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빼고는 이틀 동안은 죽을 먹었다. 

아내가 그 죽에 욕심을 부려 뺏어먹으려고 하였다. 

병만은 눈을 부라리며 어디 환자의 음식에 손을 대려고 하느냐며 화를 냈다. 

옆에 있던 딸애도 거들면서 아내가 죽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였다. 

죽을 먹는 동안, 또 잇몸의 실밥을 빼기 전까지는 부드러운 음식만 먹어서 그런지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실밥을 뽑은 다음에는 다소 거친 음식도 먹어야 해서 음식을 씹기가 아주 불편하였다. 

병만은 남들보다 아주 느리게, 천천히 밥을 먹어야했다.

치과에서 임시로 부분틀니를 해주었다. 

병만은 틀니를 하면 음식을 먹기가 아주 편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았다. 

전에는 한 개만 빠진 이에 대하여 틀니를 했기 때문에 그런대로 별로 불편하지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세 개가 연속으로 빠진 이에 대한 틀니였기 때문이었다. 

우선 보기가 아주 흉했다. 

입천장을 닮은 넓고 붉은 바탕의 한 쪽에 하얀 이빨이 세 개가 붙어있었다. 

살점에 붙은 악마의 이빨을 보는 듯했다. 

끼어보니 더욱 불편하였다. 

이빨을 조이는 것은 참을 만했지만 입천장에 닿는 감촉이 무척 답답하고 이상하였다. 

틀니를 끼자마자 그냥 뱉어내고 싶었다. 

음식을 씹어보니 더욱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음식이 틀니를 압박하면서 틀니가 잇몸을 아프게 하였다. 

이런 틀니를 끼고서 9개월을 버텨야한다니! 병만은 암담함을 느꼈다.

어지간히 부드러운 음식은 그냥 틀니 없이 먹는 것이 나았다.

 깜빡 틀니를 잊고서 밖에 나가 음식을 먹을 때가 있었는데 별로 불편함이 없었다. 

그러나 씹는 작용에서는 아무래도 틀니를 낀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병만은 정성껏 틀니를 사용하였다. 

잇몸에 작용하는 압박감은 음식을 조심해서 살살 씹는 것으로 달래었다.

틀니는 음식을 먹고 나서는 바로 씻어주어야 했다. 

병만은 틀니를 잘 씻은 다음에 치과에서 준 플라스틱 상자에 물과 함께 넣어서 세면대 옆에 보관하였다. 

보기에 아주 흉측하여서 손자와 손녀가 오는 날에는 애들이 못 보도록 잘 감춰두었다.

틀니를 끼고 임플란트 치료를 기다리는 지루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9개월이 긴 세월이지만 언젠가는 끝날 때가 오겠지. 

병만은 마음을 다 잡았다. 그

런데 또 다시 괴로운 일이 벌어졌다. 

왼쪽의 어금니 사이에 음식이 자주 끼었는데 그 때마다 치실로 잘 꺼내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음식이 점점 더 많이 끼이면서 이가 아파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며칠 간 참았다가 불안해진 병만은 할 수 없이 병원에 가봤다. 

이가 약간 흔들리는 상태이지만 아직은 뺄 단계는 아니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이 사이에 보철물을 넣어주었다. 

이 보철물을 바로 점심 전에 넣은 것이 문제인 듯하였다. 

아직 굳지 않은 보철물은 점심을 먹고 나자 바로 빠져버렸다. 

걱정이 앞섰다. 

9개월간 왼쪽으로 버텨야하는데 이제 어떻게 견뎌야하는가? 

흔들리는 이가 아프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기적은 없는 것인가?

병만은 다시 치과를 찾았다. 

이번에는 점심을 먹고 나서 바로 찾아갔다. 

보철물을 넣고는 일부러 저녁을 늦게 먹었다. 

이번에는 성공한 듯 했다. 

식사를 하고 나서 혀를 대보면 보철물의 딱딱한 감촉이 계속 느껴졌다.

보철물 덕분에 왼쪽 이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병만은 바랬다. 

어떻게든 9개월만 버텨준다면 그 다음에 왼쪽 이를 적절히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세상일은 병만의 바램대로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왼쪽 이는 계속 아파왔다. 

왼쪽뿐만이 아니고 치아 전체가 얼얼하고 아픈 듯이 느껴졌다. 

어느 쪽으로도 음식물을 씹기가 힘들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병만은 다시 치과를 찾았다. 

미련 없이 왼쪽 이를 뽑았다. 

역시 앓던 이를 뽑은 그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했다. 

그 뒤의 불편함이야 뭐 어떻게 되겠지. 

우선 아프지 않은 것이 얼마나 좋은가? 아, 이제야 살만하구나.

병만은 왼쪽 이를 뽑기 전에 틀니에 대해서 걱정했다. 

기존 틀니와 왼쪽 틀니를 어떻게 사용해야하는가? 

둘을 동시에 사용하려면 무척 불편할 텐데. 

혼자서 여러모로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봤다. 

병만의 상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는 곧 밝혀졌다. 

왼쪽 틀니는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틀니에 덧붙여서 하나의 틀니로 재가공 된 것이었다. 

틀니는 오른쪽에 세 개의 이빨, 그리고 왼쪽에 한 개의 이빨을 갖게 되었다. 

물론 처음의 틀니보다 사용하기가 더욱 불편하였다.

보름 전에 오른쪽 3개의 어금니에 대한 임플란트 수술을 했다. 

미리 5일치 약을 지어주는데 하루 전부터 약을 먹어야했다. 

약을 잘 챙겨먹고는 수술대 위에 앉았다. 

의사선생님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주 어려운 수술이 될 거라고 예고했다. 

맨 안쪽 것은 지장이 없는데 가운데 것은 뼈가 너무 얇아서 비강 천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맨 끝 것도 뼈가 약간 부족하고 잘 못하면 핏줄을 건드릴 수도 있다고 겁을 주었다. 

병만은 수술을 시작한 순간부터 “제발 착하게 살겠습니다. 잘 되게 해 주십시오”를 주문처럼 계속 속으로 외쳤다.

무언가로 뿌직뿌직 이를 갉아내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 정도는 충분히 참을 만 했다. 

그러나 그 다음단계인 드르르륵 하고 치아를 뚫어대는 소래가 들렸을 때에는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다. 

두 주먹을 꽉 쥐고는 계속 위의 주문을 외웠다. 

드르르륵 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수술하는데 총 2시간이 넘는다고 하였다.

 아아! 두 시간 동안이나 이 소리를 듣고 있어야하는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