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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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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의 착각(3) 선비만석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바둑을 두다 보면 이기려고 욕심을 부리면 과수가 나오게 되고 판을 그르치는 겻이 하수들의 공통점이다. 바둑은 조화이며, 타협이고, 상대방이 공격하면 수비를 해야 하고 물러서면 공격을 해야 하며 내 약점을 보강하여야 하는 철저한 일진일퇴의 경기이다. [아생연후살타라] 했던가. 하지만 이런 것들은 마음속에서 평정심을 갖고 바둑에 임하면 그리되나 승부에 연연하면 결국 그르치게 되는 것이 바둑이다. 김 과장은 처음엔 박 사장을 쉬이 여겼다. 남들이 그의 실력을 강3급이라고 하지만 자신에게는 선으로 두어야 할 것이라는 자만심은 결국 그에게 두 판의 패배만을 안겨 주었다. (평정심을 잃지 말자.)
김 과장은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고 또 하였다. 돈 몇 만원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였다. 그래도 만방기원에서는 내 노라 하는 강자에 속하는 그가 방내기 꾼으로 소문이 나있는 박 사장의 바둑에 비하랴 하는 자만심이 그의 평정심을 잃게 하였다. 하지만 박 사장의 바둑은 그 속내를 알 수 없었다. 변형중국식 포석으로 가기로 마음을 다잡은 김 과장은 첫 점을 우하 귀의 소목에 착점을 하였다. 김 과장의 착점을 한동안 응시하던 박 사장의 백돌이 고목에 놓인다. 방내기에서 고목에 두는 것은 방내기 꾼에게는 금물 이였다. 고목은 두터운 세력 바둑으로 전투에 능한 사람이 두는 바둑이라 프로들에게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그런 착점이다. 김 과장은 그의 변신에 마음이 급해진다. 좌하 귀 화점으로 흑 돌을 놓기 위해 움직여 가는 그의 손끝이 떨림이 일었다. 긴장이 그의 몸을 거세게 짓누른다. (반드시 이기리라....그것도 만방으로) 김 과장은 마음속으로 자기 최면을 걸고 있었다. 박 사장의 손이 바둑알 통으로 움직이더니 백돌 하나가 반상위로 날아든다. 또 고목이다. 양 고목을 들고 나온 박 사장의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어쩌랴 기왕 미니 중국식으로 판을 짜기로 하였으니 김 과장은 또 다시 흑돌 하나를 들고 미니 중국식으로 포진을 짠다. 김 과장의 돌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박 사장은 화점 쪽으로 날일자로 걸친다. 이미 김 과장이 어떤 포석으로 나올 것인지 눈치를 챈 사람 같다. 김 과장의 손이 박 사장의 착점 리듬에 맞추기라도 하려는 듯 이내 흑 돌을 집어 들고 날일자로 귀를 수비한다.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상대방의 돌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음 수를 착점하기 시작했다. 바둑판 위로 떨어지는 돌에서 울리는 소리가 마치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연주처럼 들린다. 백호와 흑룡이 어우러져 돌아가는 반상의 물결이 361로의 길 위로 마치 파도가 치듯 밀려왔다 가기를 반복하더니 춤을 추듯 어울려 돌아가고 님을 쫒는 남정네의 투박한 발걸음 이었다가 사뿐사뿐 내딛는 여인네의 걸음이기를 반복한다. 한 쌍의 나비가 어우러지듯 그리 춤추던 반상의 돌들이 살아서 움직이고 또는 숨쉬지 않는 사석이 되어 돌무덤을 이룬다. 아무런 느낌도 없는 듯 그렇게 무아지경 속에서 최선의 수를 두기위해 바둑판을 응시하는 두 사람의 눈에서 불꽃이 핀다. 김 과장이 판을 이기고 있었다. 박 사장의 대마하나가 김 과장의 완력 앞에 숨을 다했다. 방내기에는 불계패가 없다. 결과는 김 과장의 반면34집 승 덤을 제하고도 세 방이다. 박 사장의 이마에 땀이 송송 맺혀있다. 하지만 박 사장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포커페이스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세 번째 판을 보기 좋게 이긴 김 과장의 입가에는 승자의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김 과장의 불행이 시작되는 전주곡이었다. 방내기 꾼의 고도의 계산된 패배.........그것이었다. “김 과장.....이러다가 언제 결판이 나겠나.......우리 판을 키우지.........” 박 사장의 제안이 적절한 타이밍에 김 과장의 귀를 간지럽게 하였다. 승리감에 도취된 김 과장의 이성은 이미 흥분되어 박 사장의 제안에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동의를 하였다. 하지만 네 번째 판과 다섯 번째 판에서 박 사장은 김 과장에게 만방으로 두 번을 이겼다. 김 과장이 얼굴이 사색이 되어 기원문을 박차고 집으로 돌아간 뒤 원장은 박 사장을 나무랬다. “이 사람아, 자네 장난이 너무 심하이........프로와도 호선으로 두는 사람이 석 점을 접어도 안 될 사람에게 그 무슨.......심한 장난인가......” 박 사장은 빙그레 웃었다. “아니 저 친구가 너무 내기바둑을 좋아 하는 것 같아서........”
박 사장이 아마기계의 숨은 강자임을 아는 사람은 만방기원에서는 그의 오랜 친구인 원장이 유일하였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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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만석
팔공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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