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 갔었습니다. 아무생각없이 그냥 발걸음이 가는 곳이 그곳이었습니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니 오른쪽에는 데스크가 있었습니다. 왠지 데스크에 앉아있는 사람이 부담스러워서 반대방향으로 향했습니다. 가장 첫작품이 옆 장미 그림이었습니다. 장미그림의 크기는 사람키보다 조금 큰 정도였습니다. 붉고 검은 색이 보는 사람에게 압도 하면서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강렬하면서도 조금은 무서운 느낌이 들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뒤 돌아보니 조금 거리가 떨어져서 그런지 강렬한 아름다움만 보이더군요

도라지 꽃을 언제 처음 보셨습니까? 저는 거의 서른살이 다되어서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안동의 국도였는데 그날은 날이 정말 맑았습니다.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 땡볕이었으니 그 강렬한 햇빛은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날 국도 옆 언덕위의 밭에서 도라지 꽃이 핀 것을 처음 본 것입니다. 물론 그 당시는 그 꽃이 무슨 꽃이었는지 몰랐습니다. 언덕 가득 핀 흰색과 보라색이 얼마나 강렬하게 다가오던지... 지금 그날을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림은 도라지가 나무화분에 어여쁘게 피어있습니다. 그러나, 예전 기억때문인지 앞 장미 그림의 강렬함때문인지 그날의 강렬함이 그대로 생각이 났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그림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전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가격은 물어보지도 못하고 다른 것만 물어보고 끊었습니다.

정물화는 늘 나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사진이 풍경이듯 그림도 늘 풍경화를 좋아했습니다. 화병 가득한 국화를 보면서 집에도 국화 꽃이 가득한 화병이 있는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화분은 좋아했지만 꽃병에 담긴 꽃을 좋아해본 적은 없었는데 그림은 너무 안온한 느낌이었고 그 느낌이 좋았습니다.

몇편의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었지만 그림들을 눈에 마음에 담은체 전시실을 나왔습니다. '바둑도 저렇게 감상할 수 있을까', '저 그림들 속에서 바둑을 둔다면 그림과 동화된 느낌을 낼 수 있을까? 바둑의 예술성이 어울릴 수 있을까?'

바둑만 전시해도 저런 감상이 가능할까?...

*그림은 "심상회" 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