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유창혁 9단이 참여하는 바둑발전위원회가 최근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에게 돌린 '상금제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서신'입니다.모 사이트에 전문이 올라있기도 하고...상금제에 관해 일찍이 유창혁 9단이 바둑팬에게 호소한 바도 있고...우리 바둑계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하여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분에게 구해 원문 그래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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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여러분에게 드리는 상금제 도입에 관한 제언

바둑발전위원회

(재)한국기원 소속기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바둑발전위원회에서 인사드립니다.

먼저 저희 바둑발전위원회(이후 바발위로 표기)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희 바발위는 바둑계에 산적해 있는 여러 현안들에 대해 검토/토의하여, 실용적인 대안이 창출된 경우에는 바둑계 발전을 위하여 그 대안을 해당 당사자(기사, 스폰서, 기업, 바둑팬 등)에게 제안하기 위하여, 2007년 6월의 첫 모임을 시작으로 매월1회 회합을 갖고 있는 순수 임의 모임입니다.

구성원은 현재 한상열 사무총장, 조대현 기사회장, 정수현 명지대바둑학과 교수, 유창혁 한국기원 상임이사, 양건 기사대위원, 김현석 한국기원고문변호사, 이홍렬 조선일보 기자, 신병식 SBS논설위원, 박덕수 전 사이버오로이사 등 9명이며,그동안 바둑계 발전방향에 대해 심도있고 허심탄회한 의견들을 교환하여 왔습니다.

특히 몇년전부터 바둑계 화두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상금제'에 관하여 6개월여에 걸쳐 의견을 모아온 바, 이제는 그 내용(결론)을 기사여러분들에게 전달하여 기사여러분들의 고견을 더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먼저 이렇게 서신을 통해서 그 대략을 전해 드린 후 차후 수차의 공청회를 통해 최종적인 결론을 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사여러분들께서는 아래의 내용을 열린 마음으로 읽어 주시고, 향후 의견수렴 과정에서 기탄없는 고견을 들려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상금제의 의미

그동안 바둑계는 바둑만의 독특한 상금배분 방식을 고수해 왔습니다.

프로기사가 대회에 참가하여 둔 대국에는 그것이 어떤 대국이든 거의 모든 경우에 대국료가 주어집니다.  그것을 바로 '대국료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상금제'는 대회마다 상금을 주는 순위의 범위와 순위에 따르는 상금을 확정하고 순 위안에 든 기사에게만 그 순위에 해당하는 상금이 주어지는 제도입니다. 현재 바둑을 제외한 모든 프로스포츠가 상금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상금제의 장,단점

상금제를 시행하게 될 때의 장점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스폰서가 만족합니다.

스폰서는 거의 기업체들입니다. 기업체에서 대회예산을 집행할 때 대국료제는 예산을 확정할 수 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스폰서 입장에서는 대회 예산이 유동적이면 일하기가 피곤합니다.

상금제를 채택하면 스폰서는 참가자 수에 상관없이 확정예산을 집행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바둑팬들이 좀 더 만족합니다.

상금제를 채택하면 기전 오픈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대회참가자수가 확대됩니다.

그러면 새로운 스타의 출현이나 기타 화제거리들이 속출하여 팬들의 호응을 더 이끌어 내게 됩니다. 그래서 대회의 인기가 상승하면 스폰서는 당연히 대회규모를 키우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상금이 좀 더 커지게 되므로 바둑팬들은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며, 따라서 바둑을 배우려는 어린이들도 더 늘어나게 되겠습니다.

세째, 프로기사의 만족입니다.

정해진 상금순위에 들어간 기사는 전보다 많은 상금을 받게 되며, 매스컴의 조명도 더 받게 됩니다.

또한 바둑을 배우려는 어린이들이 늘게 되어 바둑교육의 활성화를 기할 수 있게 됨으로써 프로기사의 고용이 증대됩니다.

네째, 한국 바둑계의 권위 상승을 가져 옵니다.

현재 실력적으로 한국은 세계바둑의 정상에 있지만 제도나 행정이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상금제를 세계 바둑계에서 최초로 전면 시행한다면, 그 제도의 유연성으로 인해 외국기사들이 한국 대회에 참가하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며, 나아가 자연스럽게 한국 대회가 세계의 메이저 대회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세계바둑의 중심이 한국이 되는 것이지요.

그밖에 입단문호 확대라든가 기타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상금제가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자세한 얘기는 앞으로 있을 공청회를 통해서 상세히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상금제를 시행하게 되면 단점도 있습니다.

먼저 바둑계만의 고유한 제도를 포기한다는 점입니다.

대국료제는 바둑계만의 제도이기 때문에 자존심을 높이는 역할도 해 왔습니다. '사범'이라는 호칭과 함께 대국료제는 다른 종목의 프로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무언의 증명같은 것이지요.

하지만 상금제로 바꾸면 이제 다른 종목의 프로들과 같은 시스템으로 가야 합니다.

다음 성적이 나쁜 기사들은 대국료제에서 보다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해진 순위에 들지 못하면 한푼도 대국료가 없기 때문에 성적을 못 내면 대국에 따른 수입이 감소하겠습니다.

따라서 상금제를 시행하려면 이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보완책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겠습니다. 

■상금제 도입의 필요성

현 상태도 별로 나쁘지 않은데 왜 상금제를 도입해서 평지풍파를 일으켜야 하나 하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그 말씀도 어느 정도 맞는 말씀입니다. 사실 상금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 바둑계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데 동의를 할 수는 없습니다.

바둑계는 현재 위기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해 보자는 것입니다.

상금제 도입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상금제를 도입하면 틀림없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재 바둑계가 왜 위기인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지금 바둑교실의 숫자는 전성기인 90년대 숫자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배우기도 어렵고 골치 아픈 바둑보다는 온라인게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바둑을 어쩌다 접한다 하더라도 그저 단수나 배우는 수준입니다. 어른들도 바둑을 안다지만 점점 늙어들 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바둑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렇게 동호인이 감소하니 스폰서 입장에서도 메리트가 점점 없어집니다. 그러니 지금 점점 스폰서가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왕위전, 기성전..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바둑을 배우려는 신규유입인원이 눈에 띠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바둑교실이 아우성이지요.

프로를 지망하는 바둑도장에도 위기가 닥쳐오고 있습니다. 프로가 되기도 너무 어렵고, 되더라도 기대수준이 전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자.. 이런 상황입니다. 변화가 절실합니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10년뒤의 바둑계의 모습이 두렵습니다.

상금제는 그 변화의 시작입니다. 그 초석입니다.

상금제를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바둑계가 개혁하는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노력해서 바둑이 전세계인들에게 최고의 두뇌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한국바둑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하겠습니다.

■상금제 도입에 따르는 보완책

바발위에서는 상금제 도입에 따르는 보완책에 대해서도 검토에 검토를 거듭해 왔습니다.

기존 바둑계의 관행을 바꿔야 하는 큰 일을 준비하면서 소외 기사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다면 곤란한 일이겠지요.

우선 여기서 그동안 논의된 보완책에 대해서 간략하게 보고드리겠습니다.

좀 더 자세한 토의 및 수정은 앞으로 있을 여론 수렴과정을 통해서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여러가지 보완책 중에서 여기서는 대략 세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연구수당 제도개혁입니다.

아무래도 나이많은 선배기사들이 성적이 안 좋을 것이 당연한 세상이치입니다. 그리고 나이많은 선배기사들이 연구수당을 많이 받아야 하는 것도 세상이치입니다. 따라서 현행연구수당 제도를 연금처럼 선배기사들께 제공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른 기회에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기전예산 인상 및 기사 복지기금 확대입니다.

상금제를 채택하게 되면 스폰서는 여러가지 혜택을 추가적으로 얻게 됩니다. 그리고 엄청난 홍보효과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기원에서는 스폰서와 기전예산에 대한 합리적이고 지속적인 인상안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인상된 예산에서 일정부분을 랭킹하위기사 복지기금으로 돌리는 것을 스폰서와 약속하게 됩니다.

또한 아마추어가 참가하는 기전의 경우에는 아마추어로부터 참가비를 받아 복지기금으로 전용하도록 합니다.

세째, 바둑보급 일자리의 신규 창출입니다.

한국기원 사무국에 보급팀을 신설하겠습니다.

정규직원을 3명이상 배치하여 전국 기원/ 바둑교실/ 특별활동학교/ 회사동호회/ 문화센터 등등 프로기사를 파견할 수 있는 모든 대상과 접촉하여 일거리를 확보한 후 보급활동을 원하는 프로기사의 접수를 받아 그 원하는 조건에 따라 보급일거리를 맺어주는 일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이상과 같은 보완책을 기본으로 정부나 바둑유관업체의 지원을 더한다면 프로기사의 복지가 크게 좋아지리라 기대합니다.

■제언 

상금제를 시행하지 않아도 바둑계는 잘 될 수도 있습니다. 상금제를 시행해도 바둑계는 잘 안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는 것이 좀 더 잘 될 확률이 많다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 바발위는 상금제를 시행하는 것이 바둑계을 위해서 좀 더 유리하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상금제가 조속히 시행되기를 절실히 원합니다.

프로기사 여러분께서는 바둑계를 위하는 저희들의 순수한 뜻을 부디 잘 이해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공청회와 여러가지 검토를 통해서 프로기사 여러분들의 뜻을 모아, 훌륭한 시행안과

보완책이 확정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2008. 6.

                                         바둑발전위원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