형과 배려나 양보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

나는 세상을 감성으로 보고 어리석은 결과를 스스로도 가끔 자학하지만

된장처럼 구차한 모습으로 구린 냄새를 풍기며 살아가더라도 스스로에겐 격려한다.

선달아.

너 진정한 된장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