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년전인가요. 안동에서 청량리로 가며 시를 한편 지은적이 있습니다. 힘드시지요. 저도 힘듭니다. 님의 많은 시편속에서 삶의 고통과 인연에 대한 안타까움을 읽으며 오년전의 저를 떠올려 봅니다. 색동옷의 토끼같은 아이들 사진을 보며 어찌 그리 나의 지난날이 오버랩되는지요.

저는요.장성의 한폐교에서 산이 무너지는 꿈을 꾸고 고향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버님이 차디찬 시신이되어 저를 맞아준적이 있습니다. 안개낀 새벽 고향집을 나서 팔년만에 돌아와 겨울밤을 잠을 청했다가 물대접이 방안에서 꽁꽁 언 경험도 있습니다. 두살난 아이와 아내와 해어졌다가 다시 생활을 합친지도 반년이 겨우 지나고 있고요.

모두 저의 탓이지요. 인간말종의 나락에 떨어져 허우적 대던 삶이었지요. 모두 제가 자청한 삶이었습니다. 누굴 탓하며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세상은 냉정합니다. 세상은 인간을 돌아다 보지 않습니다. 하여 세상에서 넘어진 사람은 스스로 일어서야 합니다. 아무도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내어줄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고전(古傳)에서 절망과 나락의 순간을 떨치고 일어났습니다. 고전도 별다른 것이 아닙니다. 담장밑에 서 있다면 차라리 눈을 감으란 면장(面墻)에서 지금 내가 가장 잘 할수 있는 길을 찾았습니다. 백척간두에 진일보하란 禪語 말이지요. 물론 그 잘할 수 있다고 믿는 나의 그것도 별건 아닙니다.

토혈처럼 쏟아내는 님의  많은 시어를 보면서 님은 아주 좋은 문학(文學)의 소유자임을 알겠습니다. 그것이 생활의 기술일수 없음은 분명하나 지금 님의 면장(面墻) 앞에서 현란한 文彩는 님의 당면한 삶의 과제를 능히 이기고도 남을듯 합니다.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文과 學의 소유자는 그걸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봅니다.

아직도 울 눈물이 남았다면 남은 눈물을 모두 삶의 제단에 뿌리고 떨치고 일어나야 합니다. 무엇인가를 해야합니다. 그것도 건설적인 일을 말입니다. 생활을 도피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기원이나 만화방같은  비생산적인곳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시간을 허비해선 안됩니다. 시간이 돈이고 결국 시간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주제도 모르면서 도를  넘는 말인지는 모르나  경험자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도 드립니다. 저격병님 용감하게 삽시다. 용감하게 사는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 달라던 호메르스의 시를 떠올리며 이만 줄입니다. 건강한 저격병님의 글과 행복을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나의 갈라진 머리칼에는

바람의 주소가 적혀 있다.

젊은 날 방황의 전과를

호적에 새기고

��겨진 몸둥이를 세상에 올려 놓았으나

겨우 중앙선 열차안이다.

객실에 시간을 태우고 달리는 길

나의 생명을 연료로 태우며

열차는 추동력을 얻는다.

영주쯤에서 차창으로 본 저승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보이는

저승이지만

별빛은 먼곳에서

낮은 포복으로 다가 온다.

중앙선.

너는 드디여 나의 몸뚱이를

철로위에 버리려 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