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떴다.

일몰시간대의 일사량과 같은 양의 월사량이 지구에 도달 하였다.

이 적은 에너지의 공급은 그럼에도 지구의 생태계 균형을 깨트리는 데에는 충분하였다.

6월 중순의 지구 대기는 7월 중순의 대기 흐름을 보여 주고 있다.

기압 배치는 요동을 쳤지만, 계절을 한 달 앞서가는 기후로 요약될 수 있었다.

모든 기상 변화가 현웅의 보고서와 상당 부분이 들어맞아가고 있었다.

벌써 수차례 허리케인이 멕시코를 휩쓸고, 미국 동부 해안을 강타했다.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일본을 향해 3차례나 지나갔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지면서 일본 열도를 건너지 못하고 후지산을 경계로 일본 열도를 동서로 양분하는 형태로 정체되어 있었다.

6월 중순에 910헥토파스칼의 위력으로 일본을 강타한 태풍은 신간센 선로를 엿가락으로 만들었고, 수백명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재난을 발생시켰다.

올해 발생한 태풍이 3개인데, 모두가 900대 헥토파스칼로 일본열도를 강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엄중했다.

일본인들은 7월이 오는 것이 두려워졌다.

예년의 태풍 방향이나 세기와는 사뭇 달랐다.

기후 변화의 징후도 심각했다.

장기 예보상으로 미국의 전역에 강수량이 예년에 비해 45% 수준에 불과 할 것이라는 예보와 그에 따른 콩과 옥수수 생산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서부지역은 광범위한 면적에 사막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면 러시아의 툰드라 지대에는 작물 재배가 가능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수년 내로 세계의 곡물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등장하였다.

유엔은 각국의 기후 변화 자료를 취합하여, 홈페이지에 게시 하였다.

다만, 데이비드서는 설민에게서 받은 한국의 현웅이라는 학자가 보내온 보고서와 흡사하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 놀라면서도, 이 보고서를 자신의 책상 속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 있었다.

현웅이 만든 보고서는 마치 하나의 예언서처럼 정확하게 현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고, 이 예측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세계는 새로운 힘의 질서로 재편될 것이다.

그 점이 데이비드서는 두려웠다.

그 재편되는 과정에서 국제 공조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데이비드서는 자료를 노출하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유엔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료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자료로써 신뢰도가 매우 높아 각국이 향후 국가 경영에 참고할 자료로서 손색이 없었다.

가장 곤경에 처하게 될 나라는 미국과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과 아시아의 일본과 인도네시아등 이었다.

오히려 아프리카는 비가 더 자주 내려서 새로운 농경지가 생겨날 것으로 예측되었다.

중국은 남부 지방에 사막화가 가속화 되겠지만, 북쪽에 드넓은 농경지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나타나,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세계 전반에는 나쁜 징후가 많았다.

기후 변화가 막 시작되었음에도, 저개발 국가에는 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식물보다 미생물과 작은 곤충들이 기후 변화에 적응이 빨랐다.

각종 질병이 번지기 시작했고, 작은 곤충들이 이상 번식을 하여, 모기와 파리, 메뚜기 떼가 인간의 삶을 위협하였고, 이름 모를 곤충들이 창궐하였다.

인류는 오로지 유엔에서 실시하는 계획이 빨리 성공을 거두어, 옛날의 지구 환경으로 돌아갈 수 있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데이비드서 사무총장도 각국의 정상들과 긴밀하게 연락하면서 매일 매일의 진행상황을 유엔 홈페이지에 공시하며, 달에 금을 회수할 우주왕복선과 석영을 묻을 로봇을 탑재한 무인 우주선을 발사하는 계획에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도록 점검을 하고 있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닥친 가혹한 시련을 인류는 과연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지구는 점점 더 더워져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