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과 성경 이외의 책들은 한번읽고 나면 다시 읽게 되는경우는 거의 없는데,  요즘  [불모지대] 라는 5권으로된 장편소설을 30여년만에 다시 읽고있다.   젊어서 읽었을때와는 또다른 맛이 느껴져 연말 연휴에 책에 푹 파져  시간가는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고있다.

야마자끼 도요꼬 라는 일본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인데 2차 세계대전이 끝날무렵 천황의 무조건 항복을 거부하며 중국에서 계속 전투하려던 일본군에게 항복할것을 종용하기위해 갔다가 그곳에서 소련군에게 체포되어 11년간 시베리아에서 비참한 포로수용소 생활끝에 일본에 귀환한 이끼 다다시라는 군인의 이야기다.  이끼는 시베리아에서 귀환한후 일본의 상사에 들어가 비지니스 맨으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참으로 파란만장한 생애를 산 사람이다.

이소설은 실제 일본육사와 육군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일본군의 작전참모를 지낸 엘리트 세지마 류죠라는 실제 인물을 배경으로 썼다고한다. 세지마 류죠는 시베리아에서 귀환한후 이토추 종합상사의 말단 직원으로 들어가 일개 섬유회사를 종합상사로 바꾸는데 기여하며 나중에는 회장까지 역임하고 은퇴하였으며 박정희, 박태준, 이병철씨 등과도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미국 자동차와의  합작, 이란의 석유와 유전개발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전투기 도입에 관련된 일본의 방위산업을 둘러싸고 군인, 정치인들 그리고 각 종합상사간의 치열한 암투를 그리고 있는데. 전투기종 선택의 댓가로 어마어마한 돈이 정치가들에게 리베이트로 돌아가는 모습등 현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꽉차있어 책을 한번 잡으면 몇시간이고 빠져들어 책을 놓기가 힘들정도로 재미가 쏠쏠하다.

불모지대의 실제 모델인 세지마 류조(瀨島龍三)
전 이토추(伊藤忠)종합상사 회장. 2007년 타계 (9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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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신문을 보니 우연히도 일본 정부가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 랩터기를 차기 주력 전투기로 도입하려던 계획을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미국의 대통령이 공화당인 부시에서 민주당의 오바마로 바뀌면서 국방관련 차기 전투기사업도 전면 다시 검토되고 있는가보다.

그런데 사실은 F22 를 구입하려면 먼저 미 하원의회의 허락을 받아야하는데 현재의 법으로는 F22 랩터의 스텔스, 열추적 방지 그리고 레이더 성능등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2015년 까지는 수출이 금지된 품목이다.

일본이 차기 전투기선정을 다시 원점으로 돌린것은 미국 공화당의 상 하원에서 밀어주던 라키드 의 F22 가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의 당선으로 말미암아 앞날의 생존여부가 불투명 해졌기 때문이기도 한것같다.

현재로서 가장 먼저 F22 랩터를 미국으로 부터 살수 있게될 영순위는  호주나 이스라엘 정도 일것이다.  그뒤로 일본이 구입하게 되면 한국도 펄쩍뛰고 몇대라도 구입하려고 난리를 치겠지만 대당 2억불에 달하는 비싼 전투기가 과연 특수한 상황에 처한 한국의 좁은 땅을 방어하는데 적합한지는 다시한번 재고해 봐야할것이다. 

차라리 차세대 전투기인 F35 기종이 싼값에 대량생산 될때까지 기다리는것이 더 현명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무기를 이스라엘과 프랑스등에서 구입하면서 미국의 무기상들 압력에 버티는것이 먼장래의 무기 협상을 위해 유리할수도 있다.  꼭 너희들 전투기와 무기가 아니라도 다른곳에서 얼마든지 살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실제 전투기 가격 협상도 유리하게 이끌어 갈수있을것이다.  글쎄... 한국 정부가 미국의 입김을 얼마나 버틸수있을지.

무기수입 하나만이라도 정치꾼들의 리베이트 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입할수만 있다면 연간 수천억의 세금이 절약될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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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머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는 말도 있지만  이소설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느끼는것은 [뭐니 뭐니해도 역시 가장중요한것은 사람이다.] 라는 진리를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시베리아에서 11년간의 혹독한 강제노동속에서 구사일생 겨우 살아돌아온 이끼, 이빨도 다빠진 거지같은 몰골의 군인 한사람의 가치를 알아본 깅끼상사(이토추) 의 다이몬 사장이 멋있는 사람으로 다가온다.  다이몬은 패전군인 일뿐아니라 오랜동안 소련에 억류되어 좌파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던 이끼를 입사 시키기 위해 몇번이나 사람을 보내 간청한 끝에 이끼를 자신의 회사에 입사시킬수 있었다.  그는 사람을 볼줄아는 눈이 있었던 것이다.

조조가 중국을 통일할수 있었던것도 살아생전 인재를 구하는일에 최우선을 두고 인재를 키우는데 전력투구 한것이 가장큰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오늘날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된 삼성의 성공비결을 한마디로 설명하긴 힘들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이병철씨의 탁월한 사람뽑기와  인재를 키우는데 아낌없는 투자를 한것에 기인한다고 말하고 싶다.

탁월한 인재 한명을 얻는다는 것은 곧 모든것을 얻는것과 마찬가지다.

조물주 역시도 이렇게 자신의 마음에 쏘옥 드는 인재 한명을 구하기위해 지금도 밤낮으로 찾고 있을것같다는 생각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