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들

                                                                                                                        저니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과거의 잔상들이 나를 상념에 빠지게 한다.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예전 온라인바둑에서 만난 사람들.

무엇인가 어설픈 곳이었다. 사람들이 많았던 곳도 아니였고 그래픽이 화려했던 곳도 아니였다.

하지만 그런 부족함이 나에겐 동질성을 주었고 이내 마음이 끌렸다.

이름 대신 아디를 가슴에 새기면서 바둑을 두는 것 보다 '접속' 그 자체로 편안한 요람이 되어

얼굴이 보이지 않는 곳이었지만, 마음 한켠에 사람들을 그려갔다.

연배가 나보다는 높으신 분들이지만 동생처럼 대해 주셨던 그 곳.

수담을 나누던 서로의 그리움이 모이던 영등포 자스민 기원.

의기투합해서 만난 선술집에 모여 밤이 하얗게 되도록 나누던 이야기.

일년을 하루처럼 바쁘게 살았다는 핑계라는 무관심이  그런 만남을 이어가지 못한 것은

나에겐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한가지 위안을 삼는 것은 그 분들 모두 자석처럼 보이지 않는 서로에 연결되어 지금도  서로의

바둑을 관전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반가운 마음으로 대신하고 있다.

이곳 오로에서도 반가운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동급의 중국이나 일본 회원들을 박살(?) 내는 것이 무슨 독립운동을 하는 것 처럼 

바둑을 두던 때도 있었지만,  사람들 본질속에 살아 있는 정의 깊은 맛을 손끝에서 달게 느끼려한다.

승부는 블랙커피처럼 쓰지만, 남겨진 것은 전적이 아니라 동질의 공간에서 만난 상대의 향기이다.

문뜩, 창문을 열고 내리는 빗소리에 그들을 부르는 소리를 실어본다.

남태평양, 옥황상제, 방배동목단, 혼마구로, 바람손신손, 편한님  형님들 그리고 갑장 훈이엄마....

그리운 사람에게

                                                                 저니

사랑하는 마음이 숨 곡(谷)에 닿으면

그리움의 표상처럼

임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아쉬움.

하늘에 매인 삶의 두려움을

그대에게 던져 보였건만

애닯다 안지 않는 공간의 한을

사랑이라 말하지 못하는 그대.

초연한 자리에서

한마디 말도 못하고

떠나가는 사람을

돌아 세워 부르지 못하네

그대여!

나의 한 많은 시간의 귀퉁이에

같이 했던 시간을

아름답게 간직해 주오.