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91, 감독의 권한

한국기원 부근 상왕십리 전철역의 2번 출구로 내려서기 전 호프집에서 넷이서 마지막 뒤풀이를 한다.

5시 반 경 제주1고와의 시합에 패한 후 처량하게 내리는 비에 한국기원 건너편 복 집에서 12명의 선수와 임원진은 오늘의 패배를 어느 누구도 마음속으로 납득 못하며 건성으로 소주 몇 잔씩 걸친 채 헤어졌다.

식당에서 나온 것이 7시인데 처가 데리러 오겠다는 것을 30분 정도 맥주한잔 하고 전철로 간다 한 것이 벌써 10시이다.

아침 8시 반에 나서 하루 종일 한국기원과 근처에 있은 셈이니 메카의 순례자들처럼 성스럽고 즐거운 기분이어야 할 텐데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웅재 선배가 병원까지 갔다가 출전하려고 제 시간에 왔는데 시합에 못 나가신 게 마음이 아파요”

“웅재는 혼자 두는 바둑은 잘 두지만 예스24盃는 셋이 75수씩 두니 연결이 잘 안되던데”

“지난 일요일에 연습할 때 오더 순서를 결정을 했던 것인데요”

예의 바른 2년 후배는 난전의 뒤처리를 잘해 2장으로 출전키로 했던 것을 시합 직전 1:1의 상황에서 상대의 강한 전력이 걱정되어 전국대회 개인전 우승경력의 후배 제안으로 1장으로 내 보내고 우리 팀 최강 전력인 1장을 2장으로 바꿨다. 3장은 s대 대표였던 s그룹 부장인 후배로.

질 수 없던 시합을 진 오늘 하루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1차전 1장이 75수까지 두면서 판세를 20여 호 이상 벌려놓아 질 수가 없는 것을 전국대회 우승전력의 후배인 2장이 터무니 없는 실수로 대마가 오히려 잡혀 졌다. 명지대 바둑학과에 출강도 하고 지금도 바둑 해외보급관련 일을 하는 그는 기복 없는 안정된 기력의 중앙전 엔 탁월한 감각의 소유자인데 엉뚱한 상상할 수 없는 실착을 한 것이다.

첫 판을 의외로 지고 난 후 점심때 2차전에 출전한 선수선발의 숙고를 하였다. 실수로 패인의 원인이 된 후배를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니 빼자는 의견과 기본이 어디 가느냐 그대로 기용을 하자는 다양한 의견에 원 계획 오더 대로 멀리 보성에서 올라오신 전남 바둑협회장인 오로 왕 별인 선배를 1장으로 2차전엔 2장도 제 실력을 발휘하며 완승을 했다.

상대팀은 5명이 아침에 비행기로 올라왔다는데 물론 유명한 투사도 있지만 전력차이는 마치 소총으로 무장한 유격대 몇 명과 우리는 기관총, 수류탄, 탱크, 박격포 등 다양한 중무장의 인해전술의 막강화력인데 인력만 잘 배치하면 진다는 것은 상상도 해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 3월의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우리 팀의 막강전력 아닌가?

불운은 겹치는 것인지 첫판을 패하게 한 당사자인 후배는 2국에선 제 실력을 발휘하여 승점을 하나 올렸지만 결국 그의 제안으로 3차전의 오더를 바꾼 것이 패인이 됐다.

감독이 권한과 권위를 지켜야 되는데 중구난방의 최악의 결과가 된 것이다.

“다음부터는 감독을 선정하면 권한을 실어줘야 될 것 같아.”

기력이 세다거나 평소 참가를 많이 한다거나 등 보다는 이길 수 있는 전력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돼.”

"기력이 출중해도 안 나오거나 나오라 청해도 연락조차 안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기우회 회장단을 부회장을 보강하고 임원도 늘려 실질적 활동이 되게해야 합니다"

이번 감독을 맡았던 3년 후배는 대학생바둑협회 의 간부이기도 한데 열변을 토하며 자신의 노력에 비해 호응도가 낮은것을 지적한다.

온라인 오로에서의 활성화를 나는 다시한번 주장하지만 그것도 쉬울것 같지많은 않다.

패인과 기우회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던 자리는 세 시간이 지난 것이다.

오로 에서 2001년 이래 만들어져 있는 동문 방에서 최 강자들끼리 리그전이나 10번 기 등을 통하여 평소 객관적 기력비교와 데이터를 만들자던 제안들을 진작 진행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고 자책이 된다.

나의 게으름과 자만심이 오늘의 결과를 낳은 것이겠지.

경적필패 라며 1국2장의 패인을 예기하던 내가 결국 나 자신의 문제였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