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군대란 말이 있다. 

오합지졸을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을 보면 정말 당나라는 형편없는 나라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왕오천축국전을 읽으면서 당나라가 결코 오합지졸의 나라가 아니란 생각을 굳혔다.

혜초스님은 신라에서 배로 당나라의 명주로, 다시 광주에서 수마트라 해협을 지나 벵골 만을 거쳐 동인도(동 천축)로 그리고 중 천축, 남 천축, 서 천축, 북 천축의 오 천축을 거친 후에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서쪽의 페르시아까지 섭렵한 다음에 파미르 고원을 거쳐서 중국의 장안에 이르게 된다.

스님은 곳곳의 풍경과 지리, 생활양식, 정치 등 세세한 부분을 기록하였다. 

이 기록들이 둔황의 막고굴에서 발견되었다고 하였다. 

둔황에는 이 문서 말고도 수 많은 문서들이 동굴에 보존되어 있었으나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일본 등의 나라에서 대부분의 서적들을 약탈하여 자기들 나라로 가져갔다고 하였다.

막고굴에서 발견된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에 대하여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고 한다. 

발견된 문서가 필사본이라는 설이 중론이라고 한다. 

원본은 아직 발견이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도저히 불가능하지만 내가 어찌 어찌하여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다가 어느 허름한 민박집에서 원본을 발견한다면 얼마나 기쁠까? 에이, 그러면 너는 벼락을 맞고 죽을 것이다. 이놈아. 그것이 확률적으로 동일한 것이니.

이 책의 번역을 정수일이란 분이 하였다. 

나는 전에 뉴스에서 한국인이 깐수란 이름으로 아랍인으로 변장하였다가 발각된 사실을 접하였다. 

그 때에는 에이 저런 놈은 당장 처벌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깐수가 바로 정수일이다. 

이 분은 해박한 언어 지식으로 실크로드에 관한 여러 책을 발간하였다. 

이분이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왕오천축국전을 읽을 수 있었으랴. 

그러고 보면 내가 열하일기를 본 것도 대단한 일이다. 

그 책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문예출판사에서 발간 한 것이니. 

내가 북한을 찬양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나름대로 보수주의자이다. 

친구들이 대부분 태극기 부대를 응원하고 나도 그들에게 동조하는 편이다. 

그러나 정치가 아니고 문예부분에서는 서로 간에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혜초 스님이 천축을 여행하기 백 년 전에 이미 천축을 여행한 당나라의 고승이 있었다. 

현장법사이다. 현장법사는 당나라 황제의 지원을 받아 대당서역기를 편찬하였다. 

왕오천축국전의 해설에도 대당서역기가 여러 번 등장한다. 

그 때 당나라는 이미 중앙아시아는 물론이고 멀리는 동로마, 그리고 인도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왕오천축국전을 읽은 다음에는 꼭 대당서역기도 빌려서 보기로 결심했다.

요즈음 옛길 걷기 운동이 한 창 유행이다. 

선조들이 주로 생활상의 이유로 땀 흘려 걷던 길을 다시 걷는 일이다. 

선조들이 걷던 그 힘들었던 과정과 잠시 쉬면서 보는 아름다운 경치와 지금 걷는 현대인이 느끼는 감정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수학적으로 보면 같다고 생각된다. 

분배법칙이다. 

과거의 선인들은 하나하나 맞닥뜨리면서 그 때 그 때 힘들어하고, 또 즐거움을 느꼈다면 현대인들은 이미 많은 것을 한꺼번에 견딘 다음에 느긋해진 세월을 즐기는 것이다.

왕오천축국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나라들이 나온다. 

나름대로 주민들이 행복하게 생활하는 곳이 많다. 

그러고 보면 고향생각이 난다. 

어릴 때 고향은 지금보다 더욱 윤택하였다. 

경제의 총량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집들과 인구들. 친구들만 해도 득실득실하여 서로 모여서 여러 놀이를 했고 지금은 풀이 무성한 논둑길들도 그 때에는 마치 이발을 한 듯이 깨끗하게 정돈이 되어있었다. 

풀 한포기라도 가축을 먹이기 위하여 알뜰하게 간직할 때이니 어디 풀이 무성하게 자라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그것도 결국 분배법칙일 것이다. 

선택과 집중. 집중된 곳은 더욱 윤택해지고 분산된 곳은 허름하게 될 수밖에 없는.

좋은 시절에 북경에도 가보고 만리장성도 구경하고, 시안, 장가계, 상하이, 항주 ,서주, 구이린에도 가 보았다. 다시 어느 때 좋은 시절이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