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이 구하기

여동생과 어머니의 전화 통화는 실시간으로 연결된 초강력 네트워크이다.

그 통화를 옆에서 듣고 있노라면 한편의 소설이 매일같이 태어난다.

몇 일 전에도 여지없이 새로운 에피소드가 탄생했으니 이름하여 수빈이 구하기

춘천사는 여동생의 딸이고 나의 조카인 수민.

   <조카 이름 수민을 수빈으로 썼다가 여동생에게 원망들을 뻔 했다...몹쓸 외삼춘..ㅠ.ㅠ>

올해 4살인 수빈과 7살인 광진이는 둘이 매일 같이 붙어서 장난치고 싸우고 울고 하면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수민이는 광진이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 그 좁은 컴퓨터 의자에 올라가

 오빠를 방해한다.

그러다가 울고 불고 하는 소리에 여동생이 달려가보니 수민의 발이 의자의 등받이 사이에

제대로 끼였다.  

이리 저리 해도 발은 빠지지 않는다. 이거 낭패다

마침 집에서 자고 있던 소방서 근무 비번인 신랑에게 S.O.S를 쳤다.

매제는 성격 자체가 털털한 사람이다. 딱 보니 힘으로는 안될거 같아서  자기가 근무하는

소방서에 후배에게 전화를 한다.

"거 자동차 펑크났을때 벌리는거 있지 그것 좀 갖다 줘"

얼마 뒤 후배는 자동차 잭을 가지고 집에 들어섰다.

집에 들어서자 마자 후배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와..형님 어떻게 이 집을 사셨어요? " 로

시작해서 자동차 잭을 전달하는 것은  뒷전이고 새로 분양 받아간 아파트인지 이리 저리

신기한듯 집안 구경을 한다.

매제는 딸 아이 발이 더 급한지라 잭을 빼앗듯 들고가서 의자 등걸이를 벌리려고 했지만

들어가는 폭이 좁아서 들어가지 않는다.

수민이는 더 크게 울어 제쳤다.

다급해진 매제는 안되겠다 싶어 정식으로 119에 전화를 해서 사고 접수를 한다.

사고 접수를 받는 사람 또한 바닥 좁은 춘천에서  이미 알고 있던 선배 였는데,

막상 살고 있는 집 주소를 부르자

" 야! 너 어떻게 그 집에 이사갔냐? 집은 어떠냐? ......#!@#$!#@%"

마음은 다급한데 일일이 이야기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

"형님 !! 딸 아이가 발이 의자 등받이에 끼여서 급하니 나중에 이야기하시고

사람 좀 보내주세요!!! "

하고 소리쳤다.

그렇게 얼마 뒤 동네가 떠나갈듯 119 구조팀이 싸이렌이 울리면서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다.

동네에는 어디 불이 났는지 사람들이 몰려 들었고 동생 집으로 구조팀이 들어오자

무슨 구경거리가 난듯 사람들이 문 밖에 장사진을 쳤다.

집에 들어선 구조대원들 아니 동료들...

"  아!  형님 집 좋네. 아 형수님 안녕하세요? "

" 이거 몇 평에요...."

" 야...이거 베란다 새로 튼거에요? 좋네 집 "

....

애 보다는 집 구경에 정신이 팔린 우리의 동료구조 대원들.

속이 부글부글 끓는 매제.. "애 다리 좀 빼줘.!!!! @.@ " 하고 소리치자 그제서야

애 다리를 빼러 방에 들어선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수민이는 울다가 지쳐 잠에 골아 떨어졌다.

결국 수민이 다리는 등걸이를 벌려 무사히 빠져 나왔고 동네에 뉴스거리를 남긴채

아래 윗층 동네 사람들과 집 구경(?)을 마친 구조대원들은 사라졌다.

그런데 매제는 아까 119 구조 때  접수 받던 선배에게 소리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전화기를 들어서 전화를 한다.

" 아 ! 형님 우리 집요..  분양 받고 융자 얻어서 들어 왔어요.....나중에 집들이 할께요."

어머 어머 를 외치며 손에 땀을 쥐고 듣던 어머니. "그러게 아이는 눈을 한시도 띠면 안되 .."

하며 안도를 내쉬면서 한참 뒤에 박장 대소로 웃으시면서 어머니의 실시간 네크워크

이모에게 이 즐거운 에피소드를 전하려 전화기를 든다.

이 글을 쓰면서 어쩌면 이 이야기는 전국에 이미 알려진 구버전의 이야기 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최서방!  앞으로 이사하면 무조건 집들이 부터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