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89, 서로 발을 씻겨라

예배가 끝나면 식사를 마치고 종로3가의 기원에 들려 마산 전국대회 우승의 기세를 이어 인터넷 책 판매회사 예스 24배 우승을 다짐하는 출전 선수들의 연습을 둘러보고 바로 안양의 교대까지 부지런히 가면 두 군데 모임을 다 갈 수 있겠지 싶으며 평소 습관대로 목사님의 설교를 듣기보다는 구약의 역사부분을 읽고 있다.

단상에선 신약170 페이지의 요한복음,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부분의 설교이다.

말씀의 제목은 '서로 발을 씻겨라' 이다.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좋은 말씀을 귀 흘려 들으며 구약을 읽는 중 갑자기 아니 저런 말씀을 하시나 싶으며 못 들은 척 성경에 눈을 둔다.

“서울대 나온 사람이 경희대 나온 사람 밑에서 일을 하겠습니까?”

자신의 위치와 과거 때문에 체면을 못 버려서는 안 된다는 예기겠지만 특정학교를 지칭하는 것은 바람 직 하지 않을 텐데 싶으며 옆자리에서 열심히 설교를 듣고 있는 처가 경희대를 나왔는데 마음상하지 않았을까 걱정이다.

“나는 보험을 하고 남편은 S대를 나왔지만 주방장하며 헌금도 많이 하는 누가 부럽다고 하더라” 단상의 비유는 점입가경이다. 파스터 가 아직 젊어서이겠지 싶으면서도 옆자리의 처가 걱정스러워 눈은 성경에 고정한 채 슬며시 손을 처의 무릎 위에 올려 놓는다.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듯한 발언도 금기일 텐데.

출구에서 파스터 는 신도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식사 꼭 하고 가세요” 하신다.

절 밥처럼 교회의 중식도 깔끔하고 여러 수고의 손길이 합친 것 이어 평소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꼭 하던 것을 “내가 살 테니 밖에서 합시다.” 하며 처의 손길을 이끈다.

전날 밤 청와대 1KM 앞까지 시위대가 진출했었다는 뉴스와 오후 일찍부터 시청 앞에 재 집결 한다는 뉴스에 시내의 교통상황이 걱정되어 종로3가 행은 그만 둔 채 안양의 테니스장으로 향한다.

바둑의 관전은 바둑리그나 세계대회나 어느 정도 이해도 되고 실제 반상에서 흉내도 내 보는데 테니스는 관전엔 문제점 개선점이 보이는데 막상 내가 치면 몸이 안 따른다.

파워와 스피드가 요체일 텐데 체력이 못 따라가는 것일까?

기재가 없어도 오랜 시간을 투자하거나 노력을 하면 일정 기력에 오를 텐데 테니스는 운동신경이 부족하면 오래 쳤어도 사상루각 일뿐 기본기와 이론을 오랜 경험을 갖추었어도 이젠 한땐 나도 좀 쳤던 사람인데 라는 추억만 남는군. 대학시절 단과대 대표로 총장배에 출전했던 내가 틀림없는데..

클레이코트 바닥의 브러시 질과 라인을 그으며 운동을 대신하고 심판을 보며 옛추억을 되살린다.

늦으막이 지난 2년간 못 보던 친구가 모처럼 뒤늦게 입원치료 중 이라던 다른 친구와 코트에 들어선다. 심장수술 후에도 빠지지 않고 코트에 나오던 친구는 최근 통풍까지 겹쳐 좋아하던 운동을 못한다. 우스갯소리도 잘하고 은근히 뼈있는 소리도 잘 하던 친구가 몸이 아픈후론 조용하니 오히려 마음속이 안타깝다.

지난 2년 잠적했던 친구는 바둑도 나와 같이 기수 대표여서 그의 부재가 안타까웠었다.

그의 구두를 내가 대신 신고 내 테니스화와 라켓을 든 그는 오랜만에 코트에서 단식시합을 한다. 서브 발리 난타 모두 그의 기본기는 튼실한 것 같다.

바둑은 나와 비슷한 실력인데 운동신경은 나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잠수기간에도 바둑만 두었는지 "오로7단에 올랐다 내렸다 햇다" 는 이야기엔 괴롭기만 한 잠수는 아니었나보군 싶으며 걱정을 던다.

세면의 코트 중 두 면을 다시 브러시질을 한다. 저 멀리서 바둑친구의 말소리가 들린다.

"쟤는 테니스를 제대로 배웠네, 옜날엔 테니스장 가면 저런것 부터 했어"

부인 넷을 포함한 열댓 명의 삼겹살 뒤풀이 자리에선 소주잔과 옛이야기에 진정한 기쁨과 호탕한 웃음의 연속이다.

최근 원자재값 상승으로 중국공장에서 생산해 포스코에 납품하던 라인이 끊겨 사업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가슴 아프지만, 건강 에 근심하는 친구가 가슴 아프지만, 오래 잠적했던 친구의 그 동안 소식이 궁금하지만 서로 묻지 않고 소주잔에 걱정과 위로 쾌유의 바람을 담아 건넨다.

운전을 하던 처는 “당신 오늘 정말 기분이 좋았나 봐!” 라는 데 흐뭇함에 미소 짓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