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83, 선발투수 구원투수

십여 명의 회식자리는 우측으론 계시기를 사용하며 연습을 마친 대표선수들이고 좌측으론 11년 선배이신 회장과 동기 분들 대여섯 분이다. 평소 대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회장 우측에 앉게 되었고 내 우측으론 모교 최강인 韓 선배께서 거의 말씀이 없으시던 평소와 달리 몇 마디 본인의 의향도 밝히신다.

오로 대국실의 이용을 활성화하여 대표선수들끼리의 총 리그전 과 최강그룹개인간의 10번기 등을 통해 선발자료를 객관화하고 랭킹제의 도입을 시도해 보자는 여러 의견이다. 각 기수 별 대표들 중 전국대회 출전선수를 선발할 때 제각기 그래도 내가 왕년에는 하며 선발에 불만을 갖는 사례들을 배제할 수 없는 문제점을 참가성의와 성적으로 객관화 하는데 에 모두 공감이다.

내주에 출전할 시합은 3인1팀 에 75수 마다 기 제출한 오다 대로 선수가 바뀌며 40초 3회 시합에 각 선수는 2회만 출전할 수 있는 규정은 보노겐 배 에서 더 진화한 재미있는 방법 같다. 1장은 선발투수로 무난한 판세로 피차 포석 과정에서는 큰 변화가 없지만 굳건한 흔들림 없이 승세를 만들어야 하고 2장은 구원투수로 흔들기 나 뒤집기에 능한 난전의 명수가 필요하고 3장은 굳히기나 마지막 스퍼트 에 능한 믿을만한 끝내기의 달인인 선수의 선발을 위해 각자의 기풍과 스타일을 감안해 두 팀으로 갈라 초 시계를 재며 연습한다.

1장으로 나선 최강 韓 선배는 黑勢를 삭감하는 모범을 보여주며 실리도 많이 갖춰놓고 75수 에 물러난다. 2장으로 나선 지난 마산대회에서 우승했던 동기는 유리해 보이는 국면이지만 좌 하 약간 엷은 곤마가 될 수 있는 곳에 가 일수 대신 특유의 강공으로 일관하다 오히려 중앙난전에서 대마를 죽이고 투료 된다. 연습 이어 서울대 대표였던 3장은 나서지도 못 해본다. 복기에 제시하는 의견들은 제 각각이지만 모두 일리가 있고 취향의 차이이다. 1조를 출전 예상 선수로 2조는 연습 대항마로 구성한 것이니 2조가 약하여야 하는데 2조 2장이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최강자로 인식되던 내 동기가 무안해진 분위기 인데 본인은 표현이 없다.

두 번째 연습은 2조 1장이 초반에 판세를 크게 기울게 잘못 두어 1조의 필승지세이다.

75수 후에 들어간 1조2장 동기는 또 무리를 하다 양곤마를 핍박은커녕 쫓던 제 말이 죽어 거의 백 여 집을 헌납하는 상태가 된다. 구원투수의 중요성을 절감케 하는 대국이다.

세 번째는 순번을 바꿔 역시 서울대 대표였고 졸업 후 OB대학생대회도 선수였던 2조3장이 선발로 나서 1조 1장 최강과 시작한다. 1조1장의 흔들림 없는 운석에 초반 공방은 1조의 우세가 확연해 진다. 세 번째 2장으로 나선 친구는 이곳 저곳 무리한 운석에 엄청나게 당하고 유리했던 반면을 다시 비세로 만든다. 3장의 빛나는 끝내기는 1조의 우승으로 되 바꾼다. 대항조의 1장으로 두 번 둔 2년 후배는 3장으로 나와 종반이 허술함을 보인 것이다. 그도 타젬8단을 바라보는 얼마 전 중국 대학대회도 대표로 다녀오는 솜씨인데 속으로 민망할 듯 하다.

복기를 하며 의견들을 나누는데도 각자의 스타일들은 변함이 없다. 잘못된 곳 부족한 것 들을 인정하고 고쳐나가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일 텐데 자기 변명과 합리화에 자신도 모르는 채 젖어 사는 모습들은 인간임을 알리는 연민일까.

평소 술을 안 드신다는 韓 선배는 회장이 돌린 건배 覆盆子 술을 한잔 하셔서 인지 얼굴이 시뻘겋다.

“온라인 시합을 활성화 시키지”

각 기수 대표이고 나름 세월을 풍미하던 솜씨들 이어 서로 내가 그래도 하며 강자들 간에도 미묘한 차이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을 역시 느끼고 계신 것 이겠지.

11년 선배 기수의 최강인 분은, 오로에 등록을 해야겠어 하시며 자유게시판에 음악들이 좋아 다른 일을 하실 때도 음악을 틀어놓고 하신다는데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시합에 응원을 오시라는 말에 머리 허연 사람들은 안 가야 하시며 티브이 에 나와도 안좋지 하시는 말씀은 젊은 바둑인 들을 배려하시는 원모심려 이시겠지.

바둑의 내용과 토론은 치열했지만 뒤풀이의 분위기는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선후배와 그것도 바둑인들 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거움이다.

동기는 나를 올려주려는지 내가 중학 때 아마 초단증을 따와서 놀랐다는 예기를 좌중에 한다.

“그때 기료가 20원 인데 단증 심사비가 1,500원 이었어. 69년 이었나.”

그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어 쉽게 땄다는 겸손스런 한 마디를 한다.

“대학 입학 때 수업료가 1,800원 이었지” 하셨다는 옆의 회장님의 말씀.

그건 63년의 일이겠지.

토요일 오후 즐거운 시간 속에

바둑 반 치수 느는데 10년 걸린다고 평소 느끼던 것이

오늘 반나절에 반 치수는 는 느낌이다.

자신감도 더 생긴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