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대가리 깐다

경상도에선 한가로운 시간을 말하는 말이다.

엄니랑 콩나물 대가리 까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눈다.

사실 연속극 싫어 하면서 연속극을 같이 보고 음악 좋아 하면서 징역산다.

발라드는 좋아 하지만 트롯은 별로고 여자들이 핏대 올리는 연속극은 소름끼친다

그러나 치매 예방에는 당신의 존재감이 절실하다.

당신의 수준에서 같이 호흡하고 당신이 옳다고 이야기 하는 만큼 공감대와

존재감 부여하는 처방이 없다.

“갑자기 얼큰한 해물탕이 먹고 싶네.”

그 한마디에 새벽 댓바람에 칠성시장으로 달려갔다.

미더덕 5천원 방게 만원 홍새우 5천원 꼬막 1키로 7천원 그리고 콩나물 2천원

뭐가 하나 빠진 것 같지만 해물이 비싸 3만여원을 투자 했다.

(오징어가 빠졌네)

수퍼에 작은 포장이 만 이천원인데 뭔가 아쉬워 시장으로 달려간거다.

거동을 못하시지만 앉아서 음식을 장만하는 것은 가능하고 뭔가를 해주고 싶어서

집안을 기어 다니신다.

사실 짜증 날때도 많지만 당신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라 그냥 참으려 노력한다.

기실 책이나 여러 홍보물에서 말하는 것처럼 부모 공양하는 게 쉽지 않다.

비즈니스도 아니고 투자도 아니니 해보지 않은 사람의 도덕경은 무시한다.

이렇게 저렇게 해물탕이 만들어지니 엄니가 신세 진 사람들이 왜 그리 많은가.

평소에 내가 겪어 본 일로는 그렇지 않은데.

할 수 없이 이웃 다섯 군데를 한 그릇씩 배달하게 되었다.

콩나물 대가리 까면서 살아 온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너무나 평온 했다는 것

3만 원의 행복이 엄니 얼굴이 환하다는 것

아마도 엄니는 몸이 불편해도 이웃 친구들에게 뭔가를 할 수 있다는 행복함에

나와 함께 한다는 보람이 얼굴을 보름달처럼 환하게 만들었나 보다.

별거 아닌 관심과 성의가 이런거구나 싶어 돌아서면 울컥해지는 병이 생겼다.

저 모습을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내가 내 자신을 버릴 수 있는 건 엄니의 저 얼굴을 보기 위한 것이고

엄니가 평생 하신 일에 조금이나마 신세를 갚는 것이리라.

“고등어가 몸에 좋다 카더라.”

억.

덴장 내일은 고등어 사와야 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