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바둑의 마술? 바둑일기12

두 점 바둑은 접든 접히든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두 점에서 승률이 현저히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선5목 이나 선7목으로 되지만 두 점과 선 은 운영면에서 그 차이는 너무 크다.

세 점 이상 접바둑과는 달리 두 점에선 조금만 물러서면 초반에 기울어버리니 물러설 수도 없고 마주 맞받아 치자니 수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금새 치석의 효를 까먹어버린다.

내기 에서도 두 점은 가장 까다롭다. 접든 접히든..

수순이 틀리거나 조금 무리를 하면 금새 천길 낭떠러지로 쳐 박히고 양보를 하며 무르게 두면 웅장한 외세 속에서 고원무립 의 처량한 처절한 고통만 맛보게 된다.

맞바둑의 상호간에 유려하게 두어 나가는 모습은 언감생심이고 치열한 기 싸움과 접전 끝에 한방 이내의 승부가 되어야 두 점이 맞는 치수일 텐데 두 점에선 중간에 판세가 결정되어 돌을 거두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듯하다.

고교동문 깃수별 대항전의 우승을 독차지하는 강타자들과 두 점에 두면 역시 지지는 않는다. 두 점의 치석의 위력이란 역시 적지 않은 벽이겠지.

탕젬골 9단이라는 청년과 두 점에 두어본 바둑은 최신유행과 이론, 모양 등에 유연한 솜씨를 보이던 청년은 잡초와 비수를 견디지 못하였지만
바둑머신으로 어려서부터 단련된 솜씨여서인지 14집 이상은 계가를 하여 던질 줄 알아야 한다던 옛말을 실천하며 청년은 중반에 던졌다.

편 바둑에서 만난 이선생은 두 점 반 치수인데 3목에 고미7개를 주며 후하게 두어왔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요~" 이선생
"그 치수면 후한 거에요~" 같은 편의 다른 이가 오히려 거든다.

접바둑을 두는 하수들은 이구동성 삼성이 가장 어렵다며 한결같이 고개를 흔든다.

비슷한 맞수들보다 하수를 한 치수씩 더 접을 수 있는 것은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프로들의 경우도 비슷한 것 같다.
접바둑의 마술사 라는 별칭으로 오공도사(^^) 는 오로6단을 네 점에 초장에 망가뜨려 허물어버린다. 이론상 프로에 선으로 버텨야 7단이고 6단이면 두 점에 버텨야 하는데..

물론 그 오공도사는 어느 기전에서인지 흑기사에게 만방으로 진 기보를 본 적이 있다. 하수에게나 통할 초식을 때를 놓치거나 순서가 바뀐 초식을 함부로 휘두르다가^^

꿈의구장 노장 심사장은 하수와의 접바둑에서도 이기던 지던 큰 차이가 난다. 되지도 않는 억지 수 무리수를 쓰다 하수가 모르면 많이 이기지만 제대로 걸리면 오히려 큰 방으로 진다.

그러고 보면 하수라고 무시하며 마구 흔들어대야 접바둑을 잘 두는 것은 틀림없이 아니고..

오히려 맞바둑과 두듯이 한 수 한 수 조심하며 의연하게(초반 접바둑의 치석의 위력이 사실 부담으로 다가오니까) 약한 말부터 몰며 공세를 통한 반 외의 효과를 얻어가며 큰집을 주지 않고 갈라 쳐 가는 것이 접바둑의 요령인 것 같다.

혹독한 훈련과 배고픔 등을 겪어본 헝그리 복서 가 승리를 향해 노력하듯이,
맞아본 이가 아픔을 알듯이 당해본 이가 치욕을 알듯이,

하수도 치석을 한 이상에는 동등한 조건이라고 스스로를 일깨우며 한 수에 최선을 다할 때 어려운 상수 가 될 수 있는 것 이겠지.

꿈의구장 모든 하수들이 접바둑은 삼성이 제일 어렵다 입을 모으며, 탕젬골 4단 이라는 트럭기사 문 이나 자영공장 박사장을 두 점 반에 돌릴 수 있는 것은 폭포 밑의 득음 마냥 그 무엇인가를 깨우치고 난 이후부터 이었던 것 같다.

꿈의구장 기성마귀와의 수많은 대국이 물론 가장 큰 도움이 되었었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했던 것은 어느 순간의 깨달음 이 아니었을까?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하수를 돌리는 방법!
상수에게 의연히 대처하는 방법!
이론과 실력 외에 플러스 알파?

마음을 읽어야.
(끝)

바둑일기 목록:
1)김수영 사범님을 애도하며
2)모교교정에서
3)불우한 고수!
4)바둑 病
5)虛와 實!
6)청년들의 나라!
7)바둑선생
8)오리걸음
9)평생지기 05/7/1
10)꿈의 구장 05/7/29

11)Seven Homeless 05/10/8

12)접바둑의 마술? 05/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