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85, 병원에서

다면기 행사는 8시경 끝내고 식당으로 향하는 것이 상례인데 오늘 처음 나온 젊은 친구는 8시40분이 넘도록 저 혼자 판을 거두지 않는다.

닥터들과 과장들 모든 임직원이 말없이 둘러싸고 코세기 디아나 초단과 청년의 대국을 관전한다. 8명의 다면기는 모두 끝나고 마지막 판 이다.

“이 친구 면접을 하는데 바둑이 특기라 하길래 얼마나 두냐고 물으니 1급이라고 하던데” 결석 입원 치료 후 어제부터 출근하신 상무님은 몸이 아직 불편하실 텐데도 의료원 바둑행사에 젊은 친구를 데려오시느라 부러 참석하셨단다.

“어때 잘 두는 것 같아요?”

“인터넷에선 기력이 어떻게 되세요?”

“인터넷은 안 합니다”

어려서 바둑교실을 잠시 다닌 것일까? 기초가 그리 튼튼한 것 같지는 않은데.

빨리 대국을 마치고 식당으로 가야 하는데 판정으로 판을 그만두게 할까 망설이다 그냥 기다린다. 여러 열성회원들이 모습이 보이지 않아 물어보니 근무나 당직으로 시간을 내지 못했다. 임병의 닥터는 구경만 잠시 하다 가려다 한 시간 이내에 빨리 두고 간다는 것이 벌써 두 시간 반 째이다. 교육과장은 마칠 일이 있다며 가려는 것을 총무인 원무과장이 식사를 같이 하자며 붙잡았다.

원무과 젊은 직원들은 친구가 와서 기다리는데도 나가지 못한 채 대국을 마치곤 관전 중 이다.

평소에는 바둑행사에 스페이스를 잡기가 쉽지 않다. 한 두 달 전부터 예약을 해서 허락을 얻어야 장소를 배정 받는데 본관 지하1층의 중 강당 1 번 방은 널찍하고 좋아 간호 과의 교육 등에 항상 바빠 잡기 어려운데 오랜만에 얻었다. 지하 3층의 교육장 두 곳 중 한 곳을 주로 사용하던 것에 비하면 모처럼 좋은 기분이다.

1,200병상 이던 것을 암센터를 신축하여 2,000병상으로 늘리며 회의실도 늘어난 것인가 보다.

초대한 프로기사와 바둑티브이 관계자 가 회식 후 돌아가려면 너무 늦을 텐데 다들 말없이 기다려주는 것이 역시 바둑인 들의 모습인가? 평소 시간을 그리 아껴 쪼개 사용하시는 분들인데.

“오랜만에 뵌 것 같아요”

“돌아가신 김수영 사범 초청 다면기 때 이방에서 두곤 정말 오래된 것 같아요.”

구매 과장 이어 바빠 행사에 잘 참여를 못하다가 교육과장으로 옮긴 이과장의 말에 오크랜드 1박2일 바둑캠프에도 오셨었잖아 요 라고 묻는다. 바둑캠프를 두 번 문막의 콘도에서 여류기사와 연구생들을 초청하였는데 그 중 한 번 참가했던 이과장이 그게 벌써 몇 년 전 인가보다.

그러고 보니 매년 봄 보사부장관 바둑대회에 선수로 참가하던 구매과 직원은 오늘 오지 못했군. 바둑행사 라면 빼놓지 않던 시설과장도 5,000억짜리 신관공사 완공직후라 바쁘신 게지. 비상계획과장은 동원이라도 가셨나?

동태찜 회식자리에선 바둑계 소식들과 코세기 초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소맥사를 좋아한다며 맥주잔에 소주, 맥주, 사이다를 혼합하여 직접 만들어주는 코세기 초단의 주위에선 웃음꽃이 만발한다.

전에 김승0프로를 초청했을 때 회식 후 당구를 쳤는데 300을 250으로 속인 것 같다는 등 웃음과 대화는 끝이 없다.

 바둑동호회 활성화를 위한 제안에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된다.

위기십결을 주제로 5천 병원식구들을 대상으로 초청강사 특강을 마련해 보면 어떻겠냐는 상무님의 의견에 교육과장과 향후 초안을 만들기로 한다.

 7월18일 의료원 게스트 하우스 에서 1박2일로 다음행사를 개최하기로 미리 정한다.

해외봉사활동에 전념하느라 병원을 사직한지도 벌써 만 2년이 지났는데 바둑행사에 진행을 맡겨주고 불러주는 바둑동호회 임직원들이 고맙기만 하다.

이래서 바둑배운 것이 즐거운 일이겠지.

바둑인 들이 속이 깊고 정이 깊어서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