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벌써 여러 번 들었다.

제대하고는 미장원에서만 커트를 해 왔기에 40년 지기 원장님이 가끔 그랬지만

신혼이던 원장님이나 나나 서로 거울을 보면서 무상함을 이야기한다.

“이제 세월이 얼굴에 그려지네요.”

원장님이 한 말 하길래

“그놈이 피카소죠. 우리야 살았을 뿐이잖아요.”

잠깐 가위질을 멈추고 나를 빤히 보더니 돌아서서 한참을 웃는다.

“무슨 말인 줄 몰랐어요.”

“나도 가끔 뭔 말인 줄 모르고 툭 튀어나와요.”

다시 고개를 젖히고 웃는다.

“사장님하고 머리할 때 저 웃다가 가끔 실수하는 거 알아요.?”

“모르죠. 제 뒷머리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요.”

40여 년 똑같은 스타일이라 혼자 있으면 10분이면 끝난다.

그러나 원장님이 웃다가 다시 하는 시간을 따지면 20분 정도.?

내가 먼저 왔을 때 기다리는 단골손님들도 꽤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잘 아는 여자분들이 오면 시간은 길어진다.

원장님이 손님들과 주고받는 대화에 한참 뒷전 되기 때문이다.

서로 애인 사인 줄 아는 오해도 있었다.

바부들 아이가 .

애인이면 밖에서 만나지 머리하면서 수다 떨겠어.

그날의 주제는 머리 색깔이었다.

일상에 스트레스도 있고 이젠 어느 정도 세월을 인정하자며 염색을 끊었다.

한 5년쯤 되었나.?

머리카락도 빠지고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유라 했지만

귀찮기도 하고 가끔 존경하는 분들의 허연 머리가 중후하게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시작된 나의 머리는 장장 1시간이 걸렸다

금방 끝날 것 같았는데 내가 수다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이다.

오늘 일을 하면서 세 번째 들었는데 머리 참 이쁘게 쉬었다고 하더란 말.

나도 처음엔 뭔 말인지 몰랐는데 결국 지저분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원장님이 강연에 들어갔다.

“얼마 전엔 하옌는데 근래에 검은 머리가 이리저리 나면서

부분 염색한 것 같이 너무 자연스러워 봐봐.”

이리저리 가르키며 설명하자 세 명의 중년이 다가와 내 머리를 만진다.

이건 뭔 상황이래.

“내가 이렇게 염색해 달라 해도 못 할 것 같아.”

원장님의 말이 사실 근래 회춘했는지 검은 머리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전체적인 머리는 백발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 뭐랬어요.”

“뭐래 긴요 처음엔 못 알아들었으니 다시 물었죠.”

“그랬더니.”

“그게 다죠머

”머리가 이쁘게 쉬었다는거죠.“

”까르르르...“

”전번 하나 따셨나뇨.?“

”우리가 괜히 나이 먹습니까.? 검은 머리 조금 난걸로는 민폐죠“

”회춘하신 거잖아요.?“

”헉“

거기서 나는 말문이 막혔다.

회춘이라.

아무리 세월에 시달렸지만 내가 회춘이라니.

나의 침묵에 미장원은 일순 적막이 흘렀다.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 순간

나는 뭔가 한마디를 해야 하는데 뭔 대사가 있었던 대화였는가.

짧은 찰나에 찾은 한마디는.

”그때 못 했지만 오늘 여기서 하나 따갑시다.“

그리고

”니가해라 니가해라“ 하며 한바탕 소란을 끝으로 웃으며 헤어졌다.

뒷전에 들리는 소리

”언니야 저 아저씨 오는 날 나도 머리하러 와야겠다 연락해.“

하늘을 보았다.

젊을 때나 이 나이가 되었으나 가을 하늘이 참 청명하다.

거울에 비친 백발이 내가 못 보는 뒷머리는 참 이쁘게 쉬었나보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