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 84, YES 24 바둑대회

12명은 죽 둘러앉아 메뉴를 시킨다.

갈비탕, 쭈꾸미 정식, 냉면, 돌솥비빔밥, 소주 2병, 맥주 4병.

일요일 점심 동네식당은 한가할 듯 한데 손님은 꽉 차 있다.

저 쪽 건너편 테이블에는 임동균씨와 한철균 프로 그 외 바둑티브이 직원들이 여럿이

같이 식사를 온다. 한국기원이 가까워 대형식당이어 애용하시나 보다.

yes 24 라는 인터넷 책 판매 회사에서 주최하는 고교 동문배 대회에 선수 7명과 운영진 응원단 등 12명의 인원이 왔으니 적지 않은 인원이다. 세 판의 시합에 한 선수는 두 번 출전할 수 있어 충분한 인적자원이 필요하고 많은 사람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한 주최측의 조치는 응원단의 회식비용까지 감안했는지 교통비와 참가 대국료 로 25만원인지를 지급한다니 세심한 배려에 놀랍기도 하다.

점심전의 1차전은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3인1조 로 각인이 75수 까지 두고 선수가 바뀌는 룰 은 여러 사람이 참가하여야 하며 흥미를 더 높인다.

3월의 마산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전력은 해설자 韓프로의 설명으로 상대팀의 투지를 높였는지 일전을 불사하고 불퇴진의 각오가 느껴지는 대구 k고 선수들이다.

우리 측은 외대대표 였던 1장이 외세가 강한 유리한 판으로 만들어 놓고 전국대회 개인전에 우승한 적이 몇 번인가 있는 2장이 굳히기로 세를 확장해 놓는다. s대 대표였던 3장이 실수를 연발하며 좌변 중앙의 큰 말이 잡히고 두 점 단수에 잊지를 않아 잡히는 등 졌구나 싶었는데 계가는 두 집반 승 이다. 워낙 유리했던 판이어 많이 까먹었는데도 이긴 것이다.

식사후 2차전에 출전할 선수들은 술을 안 먹는다.

티브이 중계를 하니 얼굴이 뻘개서야 시청자를 무시하는 것 이겠지. 그러고 보니 따로 공지를 한것도 아닌데 다들 양복을 입고 왔다. 나는 일요일이어 가볍게 하얀 티에 막 양복을 걸쳤는데 대기실에도 직원 한분이 비디오로 계속 촬영을 하고 계신다.

12명 중에 다섯이 갈비탕을 시켰다.

어젠지 신문에 보니 과천 공무원 노조인지 점심급식에 갈비탕이 나오는 것을 공무원들을 임상실험 대상으로 아냐며 시위를 했다던지 기사를 보았는데 말없이 갈비탕 한 그릇이라도 더 팔아주려고 하는 것은 나만이 아닌 동문들의 깊은 속 이겠지.

어제 대전에서 열린 국세청과 세무사 바둑대회에 참가하였다가 우연히 후배 공무원이 오늘 시합에 참가하는 것을 알고 같이 상경하였다는 선배는 소줏잔을 기울이며 연이은 바둑행사에 피곤하시지도 않으신가 보다. 바둑사랑이 저 정도는 되어야 매니아겠지. 대표선수에는 끼지 못하면서도 와주시는 성의가 더 값진 것 이겠지.

2차전에 상대는 1차전의 오다를 그대로 낸다. 선수층이 엷어 주전들이 두 번째 판을 필승으로 만들어 승산을 도모하려는 것이 보이는데 오히려 안쓰러워 보인다. 우리 측은 개인전에 능한 쌈장을 1장으로 2장은 난전에 능한 51기 대표, 3장은 혜화동 s대 대표였던 선배로 구성한다. 바둑 티브이 사상 처음 발생했다는 해프닝과 함께 3장은 투석을 해 불계패로 졌다.

선수진의 고갈로 상대는 3차전에 전력이 약한 선수들이 나온듯하다. 우리 측의 s대 대표였던 1장, 전국대회 개인전 우승경력의 2장, 대학시절 프로에게도 이겼다던 3장이 어린애 손목 비틀듯 만방바둑 식 으로 3차전을 마친다. 긴장감이 떨어져 티브이에서 중계가 되면 시청자들이 의아할 것 같다.

평소 바둑 티브이 를 즐겨 보지만 그 준비나 진행과정을 볼 기회는 없었다.

한철균 프로 와 임동균 씨는 세 번 다 복장을 바꿔 입으며 각각 다른 날에 방송될 것이어 다르게 준비를 하신다.

뒤풀이 자리에는 출전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웃음꽃이다.

어제인지 대학연맹 모임에는 각 대학의 바둑부 신입생들이 적어 동기부여를 할 겸 여러대학이 같이 졸업생들과 신입환영 모임을 가졌다는데 약 90명이 모였단다.

저렇게 애쓰며 바둑을 사랑하고 바둑을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바둑의 미래도 꼭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인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