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가.

갈수록 경기는 나빠지고 벌이도 더욱 나빠진다
하지만 내일을 준비하지는 못하더라도 오늘은 버텨야 하는데
한치앞도 못내다보고 그저 안개속을 더듬고 있으니...
그래도 큰맘먹고 어머니에게 얘기한다 " 우리 월요일 해인사 갑시다 "
눈이 휘둥그레지신 어머님. " 뭐라꼬...?"
까짓 단풍놀이 간다면 이형편에 호사라 눈치 보일테니 절하러 간다하고
다녀 오자하니 걱정을 하시면서 내심 반기시는것이 말만으로도 한건했다.^^+

사실 우리형편에 모친과 같이 나갈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백전노장 할머니를(98세) 혼자둘수가 없기에...
치매가 심할때는 온 식구가 매달려도 감당키 어려웠는데
내가 나를 위해 정한수 떠놓고 올린 그많은 지성에 만분의 일이라도
갚겠노라 산사를 찾아 절을 한지도 어언 일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할머니의 치매도 거짓말같이 나아 버렸다
지금도 어머님과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밥싸움이다...^^:

밥싸움과 노령에오는 신체 기능의 저하를 제외 하고는 거의 완치다
그래서 어머님과 잠시 다녀 오기로 했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만 할머님 가시는길에 두모자가
엎드려 절하는것도 보셔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도 알아보는 사람은 어머님과 이선달이 밖에 없다
정신연령은 꼭 우리 똘똘이 첫돌박이 조카와 진배 없지만 다른것은
조카놈은 뭣이든 내게서 뺏어가지만 할머니는 내미는것이다. ^^
나준다고 숨겨둔 음식을 얼마나 내다 버렸는지...

할머님 가시는길에 적적하지 마시라 108사찰 108배를 시작한게
이빡빡한 세상에 돈없어 못한다 변명하며 살아온 세월을 조금이나마 갚고
비운의 두여인을 백수를 꼭 지켜드리자는 마음을 닦으러 다니는 것이다
때로는 무기력증에 빠지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한잔의 술로 찌들어 넋놓고 보내는 날이 많아진다 하지만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기는 나자신보다 할머님 어머님의 지성이 아깝다.
다리가 풀릴때면 새벽시장을 둘러본다
마음이 허술해지면 유모차를 끌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인네를 떠올린다.

슬플때는 슬퍼하기로 한다
애써 입술을 깨무는 아픔보다 슬퍼함이 쉬우니까
하지만 슬픔이 둥지를 틀게 하지는 않으리라
평범한 행복이 더욱 감사히 느껴지게 하려

진정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조금은 슬퍼 할뿐이다

나의 인생 낙옆처럼 뒹굴었다 중풍 25년 치매 10년 동생 어머님...
내가 살아온 만큼의 병원바닥생활. 늘어나는 빚덩이.
하지만 내손이 약손이다 모두를 일으켜 세웠다 근데 조놈의 빚덩이는
바라지 않았는데....

오늘아침 어머님은 손길이 유난히 부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