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절부절. 서랍에 있던 것을 차에다 가져다 놓은 탓에 책상에 앉아있는 지금 그것이 없는 것이다. 몇번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고 괜히 일어나 정수기의 물을 마시기도 하시며 바람도 쐬어보지만 쉽사리 조급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는다. 결국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들고 사무실을 나선다. 낮에도 형광등 조명에 의존하는 사무실이라 밖에 이렇게 밝은 줄은 몰랐는데, 한낮의 태양은 여름인지 봄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뙤약볕이었다. 아마 이렇게 살다간 휴가를 낸 어느날 해수욕장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여름이구나' 하고 되낼 것이다. 짧은 거리를 걸으면서도 더운데다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니 지루한 느낌이다. 물이 올라 활짝 핀 초록 잎사귀들은 나무를 치장하듯이 둘러싸고 있고 넝쿨 장미는 담장을 넘어 넘칠 듯이 가득 펴 있다. 풍경을 보면서... '아 시간이 정지한 것인가?'하는 착각을 인지할 무렵 걸음은 목적지를 향해 바빠 나간다.

되돌아 온 사무실 화장실에서 자리를 잡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화장실에 거울이 없기 망정이지 아마 지금의 나의 모습을 바라 본다면 흉하기 짝이 없는 모습일 것이다. 입을 이렇게 벌렸다 저렇게 벌렸다하면서 손가락을 깊어 넣기도 하는 모습과 입안에 넣은 손가락을 좌우로 당겼다 놓았다 하기도 하고 그리고 이내 미소 짓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봐도 괴이할뿐이다. 이것이 바로 요즘 취미가 되어 버린 치실이다. 얼마전 아는 사람이 치실을 하고 있길래 무하는 짓인가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쳐다봤는데 물어보니 그것은 치실이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치실이 보이길래 생각이 나서 산 것이다. 하고 싶어서 산 것도 아니고 그냥 있길래 산 것인데 그게 취미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하루에 몇번이든 많지는 않은 횟수지만 내가 만족할때까지는 치실을 해야된다.

치실을 못했다고 불안해하고 또 치실을 하고 안도를 느끼며 기분좋아하는 모습은 분명 괴취미라고 할 수밖에 없다. 화장실에서 혼자 숨어서 치실을 하며 드는 생각이 혹시, 모든 치실하는 사람들이 숨어서 하기 때문에 서로 모르는 것은 아닐까? 벌써 내가 산 치실이 5개가 넘고 치실을 사기 위해서 가는 약국마다 치실이 있는 것을 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치실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숨어 하고 있는 것일까? 잠시 세상사람들이 치실하는 소리가 들을 수 있을까 싶어 조용히 숨죽여도 본다.

세상 사람들이 나처럼 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곳곳에 숨어 치실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우습기만한다. 과연 그들도 나처럼 얼굴을 일그리며 치실을 할테지. 어금니 사이로 치실을 통과시킬려면 제아무리 미남이라도 어쩔 수 없을꺼야. 치실을 하는 동안은 사람의 미모는 공평해지는 것이다.

이 괴취미처럼 바둑을 취미로 삼았다면 바둑을 두지 않는 동안은 마음이 불편했을테니 꾸준히 했을테고, 그랬다면 지금 강1급은 못되어도 약1급의 성취는 이루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