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 경북 영천에 있는 Cyan 미술관에 갔었습니다.

주말에 뭘할까하다가 새로 생긴 미술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기로 한 것입니다.

네비게이션을 가지고 갔는데 네비게이션에 찍으면 나오겠지 했는데

막상 입력을 해보니 네이게이션에 찍히지가 않네요.

그래서 톨게이트부터 물어 물어 찾아갔습니다.

초등학교를 고친 미술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을지 알았는데

톨게이트 외에도 길을 가다가 식당에 물어서 한번 차를 돌렸고

또 마을 사람에게 길을 물어서 한번 더 방향을 바꾸어야 했습니다.

폐교를 고쳐서 아주 현대적으로 꾸며 놓았습니다.(위의 사진은 인터넷에서 펌, 이하 사진은 직접 촬영)

1층은 실내 전시실이고, 운동장은 잔디를 심어서 넓은 야외전시실입니다.

그리고 2층은 레스토랑입니다.

빼곡하지 않은 넓은 공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테마는 구리(銅, 바둑에서는 구리라고 하면 古力 중국기사를 생각하실 것 같아서..)를

이용한 조각품이었는데 빛과 공간이 추가되어 있어서 작품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 바둑속의 공간과 작품 속에서 느끼는 공간이 저에게 오버랩 되었습니다.)

 (왼쪽 구형 작품안에 빛이 나와서 벽면에 투사된 모습입니다)

넓은 잔디밭에는 자리를 깔고 앉아서 가을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고

2층 레스토랑에는 커피를 마시며 그 공간을 즐기는 연인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공간 한켠에 있는 모과나무 아래에서 가을을 주워왔습니다.

도시사람들은 멀리서 봐서는 모과나무인지 모르는 듯... 모과 나무 아래는

노란 모과가 가득 늘려있었습니다. 가을 향기를 가득 담았더군요.

작년엔 안동에서 구입한 국화차에서 가을을 담았는데....

이번 가을은 떨어진 모과에서 가을을 담습니다.

찾아가기도 힘들고 유명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구비구비 시골의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이 세계바둑대회보다 많습니다. 그냥 공간만 있을뿐인데 말입니다.

그러나 농심신라면배세계최강전에는 세계정상급기사가 대국을 하고 있고

농심호텔은 시골의 폐교를 수리한 미술관보다 아늑하고 좋은 시설이며

접근성 또한 좋습니다. 농심호텔은 부산 온천장에 위치하고 있어

낙후하지만 그런대로 온천도 있고 농심호텔에는 고급 온천은 허심청이 있고

제가 주변을 걸어보았더니 인접한 시장에는 부산만의 먹꺼리가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대국장에는 현수막만 걸려있고 정작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대국이 일어나는 곳은 밀폐되어 있고

검토실에는 타성에 젖은 관련기자들과 4명의 중국기사만 있었습니다.

대국실은 바둑TV에서 중계하고 사이버오로에서도 중계를 합니다.

그러나 집적 찾은 사람은 뭔가를 더 볼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별도의 카메라를 설치해서라도 밖에서 안의 대국 모습전체를 보여주어야하지 않을까요?

방송이나 인터넷중계에서 볼 수 없는 그런 모습말입니다.

먼길을 찾아온 사람에게 그정도는 더 제공되어야하지 않을까요?

또 기자들을 탓하는 것은

세계대회인데도 명찰도 없더군요. 이것은 운영진의 탓이기도 하겠지만

어디 소속의 누구인지는 명찰을 기본적으로 달아야겠지요.

그리고 프로기사들도 명찰을 달아야지요.

바둑팬들이 다 이름을 아는 것은 아니잖아요.

바둑팬이 없는 탓에 동네 기원의 대국처럼 된 것이 너무 슬펐습니다.

비록 바둑팬들이 방송으로 인터넷으로 본다고는 하지만,

실상 그들의 위치는 대국장아닙니까?

이렇게 진행할 것이면 말라고 우리나라에서 개최합니까?

중국에서 두나 우리나라에서 두나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데 말입니다.

어제 호텔 후문에서 서서 비를 피하면서

몇에 같이 서있는 중년의 아저씨한테 물었습니다.

"혹시 바둑 두실줄 압니까?"

겸언쩍게 모른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눈 앞에는 대형 현수막이 건물의 반틈을 가린체 바둑대회를 알리고 있는데

"호텔에서 세계바둑대회 열리고 있어서 물어봤습니다" 

했더만 그장소에 서있는 사람조차 모릅니다.

이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정상적인 모습은 호텔 주변이 바둑팬들로 오고 가고

갑자기 많아진 사람들로 호텔에서는 커피라도 한잔 더 팔리고

온천 하는 사람이라도 한명 더 늘고 식당에 공기밥이라도 한그릇 더 팔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검토실이라고는 해도 책상 앞의 모니터 보다 나은 점이 없고

현장에 가도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세계대회는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Cyan 미술관은 아무것도, 별 것도 없어도 가진 것을 충분히

보여주기고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찾아 오는 사람들이 만족을 느끼는 것이고

세계바둑대회는 최정상의 바둑이 존재해도 아무것도 보여 주지 못하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조차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외면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의 차이 같습니다.

세계바둑대회는 좀 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에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안부끄럽습니까? 

월간바둑 구기호 핫이슈토론에서 세계바둑대회의 변화에 대해 한번 토론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