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들의 기력향상을 가로막은 상수들의 일곱 가지 거짓말
                                       -그 거짓속에 숨겨진 진실 -

                                                                                                                저니

첫 번째 거짓말. 비법만 알면 바둑이 늘 수 있다.

학교 다닐 때 보면 반에서 하위권을 당당히 지키는 친구도 전교 1등 하는 친구의 참고서가

무슨 숨겨진 비법인양 똑같은 책을 사 들고 다닌다. 게다가 요즘엔 선생님에게 시험 공부

하러 학원가야 한다고 서둘러 학교를 떠난다. 하지만, 학원선생이 시험 예상문제를 족집게로

집어준들 예제만 살짝 바꿔도 틀리는 것을 학기말이 끝나가도록 모르는 불행한 현실이다.

바둑판에서도 예외는 없다. 정석을 아무리 외우면 무엇 하는가? 수순만 비틀면 자중지란에

빠져 자멸하는 것이 한 두 번인가? 결국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승리를 소유하지 못한다.

두 번째 거짓말. 실리가 많으면 이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리가 없어서 지는 바둑이라면 실리가 있어도 진다. 

창조적인 생각과 혁신적인 아이디어에서 멀어질수록 어떤 대국에서도 실리뿐만 아니라 세력

으로 손해를 입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하수가 먼저 오십 집이 확보된 상태라면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한다. 그러나 어떡하면 판세를 끝까지 유리하게

끌고 갈 것인가? 현재 어떤 변화를 모색할까? 스스로 이런 질문에서 멀어졌을 때 선오십필패

(先五十必敗)가 될 것이다.

세 번째 거짓말. 세력을 쌓으면 집이 된다.

세력은 절대 신데렐라가 아니다. 벗겨진 유리구두가 되돌아와 마치 로또처럼 인생역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세력은 전투기술이요 상대를 끌어들이는 덫이 세력이다. 한번

깨지면 구름처럼 허망하고 덧없는 것 또한 세력이다.

상대를 위협하고 공격하는 시간이 실리화 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양질(?)의

세력을 쌓기 위해서 세력을 쌓는 법칙을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세력이란 타이틀을 쌓아

올릴 때는 머리 속에 실리를 떠올려서는 안 된다. 만약, 세력을 쌓아 섣불리 집으로

만들려 하면 딱 그만큼 집을 짓게 되거나 그 집 마저 판세에 걸림돌이 되어 오그라들어

지게 된다.

네 번째 거짓말. 과거의 경험이 승패에 도움이 된다.

경험은 무시할 수는 없는 스승이기도 하다. 하지만 판수가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릇된 경험은 오히려 악이 된다. 어떻게 두어야 될지 그림을 예측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길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최선이다. 스스로 이기는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하여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 번째 거짓말, 치석을 유리하게 가져가면 승률이 높아진다.

천하의 이창호 국수가 와도 9점엔 절대 지지 않는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치석이 천군만마는 아니다. 천하의 이창호 국수도 서능욱 사범에게 넉 점까지 치석을 한

일도 있다. 물론 치석을 유리하게 가져가면 처음에는 승률이 높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승리의 해답이 아니다. 상대에게 아낌없이 자신의 치석을 거두어 가면서 승률을 맞추어

가는 것이 열쇠이다. 고수에게 무수하게 깨지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기력의 상승은

있을 수 없다. 단지 유리한 치석은 하수에게 승률을 미끼로 절대 하수라는 고삐를 매기

위한 쇠코뚜레가 될뿐이다.

여섯 번째 거짓말. 마음만 먹으면 이길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이기는 방법은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을 먹는다고 이길 수는 없다.

마음만 먹으면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옳은

자세이다. 책을 공부하거나 지도대국 그리고 인터넷의 학습도구 등 다양한 배움을 통해서

승리를 위한 방법이 습득된다.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다는 꿈은 정말 꿈일 뿐이다.

공부 잘하겠다고 마음 먹고 거저 이루어진 일이 있던가? 우리에겐 무수히 많은 공염불의

추억이 있다. 책상을 짊어지고 선생을 찾아 천리를 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마음이 아니라

배움을 구하는 행동이다.

일곱 번째 거짓말. 운이 좋아서 이겼을 뿐이다.

패배로 아린 마음에 마취를 해주는 독사 같은 말이다. 설령 실수로 졌다 해도 운이란 것도

실력자의 시녀이다. 사지선다형 문제에서 찍는다고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확률이 같은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을 운 나쁜 사람이 맞는 것이 아니다.

벼락을 맞고 살아 난 사람이 운이 좋을 뿐이다. 고수는 스스로를 겸허하게 낮추고 실력이

낮은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도 배우는 것이다. 실력이 나을 뿐이지 사람이 높고 낮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에 위안보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하는 것이 등 짝은

배기고 입은 쓰라리겠지만, 이날 승부의 회계지치(會稽之恥)를 씻을 기회를 갖게 된다..

무수한 패배 뒤에 어느덧 내공이 쌓이고 상대방에게 자신이 붙기 시작하면, 이런 거짓말을

내 입에서 하기 시작하게 되는데 어느덧 상수의 레벨로 올라가고 있는 증거이다.

상수에게 이 말을 돌려주자!  멋지게 한판 이기고 난 뒤에 “운이 좋아 이겼네요” 라고...

방귀도 자주 뀌면 일을 내는 법이다. 운이 좋다는 말이 스케일링이 되어 입안의 플라그가

제거되듯 바둑판의 치석도 개운하게 제거될 승리의 그날이 올때까지....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