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전후에 일을 나선다.

그리고 아침 8시면 엄니 식사 챙기고 다시 나가 12시에 와서

점심을 같이하고 두어 시간 쉬고 다시 6시까지 일하고 온다.

저녁을 같이하고 나면 그다음은 그날 컨디션에 따라 조정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드시니.

아무 일 없으면 그런대로 유지하지만 동생들로 심적인 변화가 오거나

오늘같이 불의의 사고가 생기면 술을 한잔하게 된다.

구순 엄니는 안타까워할 뿐 아무 소리도 못 하신다.

내 눈치를 보는 엄니가 측은하고 술을 마시면서도 몰래 눈물 흘리며

아무 내색도 안 하고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밉다.

지인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

그럴수록 열심히 살아야 되는데 술을 먹는다고.

그때마다 나는 반문했다.

남의 일이라고 도덕경을 내밀면 안 된다고 그러다 시비하고 멀어졌다.

우리 나이에 어머님이 계신다는 것도 복인데

경상도 속담으로 복에 겨워 요강에 똥 싸지르고 있는 것 같다.

근데 그게 왜 이리 힘 드는 걸까.?

대소변 건사하고 세끼 식사 챙기고 머 씻고 닦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할머니 치매 10년 영감 중풍 30년도 했었는데.

나는 잘했다고 여기에 가끔 글로 옹아리 하고 의연한 듯 바둑 두고

가끔 가치관으로 시비에도 참가하고 그냥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데

나의 잘못으로 일어난 사고지만 단번에 흐름이 깨어진다.

왜 나에겐 일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까.?

그것은 나의 의지력도 문제지만 감성적인 탓도 있겠다.

그나마 현명하지 못하지만 어렵게라도 해결 과정을 겪으면 다시 나를 찾을 것이다.

충돌도 아니고 신호대기 중에 뒷범퍼 15센티 정도 긁혔는데 목을 잡고 나왔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하고 경찰 부를까요.?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제가 보상할까요.?

했더니 연락한다더니 70만 원 견적이 나왔단다.

광택제로 닦으면 되는 정도라 10만원 정도 생각했다가 어이없어 말을 못 했다.

“네 수리 하세요. 보험 처리 해 드리겠습니다.”

엄니는 어떻게 됐냐고 물으시길래 그냥 웃으며 잘됐다 했다.

나는 나에 실망한 사람들과의 시비도 사고도 그리고 지금의 시련도 하찮게 본다

내가 거둬야 하는 신세와 아직도 신세 지게 만드는 엄니

가끔 시련에 죽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죽을 날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언제 죽어야 한다는 날은 확실히 있다.

엄니가 가시고 나면 내 기분 내키는 대로 언제든지 갈 것이다.

도리는 여럿에게 모두 하려면 던이 필요하고 몸으로 하려면 선택해야 한다.

그것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함부로 남의 삶을 평가하면 안 될 것이다.

경험한 사람들은 절대 하지 않는다.

공원에 휠체어를 끌고 오는 사람 중에 가끔 보이는 장애우들이 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