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30일 이세돌 프로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이세돌 파동이 일어난지 한달여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바둑계는 바둑애호가들 간에 비판과 지지로 엄청난 소용돌이의 와중에 놓였었습니다.

그 기간동안 휴직계를 제출하고 침묵으로 있던 이세돌 프로가 7월 2일 한국기원 이사회를

이틀 앞두고 입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 타이밍이 참 절묘합니다.

어찌되었던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니..나름 기대를 하였습니다.

개인적인 희망은 한 분야의 <세계1인자>로서 대인다운 풍모를 보여주길 바랬습니다.

그러나 기자회견 기사를 보니.. 내가 헛된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기자회견에 대한 소감은 한마디로 <억울함과 변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세돌 프로가 3번씩이나 <사과>를 했다는 내용은 <대회주최측과 바둑팬>이며..

<시상식 불참>에 대하여는 죄송하다, 부끄럽다.. 그리고 <바둑판 사인>에 대하여는

결례, 성숙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시상식이나 바둑판 사인 문제는 대회 주최측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볼 때.. 결국 이세돌 프로는 다수의 바둑팬과 힘있는 대회 주최측에만

<사과>를 하였을 뿐입니다.

그외의 한국기원이나 기사회와 관련된 사안들.. 한국 바둑리그 불참이나 저작권 그리고 기사회

투표등에 관해서는 변명이나 자기 합리화, 불편함을 토로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잘못이 없고..

대신에 <억울하고 또는 고통받는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명>을 하고 있다는 부분은 한국리그 불참 이유와 휴직과 관계없이 중국리그에 참가하는

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동료기사들이 기사총회에서 자신에게 뭔가 조치가 필여하다는 투표 결과를 도출한데 대하여..

이를 <공격적인 상황에서 도저히 바둑에 집중할 수 없고.. 입단 후 13년간 쉬지 않고 달려와서

체력적으로도 힘들어 충분히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만으로는 그가 휴직계를 제출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중국리그에 참가하는 이유를 이세돌 프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소속팀을 꼭 우승시키고 싶었다. 13억 인구의 중국에 한국바둑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진정으로 한국바둑계를 위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말입니다.

앞뒤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심신이 피곤하여 바둑에 집중할 수 없는 입장인 사람이.. 어떻게 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대국을 할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전혀 심신이 안 피곤한 사람이면 몰라도 말입니다.

<불굴의 의지와 사명>입니까? 자신의 조국 한국에서는 바둑둘 힘도 하나도 없는데요.

13년간 쉬지도 않고 달려와서 체력적으로 힘들다구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뭐합니다만..

이창호 프로같이 이세돌 프로보다 더 많은 세월을 혹사당한 기사도 있습니다. 특히 이창호

프로는 열이 얼굴로 올라오는 체질(?)이라 대국 중에 수없이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대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보기에도 안타까울 정도로 말입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얘기>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휴직과는 상관없이 중국리그는 계속 참가하는 것이 맞다>라는 말도 하였습니다.

실제적으로는 이런거 아닙니까? 즉, 바둑 대국을 할 수는 있는데.. 자신을 무시하는 한국에서는

대국할 생각이 없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중국에서는 대국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죠.

최근 중국리그 주장전에서 구리를 꺾으면서 주장전 18연승의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참으로 대단하지 않습니까?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정신력>의 소유자입니다. 

또한 이세돌 프로는 기사총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었습니다만.. 조훈현 프로가 말한

1인자 발언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이 했습니다.

<조국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저를 아껴주시는 마음에서 해주시는 충고라고 생각

합니다. 저의 목표는 조국수님처럼 50세가 넘어서도 바둑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조국수님에 그렇게 말씀해 주신 것은 저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마음

에서 해 주신 충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도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며 고쳐야 겠죠.>

진심일까요?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치적 외교적 답변입니다. 

그 이유는 알다시피 조훈현 프로는 이프로의 징계 조치 필요성을 내세워 기사회에서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오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며.. 1인자론을 통해 비판을 가한 사람입니다.

위의 말처럼 조훈현 프로를 생각한다면.. 기사총회의 투표결과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하였습니다. 기사총회에 대한 불만은 곧 조훈현 프로에 대한 불만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마음에 없는 표현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바둑리그 불참 이유에 대한 내용은 정용진 칼럼에 나온 내용과 이세돌 프로가 말한 것이

워낙 다르기때문에.. 사전 상의가 있었느니 또는 한번도 상의한 적이 없었다..라는 진정한

내막을 모르는 입장에서 특별히 할 말이 없습니다.

문제가 된 모든 사안들은 이세돌 프로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행동하였을 것입니다.

그 누구의 조언도 없이 말입니다.

단, 기보 저작권 문제는 이세돌 프로의 지적재산권 관리회사와 관련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그가 기자회견에도 일관성있게 혼자 나와서 하였으면 좋았을 것을..하고 말입니다.

물론 형인 이상훈 프로가 당연히 함께하면서 진행을 맡아야겠지요.

이프로의 지적재산권 관리회사 사장이 진행을 맡으면서 배석한 모습을 보니..

기자회견 내용의 어디까지가 이세돌 프로의 진심이고.. 어느 부분은 관련자 협의하에

만들어진 모범답안을 말하는 것인지.. 의심이 듭니다.

<의사 소통의 문제가 컸다>라는 말을 하면서..자신의 의사 소통의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는지..아니면 상대쪽의 의사 소통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한국대표로 출전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출전하고 싶다>라는 말도 하였더군요.

마지막으로 1년반 휴직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기간은 큰 의미가 없다. 제 심경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이 된다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마음이 안정이 안된다면

2년이든 3년이든 계속될 수 있다.>

이 답변이 진실된 것이라면.. 이세돌 프로가 3번씩이나 사과 표명을 한 대상인 바둑팬들의

우려와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도 조속히 한국 바둑계에 복귀하여야 합니다.

<2년이든 3년이든 계속될 수 있다>라는 공갈(?)을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기대가 컸던 이세돌 프로의 기자회견은 자기 합리화와 앞뒤가 안맞는 변명과

억울한 피해자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내용의 말을 하는데 한달여라는 시간이 필요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동안 바둑팬들은 나뉘어져 이전투구와 비난과 욕설이 난무하는 진흙탕이 되었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을터인데.. 자신과 한국 바둑계를 위해서 고심을 하였을터인데..또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의 결과가 새로운 내용도 없는 그저그런 기자회견에 대해 정말 실망감을 느낍니다.... 

PS) 이 글은 이세돌 프로의 기자회견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기원의 문제점이나 조훈현 프로를 비롯한 기사회의 행태의 문제점에 대한 얘기가

      없다고.. 그들이 잘했다는 입장은 절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