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서 일을 하다보니 연필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늘 볼펜이 없어졌는데 이제 볼펜이 없어지지 않으니 연필이 없어집니다. 한참을 찾다가 서류 틈새에서 연필을 찾았습니다. 찾고 보니 늘 사용하던 연필이 다시금 보입니다. 몽당연필이었네요. 매일 손에서 사용하다보니 짧아진 줄도 모르고 사용하다가 잃어버린 뒤 찾고보니 마치 다른 연필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뭉둥해진 연필을 깍을려다가 너무 짧아서 사무용품 케비넷으로 가서 연필을 찾습니다. 케비넷을 이리저리 뒤지고 있는데 후배 직원이 한마디 합니다.

"뭐 찾어세요?"

"연필"

내가 케비넷에 쌓인 것을 뒤지며 찾는 것을 보더니

"새연필 사용하세요"라고 말합니다.

한참을 찾는 것을 보고는 내가 남이 쓰다가 챙겨둔 연필을 사용할 요량인 것을 눈치챘나봅니다.

"나이를 먹으면 같이 나이 먹은 것을 사용해야지..."하며 농을 던지며 연필을 찾아옵니다.

칼로 연필을 깍을려고 보니 예전사람은 연필깍이로 깍았나봅니다. 가지런히 기계로 깍여있습니다. '그래도 연필은 칼로 깍아야 제맛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연필을 깍습니다. 칼에 닿는 나무의 느낌이 좋습니다. 칼이 한번 나갈때마다 연필에서 일어나는 나무조각도 보기 좋습니다. 어린시절 필통 가득히 연필을 꺼내어 연필을 깍고 심을 세우던 기억이 납니다. 필통에 있는 연필을 다깍고 나면 부자가 된듯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어제 프로기사에게 묻는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연필을 깍으며 생각해보니 나도 나이가 들면서 무엇에 대답하는 것이 점점 애매해져갑니다. 사람에 대한 평을 물어도, 어떤 일에 대한 의견을 물어도 예전보다 지식도 많아지고 경험도 많아져서 판단력은 더 예리해졌지만 막상 입으로 나오는 말은 "그냥 그렇지 뭐",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큰 차이 없을 것 같은데..."와 같은 말입니다. 프로기사들도 정작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너무 정확히 너무 많이 알기에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하는 답을 혼자 내려봅니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해가 일찍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